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취미인 게임을 허용하지 않는 부인 때문에 결혼 생활이 괴롭다는 한 남편의 사연이 전해져 여럿의 이목을 끌고 있다.
외벌이로 일하는 결혼 13년 차 남성 A 씨는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 따르면 그는 최근 부인과 갈등을 겪었고, 갈등의 시작은 그의 취미인 ‘게임’에서 불거졌다.
결혼 전 여러 취미 생활을 즐겼고, 그중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다는 A 씨는 결혼 이후, 특히 아이가 태어난 이후론 마음대로 게임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아이 앞에선 게임을 하지 말라’는 부인의 지시 때문이다.
자녀들이 잠들고 난 뒤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해 주긴 했지만, 아이들이 밤 11시가 넘어야 잠드는 탓에 사실상 다음 날 출근하는 직장인으로서 게임할 시간은 충분치 않았다.
그렇게 참고 참다 A 씨는 그만 ‘금기’를 어기고 말았다. 스트레스가 최고조로 쌓여 ‘오늘만큼은 좀 풀어야겠다’ 싶었던 그는 안 자고 휴대전화 게임을 하는 자녀를 지켜보다 자신도 몰래 방으로 들어가 조용히 컴퓨터를 켰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A 씨는 부인에게 이를 들키고 말았다. A 씨 부인은 ‘애들 있는 데선 게임하지 말라’는 말을 남편이 어기자, “컴퓨터를 꺼라”, “왜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며 화를 냈다.
평소 같았으면 부인의 말을 따랐을 테지만, 이날만큼은 A 씨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종교며 취미며 지금까지 배우자가 원하는 남편, 가족상이 되기 위해 배려해 온 자신을 몰라주는 부인이 야속하다고 느꼈고, 결국 쌓인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그는 “내가 왜 이것도 못 하냐, 이건 약속이 아니라 강요 아니냐, 전업주부고 본인은 할 거 다 하면서 나는 (퇴근하고) 남은 시간에 게임 하나 못 하냐, 나도 좀 (내가 하고 싶은 것) 하자”며 부인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게임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했다. 몇 차례 게임 중단을 경고한 부인이 결국 가까이 다가와 조이스틱(게임 컨트롤러)을 빼앗고 바닥에 던진 것이다. 컴퓨터 책상 위에 있는 물건도 다 쏟아버렸다고 한다.
욱한 감정에 서로 욕설까지 내뱉으며 갈등이 커지자, A 씨는 더 큰 싸움을 피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갔다가 분을 삭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A 씨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를 망연자실하게 했다. 조이스틱은 박살 나 있고 카메라도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이게 맞느냐”며 “외벌이로 일하면서 이것저것 다 참는다. 스트레스받아도 가족들과 맛있는 거 먹고 좋은 풍경 보러 다니며 푼다. 근데 그걸로 해소되지 않은 힘듦도 있지 않냐. 내가 온전히 좋아하는 걸 해야 좀 나아지는데, 귀가 후에 (잠들기 전까지) 끽해야 두 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인데, 그 정도 자유도 없이 사는 게 맞느냐”며 한탄했다.
A 씨의 사연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은 여기에 공감과 분노를 표했다. 그가 올린 글에는 이틀 만에 댓글 1670여 개(23일 오전 11시 기준)가 달렸다. ‘좋아요’를 누른 이들도 500여 명에 달했다.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와 진짜 너무하네요”, “이대로는 오래 같이 못 살 거 같다”, “진짜 지옥이 따로 없다”, “이건 선을 넘었다”, “이것도 폭력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던지고 부수는 건 아니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는 “남편에 대한 존중이 없는 듯… 안타깝네요”, “그런 일을 겪고도 ‘싸울 것 같아서 나왔다’, ‘평소라면 참았을 텐 데’라고 하는 것만 봐도 그동안 남편이 얼마나 배려하며 살았는지가 느껴지네”, “대화로 잘 풀어나가길 바랄게요”, “마음고생 심했겠네요. 힘내세요”라며 그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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