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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일 밀리고 원정 진료…”앞으로가 더 걱정” 파업 장기화 우려(종합)

연합뉴스 조회수  

강원 주요 병원 전공의 약 250명 사직서 제출…일부 진료 업무 이탈

각 병원, 중증 응급환자 위주 진료 전환…도, 비상진료체계 가동

전공의 집단사직…오늘부터 근무 중단
전공의 집단사직…오늘부터 근무 중단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20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이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한다. 이들 외에도 전국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전공의들은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4.2.20 dwise@yna.co.kr

(춘천=연합뉴스) 이재현 강태현 기자 = “4일 뒤에 입원하기로 했는데 전공의 선생님이 안 계신다면서 입원 일정이 다음 주로 연기됐어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20일 강원 지역 병원에서도 일부 진료·입원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강원대학교병원·한림대 춘천성심병원 등 각 병원에서는 진료 마감이나 장시간 대기로 인한 환자 불편이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파업 장기화에 따른 진료 차질을 우려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잇따랐다.

이날 강원대병원에서 호흡기 내과 진료를 보러 온 오정기(84)씨는 “아직 진료에 큰 차질은 없지만, 이대로 지속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환자를 볼모 삼아 파업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같은 날 춘천 지역 맘카페에는 “강원 지역 병원 파업으로 서울 병원까지 온 사람으로서 화가 난다. 본의 아니게 아픈 게 문제다”, “전공의들 없이 교수님들로만 병원이 돌아가는 탓에 응급수술을 받아주지 않았다”, “전공의 파업으로 제왕절개 등 수술이 미뤄진 분 계시는지. 부디 별일 없이 파업이 끝나길 바란다” 등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또 다른 시민 김모(53)씨도 “아버지의 암 진료를 위해 병원에 동행했다”며 “암 환자는 꾸준한 항암치료가 필요해 혹시라도 파업 장기화로 인해 남은 치료가 늦어지지는 않을까 앞으로가 더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속초에서 춘천에 있는 강원대병원으로 진료를 온 A(66)씨는 “뇌졸중 때문에 원래 서울에서 진료를 보곤 하는데, 의사 파업으로 장시간 기다리거나 제대로 진료를 보지 못하고 돌아갈까 걱정돼 그나마 도내에서 규모가 큰 대학병원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의사들 바라보는 환자
의사들 바라보는 환자

(춘천=연합뉴스) 강태현 기자 = 20일 오전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병원에서 환자가 대화하는 의사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4.2.20 taetae@yna.co.kr

강원대병원 등 진료 차질을 빚는 일부 병원에서는 과별로 진료 일정을 조정하고, 환자 측에 연락을 취해 상황을 안내하고 있다.

강원 지역에서는 약 250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부분 출근하지 않았다.

원주시 일산동에 있는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경우 151명(인턴 42명·레지던트 109명) 중 97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중 인턴 42명과 레지던트 14명이 이날 진료 업무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원주시 보건소는 파악하고 있다.

보건 당국은 레지던트 14명에 대해서는 업무 개시 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날 병원에 경찰력 배치를 요청, 기동대 2중대 1개 제대(20여명)를 배치했으나 이날 현재까지는 요청하지 않았다.

한림대 춘천성심병원은 전공의 50명 중 인턴 11명, 전공의 38명 등 총 49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일부가 업무에서 이탈했다.

병원은 하루 평균 25∼30건 진행되는 수술 일정 중 연기된 수술은 현재까지 없다고 설명했다.

강원대병원도 전공의 101명 중 이날까지 78명이 사직서를 냈으며, 이 중 64명이 진료 업무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파업의 영향으로 현재까지 수술 연기·취소, 전원·퇴원이 발생한 사례는 없었다.

일부 수술 환자에게는 유선상으로 일정 조정을 안내하고, 일부 중단한 전공의 외래 진료에 대해서는 예약이 불가능하도록 조치했다.

강릉시 사천면에 있는 영동 지역의 유일한 상급종합병원인 강릉아산병원 소속 전공의 33명 중 19명이 전날 사직 의사를 밝힌 데 이어 이날도 4명이 추가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강릉아산병원에서는 현재까지 예정된 수술 일정에 큰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환자 피해가 없도록 근무 일정 등을 조정할 계획이다.

전공의 집단 사직에 진료 지연 안내문 붙은 대형병원
전공의 집단 사직에 진료 지연 안내문 붙은 대형병원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필수 의료 핵심인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안과 진료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4.2.20 ondol@yna.co.kr

각 병원은 의료 대란이 현실화하지 않도록 치료가 시급한 환자들을 중심으로 의료 시스템을 전환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응급실, 중환자실의 경우 전문의 중심으로 대응팀을 꾸려 비상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릉아산병원도 권역응급의료센터 역할과 정부의 응급의료체계 유지에 따라 중증 응급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실시하고, 경증 환자의 경우 전원을 권유할 방침이다.

도는 지난 8일부터 비상대책상황실을 운영하는 한편 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기관 14곳(의료원 5곳, 근로복지공단병원 3곳, 국군병원 3곳, 정선군립병원 등)과 시군 보건소·지소에서 비상진료대책을 수립하고 개원의 집단휴진에 대비해 평일 연장 진료·휴일 진료체계를 구축했다.

도에 따르면 현재 26개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이 24시간 운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도내 3개 국군병원(강릉, 춘천, 홍천)에서도 응급실을 민간인에게 개방·운영한다.

다만 도내 응급의료기관 응급실에서도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인력난을 겪고 있어 도는 경증·비응급환자의 경우 지역응급의료기관 또는 일반의료기관을 이용해달라고 당부한다.

이경희 복지보건국장은 “응급진료가 필요한 도민들은 119구급대의 이송 안내에 따라 달라”며 “대형병원의 중증 응급환자 우선 치료를 위해 환자 중증도에 따른 기타 의료기관으로의 전원 안내에 적극적으로 따라달라”고 말했다.

한편 원주시의사회는 오는 22일 오후 5시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 반대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tae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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