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에서도 ‘국회의원도 모르는’ 위성정당 산출법이 적용된다. 원내 과반 의석을 점한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을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다. 위성정당은 한 당이 두당으로 나뉘어 한 당은 지역구 선거를 올인하고 다른 당은 비례석에 올인하기 위해 만든 정당이다. 역사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48.1cm짜리 긴 투표용지’의 서막이 열린 건 2019년 4월 22일이다.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과 손잡고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데 합의했다. 통상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려면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사위를 통과해야 한다. 표결 전 여야 협의를 충분히 거치자는 취지다. 다만 이런 과정을 생략할 만큼 사안이 시급하고 여야 모두 동의하는 경우, 기존의 입법 절차를 최소화하고 본회의 표결에 부치도록 한 제도가 패스트트랙이다. 그런데 이날 민주당이 패스트트랙에 태운 건 여야 합의를 건너뛴 공직선거법이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반대를 다수 의석으로 무력화하고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민주당은 고위공직자수사처 설치 법안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을, 군소 정당들은 정당 득표율을 전체 의석 수와 연동하는 비례대표의원 선출 법안을 원했다. 표면적 명분은 ‘원내 다양성 확보’였지만, 양측의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협상이었다. 연동형 비례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당의 의석 수를 미리 나눠 정한 뒤 ▲전체 지역구 당선자 수가 여기에 못 미칠 때 모자란 의석 수의 50%를 비례대표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지역구 의석이 많은 거대 정당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반면, 군소 정당 입장에선 비례 의석 수가 늘어나 원내 진입에 유리하다.
한국당은 여야 합의도 없이 ‘게임의 규칙’인 선거법을 고치려 한다고 반발했다. 나흘 뒤, 민주당과 국회사무처 관계자들이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을 제출하기 위해 국회 의안과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다. 한국당 의원과 당직자들이 의안과 사무실을 점거하고 농성 중인 상황이었다. ‘쇠망치’와 ‘쇠지렛대’(일명 빠루)도 등장했다. 한국당이 걸어 잠근 사무실 문짝을 부수고 뜯기 위한 도구였다. 밖에선 양당 인사들이 몸싸움으로 뒤엉켰다. ‘동물국회’의 부활이었다. 의안과 접수에 실패한 민주당은 전례 없는 ‘전자 발의’로 법안을 발의했다.
◇ 위성정당 앞다퉈 창당… “국민은 비례 산식 몰라도 돼”
여야의 이런 충돌은 ‘위성정당’으로 접점을 찾았다. 한국당은 선거 두 달 전인 2020년 2월 5일 미래한국당을 창당했다. 연동형 비례제에 따라, 모(母)정당 소속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내면 지역구에서 획득한 의석 수와 연동돼 비례 의석에선 손해를 본다. 이를 피하기 위해 오직 비례 후보만 공천하는 당을 만든 것이다. 이를 “민주주의 파괴”라고 비난하던 민주당도 3월 8일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했다. 의석 한 석이 아쉬운 여야는 나란히 ‘꼼수 정당’을 만들고, 비례 의석 산출식도 직접 만들었다. 두 정당 모두 총선 한 달 뒤 모정당에 흡수돼 사라졌다. 합당으로 민주당은 177석, 한국당은 103석의 거대정당이 됐다.
공직선거법 189조에 따라, 지역구 5석 이상 또는 비례대표 선거에서 3% 이상을 얻은 정당에만 의석이 할당된다. 이를 ‘의석할당정당’으로 부른다. 연동형은 국회 총 300석 가운데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의원 당선인 수‘를 제외하고 각 정당의 비례대표 득표율만큼의 의석 수를 계산한 뒤, 그 정당의 지역구 의원 당선인 수를 뺀 나머지의 절반을 비례대표 의석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절반’만 보장하기 때문에 ‘준(準)연동형’으로 명명했다. ‘의석할당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는 무소속 또는 비례대표 득표율이 3%가 안 되는 정당의 당선자 수와 같은 의미다.
수식으로 표현하면 ‘[{(국회의원 정수 300 – 무소속 또는 비례대표 득표율 3% 미만 정당의 당선자 수) x 정당 비례대표 득표율}-정당 지역구 당선인 수]÷2′이다. 다만 47석의 비례대표 중 30석만 ‘준연동형’을 적용하고, 나머지 17석은 예전처럼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내용을 선거법 부칙에 달았다. 이 복작합 식으로 각 당에 배분한 의석이 30석에 못 미치면, 또 ‘잔여배분의석 수’ 계산식을 적용한다. 30석 초과 시 ‘조정의석 수 계산식’을 적용한다. 17석은 과거 20대 총선까지 적용했던 기존 병립형 계산식으로 나눈다. 병립형 수식은 ‘17석 x 정당 비례대표 득표율’이다.
◇ 또 나타난 위성정당… 조국도 송영길도 “연합하자”
국회에서조차 “의원들도 모르는 산식”이란 말이 나왔다. 당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국민은 산식이 필요 없다”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고, 허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국민은 그걸(연동형 비례제 산식) 알 필요가 없다. 국민이 산식 알고 투표하나”고 했다가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직을 사퇴했다. 이런 산식으로 윤미향·최강욱·김의겸 의원 등이 21대 국회에 입성했다. 위성정당의 대표적 폐해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더불어시민당 출신인 윤 의원은 지난해 9월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및 배임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상고 의사를 밝혀 임기를 채우게 됐다. 민주당계 군소 정당인 열린민주당 출신 최강욱 전 의원은 조국 전 장관 아들에게 2017년 로펌 인턴증명서를 허위로 발급해 대학원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의원직을 잃었다. 열린민주당은 이미 기소 상태였던 그를 공천했다. 같은 당 출신 김의겸 의원은 ‘재개발 투기’ 의혹으로 청와대 대변인직을 사퇴했고, 이후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해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 모두 총선 1년 8개월 만에 민주당과의 합당으로 집권당 의원이 됐다.
‘그들만의 계산법’은 이번 4·10 총선에서 또 적용된다. 원내 과반 의석을 점한 민주당이 준연동형을 유지하고 위성정당 창당을 공식화해서다. 국무위원 해임·검사 탄핵, 특검법을 단독처리한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반대해서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과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국민의미래’를, 민주당은 야권 비례정당인 ‘민주개혁진보연합’을 만들고 창당 발기인대회도 마쳤다. 여기에 ‘조국 신당’ ‘송영길 신당’도 문을 두드리고 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돈봉투 수수’ 의혹으로 구속기소 상태에서 창당을 추진 중이다. 지난 13일 창당을 선언한 조 전 장관도 “원내 제3당이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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