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경제 부진으로 대중 수출 성장세가 한 풀 꺾인 사이 베트남을 비롯한 신(對)아세안 5개국이 한국의 주요 교역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주요국 생산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수출품목 절반 이상이 중간재로 이뤄져 향후 소비재 비중 확대를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신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 제하의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으로 대표되는 신아세안 국가는 한국 뿐 아니라 중국‧미국‧일본 등의 주요국 기업에게도 생산거점이자 수출시장으로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신아세안 5개국은 생산비용이 급등한 중국을 대체해 글로벌 생산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등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최종재를 수출하거나 중국 등으로 다시 중간재를 수출하는 방식이다. 이는 유다국적 기업이 미·중 무역갈등 여파로 중국 외 지역으로 공급망을 다각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점, 해당 국가의 풍부한 인구와 소비 잠재력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의 신아세안 수출 주요품목을 보면 중간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실제 아세안 5개국 전체 수출에서 중간재의 비중은 20% 이상이고 석유제품‧화공품 등 여타 중간재 비중도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내 대중 수출구조와도 유사하다. 반면 식품이나 의복 등 최종재는 5%에 불과하다.
한은은 이와 같은 구조에 대해 “국내 기업들의 신아세안 투자는 현지시장 진출 목적보다는 생산비용 우위에 기반한 수직적 생산분업 성격이 강한하다”며 “최근 국내 신아세안 직접투자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중간재 위주 수출구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은 이에 국내 기업이 그동안 중국을 생산기지로 대중 수출에 주력하고도 내수 안착에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을 감안해 신아세안 국가에서 생상되는 중간재 질적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아세안5 수입시장에서 국내 점유율은 2017년 이후 다소 하락했고 우리 기업이 여타 신흥국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고위기술 중간재 점유율도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중국이 비용절감 등을 위해 아세안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 미국의 무역규제 회피를 위해 베트남‧멕시코 등을 통한 우회수출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중간재 뿐 아니라 전기차‧배터리 등 소비재 부문에서도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아세안지역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산기지로서의 활용 측면에서 우리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에 힘쓰고 해당 지역 인구와 소비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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