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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주기 다큐 ‘반란’ 진압하듯”…KBS 비판한 세월호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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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4·16 세월호 참사, 2년 전 10·29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족들과 언론·시민단체들이 19일 서울 KBS 본관 앞에 모여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사태는 공영방송이 참사를 정치적 사안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KBS의 여권 편향 보도 논란에 이번 불방 사태가 더해지면서 박민 KBS 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2024년 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 주최로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4·16 세월호 참사 및  10·29 이태원 참사 등 유족 등이 참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4년 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 주최로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4·16 세월호 참사 및  10·29 이태원 참사 등 유족 등이 참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KBS ‘다큐인사이트’ 조애진 PD는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10주기 다큐 방영이 무산되면서 담당 PD가 다큐 출연자들을 만나 사과 중이고, 주요 출연자들은 ‘10주기가 아니면 출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고 전했다. 앞서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은 이제원 제작본부장이 ‘총선 영향’ 등을 이유로 총선 8일 뒤(4월18일) 방영 예정인 세월호 10주기 다큐를 PTSD 시리즈로 바꿔 6월 이후 방영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KBS PD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등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조 PD는 “(이 본부장은) 2월3일 토요일 밤 10시경 간부들을 소집해 제작일정을 변경하라고 지시했다”며 “전임 본부장 시절 제작이 승인돼 공식 제작 중인 아이템에 대해 ‘반란’이라도 진압하는 듯한 태도였다”고 했다. 그는 다큐인사이트 팀이 국장실에 찾아가고, 담당 PD와 팀장이 본부장 면담을 하며 항의했으나 이 본부장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며 “수많은 어린학생들이 목숨 잃은 국민적 재난의 10주기 방송을 예정대로 방송하기 위해 담당 PD들과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시사교양구역 중앙위원인 그는 KBS 편성규약에 따라 제작 자율성 침해 관련 TV편성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2024년 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 주최로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과 언론시민단체, 4·16 세월호 참사 및  10·29 이태원 참사 등 유족 등이 참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2024년 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 주최로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과 언론시민단체, 4·16 세월호 참사 및  10·29 이태원 참사 등 유족 등이 참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사회적 참사 유족들은 KBS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년 전, 세월호참사로 인한 희생을 교통사고 사망자 수에 빗댄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의 망언 논란을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그는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 KBS의 사장과 제작본부장은 현 정권의 언론 장악과 세월호 지우기에 앞장서서 나팔수와 행동대장을 자처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KBS 자세가 박민 사장 취임 전과 후 급격히 달라졌음을 우리 유족들은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며 “사회적 참사의 당사자들에게 언론의 역할은 너무나 소중하고 크게 와닿는다. 힘없는 우리의 아픔과 진실의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선 언론인들의 사과도 이어졌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언론 노동자들은 10년 전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국민들께 약속하고 어떤 희생을 치러서라도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겠다고 약속 드리고 싸웠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 죄송하고 죄송하다”며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을 모욕하고 국민을 국민의 마음에 끊임없이 상처를 내는 ‘가해 방송’ 중단시키겠다. 이러한 몰상식과 비인간과 몰역사적인 공영방송을 만들어가고 있는 박민 경영진 반드시 끌어내리겠다”고 했다.

강성원 본부장은 “오늘 다시 망망대해를 마주한 이 상실감이 제가 이렇게 큰데, 여기 함께하시는 분들은 얼마나 그 상실감이 크실지 다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이 본부장 지시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거 같아서라면 그런 편향된 정치 프레임에 갇혀 있는 자는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 용산이 낙하산으로 내린 낙하산 사장에게 충성하려는 자가발전 의지라면 그 또한 자격이 없다”고 했다.

▲2024년 2월 1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 준비위원회 주최로 KBS의 세월호 10주기 다큐 불방 규탄 및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KBS '다큐인사이트' 제작진과 언론시민단체 관계자, 4·16 세월호 참사 및  10·29 이태원 참사 등 유족 등이 참여했다. 사진=노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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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시청자위원인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유엔(UN) 피해자 권리장전에 따르면 피해자는 진실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며 “진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바탕으로 표현할 수 있을 때에야 그 진실을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10년이나 지난 지금도 참사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에 입을 막는 것은 명백한 표현의 자유 침해이다. 앞장서서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짓밟고 있는 주체가 공영방송 KBS라는 데 참담함을 느낀다”며 “국민의 방송 KBS가 지금 누구를 위해 방송을 하고 있는지 무게 있게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번 사태를 “윤석열 대통령 낙하산으로 KBS에 들어온 박민 사장과 현재 KBS 경영진의 사실상 총선 개입이자 중대한 제작 자율성 침해”라고 규정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애도는 기억에 대한 권리이자 진실을 파헤칠 때 큰 힘이 된다. 이번 불방 결정은 이 수많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며 우리 사회가 참사 없는 존엄한 사회로 가자는 것을 막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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