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범죄에 엄격한 미국 법체계…“한국 법원과 큰 차이”
국내 피해자 20만 명 추산…“소송은 한국, 집행은 미국서”
구속기소된 한창준 테라폼랩스 CFO 상대로 민사소송도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가 한국 대신 미국으로 송환된다. 금융 범죄에 엄격한 미국의 법체계상 중형이 예상되면서 민·형사 재판에 관심이 모아진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증권 사기‧시세조작 등 8개 혐의로 기소된 권 대표는 미국 뉴욕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하는데,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형량이 100년 이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김정철 법무법인 우리 변호사는 “미국은 주(州)마다 다르긴 해도 다수 피해자에 대한 금융 범죄에 대해선 엄하게 다스린다”며 “우리나라에서 금융범죄인 라임 사건의 주범들이 조 단위 문제를 일으켜도 20년 안팎의 형량이 선고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85조 원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 주범인 버나드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다”며 “테라·루나 관련 피해 금액과 피해자 수, 범행 수법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하면 권 대표 역시 징역 100년형 이상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미국 법원은 한국보다 훨씬 중형을 선고할 가능성이 큰 만큼, 권 대표가 사법 거래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재산 범죄 같은 경우 미국은 범죄수익이 환수된다면 형량을 많이 깎아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앞서 가상화폐 거래소 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는 FTX 파산 이후 증권 사기, 돈세탁 등 7개 혐의로 기소됐는데, 지난해 11월 배심원 재판에서 모두 유죄 평결을 받았다. 3월 말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최대 115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권 대표가 주도한 테라·루나 프로젝트 붕괴 피해액은 전 세계적으로 약 59조 원으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 피해자만 약 2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권 대표는 형사 재판과 별도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소해 민사 재판도 받을 예정이다.
한 변호사는 “권 대표가 한국 국적도 있기 때문에 (국내 피해자들) 소송은 한국에서 하고 집행은 미국에서 할 듯하다”며 “부동산 등 국내 재산은 집행이 가능하다. 집행권원을 확보하면 권 대표 명의 재산은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권 대표는 테라·루나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22년 4월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와 세르비아를 거쳐 몬테네그로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가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위조된 코스타리카 여권을 소지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미국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등 8개 혐의로 기소했고, 한국 법무부도 즉시 몬테네그로 당국에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다. 외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법원은 전날 권 대표를 미국으로 송환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한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은 기각했다.
지난해 3월 권 대표와 함께 검거됐던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 한창준 씨는 이달 6일 국내로 송환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테라·루나 피해자들은 권 대표와 한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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