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류희림)가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에 대해 긴급심의를 진행하고, 시정요구(접속차단)를 결정했다. 기존 연설발언을 짜깁기한 단순 풍자 영상인데 사회혼란 야기 조항을 적용해 논란이 예상된다. 북한의 ‘사이버전사’들이 대통령 풍자 영상 등을 유포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23일 긴급심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 게시물 22건에 대해 출석위원 만장일치로 시정요구를 결정했다. 방통심의위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에서 보낸 심의신청 서류를 접수한 지 하루만에 이를 받아들였다.
시정요구된 영상은 지난해 11월부터 틱톡·인스타그램 등 SNS 등에 올라온 <가상으로 꾸며본 윤 대통령 양심고백연설>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존 연설 영상을 짜깁기한 것이다. 영상에서 윤 대통령은 “저 윤석열, 국민을 괴롭히는 법을 집행해온 사람입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윤석열 정부는 특권과 반칙 부정과 부패를 일삼았습니다”라고 했다. 틱톡 영상에 ‘가상으로 꾸며 본 윤대통 양심고백연설’이라는 문구가 있어 이용자는 해당 영상이 허위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방심위원들은 이 영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MBC 출신 허연회 위원은 “실제 영상을 가지고 악마의 편집을 하는 건 시청자에게 혼란을 가져온다”며 “욕설까지 자막에 있다. 접속차단 의견”이라고 했다.
KBS 출신 이정옥 위원은 이번 안건과 관련 없는 뉴스타파를 거론했다. 이 위원은 “지난번 뉴스타파(신학림-김만배 인터뷰)의 악마적 편집은 하지 않은 일을 붙인 것”이라며 “이런 것들이 나오면 안 된다. 정말 차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당대표 상근 특별보좌관 출신인 김우석 위원은 “일각에선 총선이 대통령에 대한 재심이라는 주장이 있다. 국가적 중대사인 총선 국면에서 국가 원수인 대통령에 대한 페이크 영상은 엄중히 봐야 한다”며 “민주주의 사회에서 풍자나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근거 없는 조롱과 폄훼는 정치적 테러이며 국격을 떨어뜨리고 민심을 호도하는 자멸 행위”라고 했다.
김우석 위원은 해당 영상이 글로벌 플랫폼인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것도 문제삼았다. 김 위원은 “풍자라고 생각했다면 왜 서버가 외국에 있는 글로벌 플랫폼에 올렸나. 왜 국내 플랫폼에 올리지 않았나”라며 “누가 봐도 수사기관의 추적을 힘들게 하려는 의도다. 스스로 불법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안정을 헤치고 갈등과 혼란을 조장하는 불순한 의도를 관철하려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틱톡·인스타그램의 숏폼(짧은 동영상) 서비스 이용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려고 해외 서비스에 올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 김우석 위원은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풍자 영상을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자신이 대학원에서 정보보호를 전공했다면서 “선거 때마다 북한 사이버전사가 중국으로 넘어가 심리전을 벌인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유능한 사이버 전사들이 암호화폐 해킹에만 활용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순진하고 비상식적 발상이다. 만약 북한이나 적성국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어 우회 유통하는데 공공기관이 이를 차단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유사한 일탈행위가 넘쳐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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