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40년까지 한국과 미국 간 실질중립금리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실질중립금리가 생산성 개선을 발판으로 반등하는 동안 한국은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실질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횡보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저성장 기조 속 중립금리에 대한 고민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방향성 변화에 따른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 평가(경제구조변화와 실질중립금리)’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대수명 증가와 양극화 영향으로 실질중립금리 하락에 따른 저금리로 복귀할 것인지, 혹은 정부부채 확대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친환경 에너지 투자 수요로 인한 명목 요인 상승으로 고금리가 고착화될 것인지를 놓고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실질중립금리란 중장기 시계에서 경기를 부양하거나 긴축시키지 않으면서 잠재 GDP와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에 부합하는 실질금리를 가리킨다. 만약 금리가 실질중립금리보다 높을 경우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이 현실화되며 금리가 실질중립금리보다 낮으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나타난다. 생산성이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자본의 한계생산 축소로 투자 수요가 감소해 실질중립금리가 하락하게 된다. 실제 1990년 이후 잠재성장률이 하락 중인 한국은 실질중립금리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연구원이 중첩세대모형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의 실질중립금리를 분석·추정한 결과 200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실질중립금리는 2% 중반에서 0.8%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한국 역시 2000년 초반 1.7%에서 2023년 –0.3%까지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양국의 실질중립금리는 향후 수 년 간 동반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미국 실질중립금리는 곧 반등해 2040년까지 17년여 간 0.75%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한국의 실질중립금리 상승폭은 0.25%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대해 연구원은 “양국이 생산성 개선과 국가채무 확대 등에서 유사성을 보이는 점 을 감안하면 결국 인구구조가 금리경로를 엇갈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추정했다.
연구원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실질중립금리 하향과 고물가 리스크는 결국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상승)을 야기하는 만큼 그에 따른 통화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통화정책이 물가의 구조적 변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공급 관련 충격 영향을 방관하다 결과적 긴축 혹은 물가 불안으로 작용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관리 주체이자 통화정책을 맡고 있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해부터 국내외 중립금리 변화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1월 자신의 스승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와의 대담에서 “개방경제인 한국의 중립금리에 가장 적합한 모델은 무엇인지,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고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이달 초 한국경제학회 공동학술대회 만찬사에서도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중립금리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반면 미국으로 대표되는 선진국의 경우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투자 수요 확대, 인공지능(AI) 등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으로 하락세였던 중립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고 이에 대한 해법 마련 중요성을 학자들에게 호소했다.
한편 연구원 측은 “국내 통화정책 결정을 어렵게 만들 또다른 요인은 내외금리차가 구조적으로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과 미국 간 실질중립금리 역전폭 심화에 따른 환율 상승과 자본유출 우려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 결정으로 자율성이 일정 부분 제약되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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