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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노후주택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리모델링 사업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이 신규 주택 공급 효과가 큰 데다가 탄소 배출량도 적은 만큼, 재건축과 ‘보완 관계’에 놓일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리모델링협회는 2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당면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한국에서 리모델링은 무분별한 재건축 추진 방지, 주택 수명 연장을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재개발, 재건축 활성화 정책이 나오면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모든 건축물을 재개발, 재건축할 수도 없고 불가능한 만큼 재건축과 리모델링이 보완 관계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건축은 자재 생산, 시공, 해체 등 단계별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에 리모델링이 탄소 중립에 (더) 효과적”이라며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서라도 리모델링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재건축과 달리,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의 정비 사업이다.
주제 발표 이후 진행된 전문가 토론 세션에서도 리모델링의 순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제언들이 나왔다. 이원식 포스코이앤씨 상무는 “리모델링은 기존 건축물을 이용해 자원을 최적 활용하는 사업이고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는 기능도 뛰어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건축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배제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양한 리모델링 준공 사례로 안전성은 이미 검증됐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법제처의 유권 해석 이후 현장에서 리모델링 추진이 더 어려워진 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법제처는 지상층 필로티 설치에 따른 1개 층의 상향을 수평 증축이 아닌 수직 증축으로 보는 유권 해석을 내놓았고, 이후 안전진단을 두 차례 거치게끔 규제가 강화됐다. 송득범 법무법인 영진 변호사는 “(2차 안전진단 실시는) 법률 조문상 과도한 해석으로 보인다”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택법을 개정해 정확한 적용 범위를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현장은 100석 규모의 좌석이 모자를 정도로 업계와 리모델링 추진 조합의 관심이 뜨거웠다. 행사를 주최한 김학겸 한국리모델링협회 회장은 “모든 노후 건축물을 재건축하는 것은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정책 입안자, 건설사업자, 주민 모두 힘을 합쳐 제도 변화를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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