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매각 1조3250억
1년 동안 두 배 급증
NPL비율 상승 추세
지방은행들이 지난해 손실 처리한 부실채권 규모가 1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부실화가 빠르게 진행된 탓이다. 다만 이 같은 부실 관리에도 건전성 악화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우려가 커진다. 특히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된 만큼 앞으로도 부실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BNK경남·DGB대구·광주·전북 등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누적 상·매각 규모는 1조3250억원으로 전년보다 93.6%(6405억원) 늘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채권을 장부에서 손실(상각) 처리하거나, 자산유동화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매각하면서 건전성을 관리한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전북은행의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182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0.8% 늘어나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은행(4017억원·158.0%) ▲광주은행(1361억원·119.5%) ▲부산은행(3733억원·94.0%) ▲경남은행(2269억원·9.6%)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지방은행들이 부실채권 정리 규모를 확대한 배경에는 길어지는 고금리 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 0.50%였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까지 10차례 연속 인상해 3.50%로 급격히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가계와 기업의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확대됐다.
실제 5개 지방은행들이 지난해 12월 새로 취급한 가계와 중소기업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각각 7.01~10.64%, 6.02~7.67%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 말과 비교해 각각 3.54%~3.75%포인트(p), 2.18%~2.47%p 높아진 수준이다.
문제는 지방은행들이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정리하고 있지만 가계와 기업에 내준 대출에서 부실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5개 지방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 평균은 0.54%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의 전체 대출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은행은 대출채권 상태를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중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을 묶어 구분하는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돼 사실상 떼인 돈으로 볼 수 있다.
지방은행 중 부산은행의 부실채권 규모가 두드러지게 확대됐다. 부산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2%로 전분기 대비 0.15%p나 상승했다. 이 기간 대구은행은 0.65%로 경남은행은 0.39%로 각각 0.09%p, 0.02%p씩 올랐다.
반면 JB금융그룹 계열 은행들은 당장 급한 불은 끈 상태다. 광주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9%로 전북은행은 0.76%로 전분기 대비 각각 0.05%p, 0.24%p씩 하락했다. 두 은행이 그동안 보증서 위주의 보수적 대출 취급에 나서고,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를 확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으로도 지방은행들의 건전성은 악화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이 지난해 2월 이후 금리 동결 기조를 지속하고 있지만 대출자들이 감당하기에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는 탓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입은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대출 원금·이자 상환유예 조치가 지난해 9월부터 종료된 점도 우려를 가중한다. 금융지원 대상자들의 분할 상환이 시작됐는데, 유예 기간 동안 금리가 급격히 오른 만큼 상환 부담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가 아직도 높은 수준이고 대내외 어려운 경제 상황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차주들의 사정이 나아지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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