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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높은 농산물 가격이 물가상승률 둔화 속도를 느리게 해 피벗(통화정책 기조 전환)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최근 한국·미국·유로 지역의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를 발표했다. 한은은 최근 세 지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공통된 원인으로 국제유가 반등을 꼽았다. 중동발(發)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며 브렌트유는 지난달 중순부터 다시 80달러를 웃돌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높은 농산물 가격이 물가 안정을 방해한다고 짚었다. 한은은 “주요국과 달리 한국은 농산물 가격이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며 “지난해 8~10월 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큰 폭으로 상승한 데는 농산물 가격의 급등이 크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P 뛰었는데, 급등한 농산물 가격이 상승분의 3분의 1에 기여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느려진 물가 둔화 속도는 통화긴축 기조 전환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에 강한 경기 회복세로 미국의 피벗까지 미뤄지면 한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더 뒤로 밀릴 수 있다. 한은은 “미국은 견조한 고용 상황이 지속되면서 근원 서비스물가 상승 모멘텀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1월 물가를 보면 집세 상승률이 여전히 높은 가운데 이를 제외한 근원 서비스물가의 상승 모멘텀도 상당 폭 확대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경우 1월 물가상승률이 3.1%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물가가 이어지고 있고, 탄탄한 경제 회복세로 고금리를 버틸 여력이 아직 있다고 판단되면 피벗이 늦어질 수 있다. 자연스레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 시점도 미뤄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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