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이 2년 만에 연간 실적 1위를 탈환했다. 지난해 연간 순이익 5974억원을 달성하면서다. 한국투자증권은 2021년 연간 순이익 1조원을 넘겨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가 2022년 순이익이 줄면서 3위로 물러난 바 있다.
반면 재작년 주요 대형증권사를 제치고 연간 순이익 1위를 꿰찼던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다만 두 증권사의 순이익 차이는 74억원에 불과하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증권업계는 2022년과 비교해 순이익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재작년과 비교해 순이익이 감소한 주요 대형증권사는 10곳 중 5곳이다. 그만큼 증권업계 영업환경이 쉽지 않았다.
10대 증권사, 22년 대비 순이익 17% 감소
비즈워치가 19일 자기자본 2조원 이상 10대 대형증권사의 지난해 실적을 비교해 본 결과 지난해 10대 증권사의 순이익은 3조425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10대 증권사의 순이익(4조1264억원) 대비 17% 줄어든 수치다.
영업환경이 좋았던 2021년과 비교하면 올해 10대 증권사의 순이익 수치는 더욱 쪼그라든 모양새다. 지난 2021년 10대 증권사는 순이익 8조2663억원을 기록했다. 2021년 대비 2023년 순이익은 무려 59% 줄었다.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순이익을 달성한 곳은 한국투자증권이다. 지난해 597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근소한 차이로 순이익 5900억원을 달성해 2위를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순이익 5739억원으로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어 △삼성증권(5480억원) △키움증권(4407억원) △KB증권(3880억원) △미래에셋증권(2980억원) △대신증권(1563억원) △신한투자증권(1009억원) 순이다. 반면 자기자본 5조원이 넘는 하나증권은 267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10대 증권사 중 유일한 적자를 기록했다.
본업 외 손익을 적용하지 않은 영업이익은 메리츠증권이 가장 많았다. 지난해 881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어 △NH투자증권(7492억원) △삼성증권(7406억원) △KB증권(6802억원) △한국투자증권(6648억원) △키움증권(5647억원) △미래에셋증권(5110억원) △신한투자증권(2531억원) △대신증권(1840억) 순으로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영업손실 334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증권은 “보유자산의 충당금 및 평가손실 반영으로 인해 실적이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순이익 증가율 1위 KB증권
재작년 대비 지난해 순이익이 늘어난 곳은 5곳이다. 이중 순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KB증권이다. KB증권은 2022년 순이익 1948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3880억원으로 99%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1조5851억원으로 전년(14조2700억원)대비 18.81%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6802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2450억원)대비 178% 늘어났다. KB증권은 “상품운용 수익 등 전 영업부문 실적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2021년 영업이익(8213억원), 순이익(6003억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다. 따라서 이번 이익 증감율에는 2022년 감소분에 따른 기저효과가 녹아 있다.
NH투자증권도 2022년 대비 2023년 순이익이 89% 증가했다. 회사는 “거래대금이 증가하면서 수수료수익이 늘어났고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운용전략을 적용하면서 운용수익도 개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타사 대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해외 상업용부동산 관련 손실 규모가 적었던 배경도 있다.
삼성증권도 재작년 대비 순이익이 30% 늘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조1701억원, 영업이익은 7406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브로커리지 매출증가와 IB 및 상품운용손익 및 금융수지 안정화에 따라 실적이 개선됐다”고 밝혔다.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전년 대비 2023년 순이익은 각각 19%, 12% 늘었다. 다만 대신증권은 지난해 매출액 3조8630억원, 영업이익 184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과 비교해 매출액,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대신증권은 “위탁수수료 및 운용부분 수익 증가가 있었지만 주요 종속회사 충당금 적립에 따라 영업이익 규모는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순이익이 12% 증가한 한국투자증권도 매출액은 21조540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23조7575억원) 대비 9.3% 줄었다. 다만 영엉이익은 지난해 6648억원으로 재작년(4001억원) 대비 66.2%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운용손익 확대에 따라 이익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증권 적자…신한·미래도 급감
10대 증권사 중 5곳이 2022년 대비 지난해 순이익이 늘어났지만 반대로 줄어든 곳도 절반을 차지했다.
이중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곳은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의 2022년 순이익은 1306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순손실 2673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영업손실도 3340억원을 기록했다.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낸 것이다.
하나증권이 적자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해외 IB 관련 손실과 충당금 3874억원이 발생하면서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신한투자증권도 2022년 대비 지난해 순이익이 76% 감소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자본시장 활성화에 따라 위탁 및 자기매매 등 영업수익은 증가했지만 2022년 부동산 매각이익 효과가 사라지고 투자상품, 부동산 PF 관련 손실을 인식하면서 전년 대비 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2980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대비 55% 감소했다. 매출액은 20조9532억원으로 2022년(19조1617억원) 대비 9.4% 증가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5110억원으로 전년(8356억원) 38.8% 줄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평가손실, 태영건설 관련 충당금 등을 반영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5900억원) 2위를 달성한 메리츠증권도 2022년(8281억원)과 비교하면 순이익이 29% 줄었다. 매출액은 47조4482억원, 영업이익은 8813억원을 기록하면서 2022년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영풍제지 주가폭락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키움증권 역시 재작년 대비 순이익이 13% 감소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매출액 9조5447억원, 영업이익 564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22년 대비 6.74%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3.98%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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