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와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Moody’s Investors Service)는 26일 삼성전자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에 대해 ‘Aa2, 안정적’ 신용등급을 확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무디스의 신용등급 평가체계에서 Aaa, Aa1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에 해당한다.
글로리아 추엔(Gloria Tsuen) 무디스 부사장 및 선임 신용평가사는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평정 근거로 “글로벌 메모리 칩 산업이 다운사이클에서 회복됨에 따라 향후 최대 1년 6개월 동안 삼성전자의 수익과 현금 흐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무디스의 기대를 충족했다”고 했다.
삼성전자가 안정적인 대차대조표와 유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비우호적 메모리 반도체 업황에 따라 실적이 급감하면서 글로벌 신용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모은 바 있다.
무디스는 “메모리 칩 업계에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대부분 주요 사업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것”이라며 “이익 반등의 가능성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자본 지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순현금 포지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2년 대비 각각 14%, 85% 감소했다. 코로나19로 악화한 글로벌 메모리 칩 산업의 침체 사이클 속에서 회사의 영업 현금흐름이 약화하고 첨단 노드, 메모리 용량,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한 대규모 자본 지출이 지속하면서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순현금은 2022년 대비 약 25조 원 감소했다.
그럼에도 작년 말 기준 순현금은 80조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정 부채/EBITDA는 0.3배로 매우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2023년 6조6000억 원에서 2024년 약 31조 원으로 크게 개선하고, 2025년에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급 축소 계획과 재고 소진이 끝나면서 메모리칩 산업의 회복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공지능(AI) 칩 기술 발전으로 메모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가운데 시장 지위력도 유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이벌 SK하이닉스는 AI용 서버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제품 판매 확대로 기술적 우위를 확장하고 있다.
무디스는 “삼성전자가 AI칩의 맞춤화와 통합 구조을 고려할 때 중요한 기능인 파운드리 및 고급 패키징에 대한 사내 전문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리더십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강력한 재무 유연성과 현금 흐름은 또한 R&D 및 생산 능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 요인으로 △조정 영업이익률이 13~14% 미만 하락 △잉여현금흐름 능력 저하 △순현금흐름 악화 등을 들었다. 또한, 무디스는 시장점유율 하락, 공격적인 주주환원 정책 역시 신용도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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