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단가는 낮추고 주행거리를 늘려라.”
전기차 수요와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했지만 내연기관차 대비 비싼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철엔 배터리 성능도 함께 저하돼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과학자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성능을 높이고 주행거리를 늘리는 동시에 차량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단가를 낮추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고 최근 집중 소개했다. 전기차 인기가 보조금 추이에 따라 오락가락하지만 배터리를 개선하는 기술로 단점을 보완하면 전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영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을 포함한 12개국이 탄소중립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2035년까지 판매되는 신차를 전부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2021년 1650만 대인 전기차가 2030년에는 3억5000만 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2050년에는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수요가 4TWh(테라와트시)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전기차 대중화를 실현하려면 배터리 전력 및 경제성, 안전성 등에 대한 최적화 작업이 필수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기차에 가장 많이 쓰이지만 충전 시간이 길고 배터리 용량도 한계가 있다. 리튬이라는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생산 비용이 비싸고 과열이나 과충전으로 인한 화재 및 폭발 위험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양극재로는 리튬, 니켈, 망간 또는 리튬, 코발트 산화물이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는 인산철(LFP)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2021년 중간급 차량의 배터리를 LFP로 바꾸기로 했다. 비싼 코발트 사용은 줄이고 니켈 사용을 늘린 배터리도 생산된다. 니켈 함유량이 80%에 달하는 배터리도 상용화했다. 과학자들은 니켈이 90% 포함된 배터리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지속 중이다.
리튬이온 배터리 음극재인 흑연을 실리콘으로 교체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10배 많은 리튬 원자를 저장할 수 있다. 문제는 실리콘은 충·방전 시 흑연에 비해 3배가량 팽창·수축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는 배터리에 부담을 주며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전환하는 전고체 배터리 연구도 지속된다. 전고체 전지는 액체 전해질 배터리에 비해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나고 폭발이나 화재 위험이 작다. 구조가 단순하며 이론상 낮은 온도와 높은 온도 모두에서 잘 작동한다. 독일 뮌헨공대는 이미 세라믹 전해질을 이용하는 전고체 배터리 제조 회사를 설립했다. 제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균열에 덜 취약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리튬공기 배터리도 리튬이온 배터리를 대체할 유망한 배터리 기술로 꼽힌다. 양극에서 리튬 산화, 음극에서 산소 환원이 일어나는 고체 배터리로 많은 에너지를 보유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가 동전 크기의 리튬공기 배터리를 실험한 결과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배터리 수명은 길었다.
전기차 제작 비용에 초점을 둔 연구들도 진행 중이다. 희소한 자원이 아니면서 채굴 시 환경 피해가 크지 않은 금속을 이용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시도다. 미국 배터리회사 퀀텀스케이프는 리튬공기, LFP 등과 같은 대체 음극을 연구하고 있다.
리튬을 마그네슘, 칼슘, 알루미늄, 아연 등으로 대체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값비싼 리튬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질을 활용하려는 의도다. 이 중 소듐(나트륨)에 대한 연구가 가장 활발하다. 소듐은 주기율표에서 리튬 바로 아래에 위치해 리튬보다 좀 더 무겁지만 화학적 성질은 비슷하다. 소듐은 리튬보다 1000배 풍부한 자원이기 때문에 가격상 이점이 크다.
중국은 소듐이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 데다 소듐이온 배터리로 구동하는 소형 저가 자동차도 공개했다. 자동차의 가격은 약 1만 달러(약 1330만 원)로 책정될 예정이다. 단, 배터리의 무게 때문에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은 과학자들이 풀어야 할 숙제다.
네이처는 “배터리 원자재 가격은 줄이면서 성능을 높이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전기차 가격을 안정화하고 친환경 교통 수단의 대중화 및 탄소 없는 사회를 실현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세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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