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실 경고음이 커지면서 한국 금융권으로 위기가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는 해외 부동산 투자로 최소 1조원 넘는 평가 손실을 기록하는 등 해외 부동산과 관련한 리스크가 구체화되고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8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해외 부동산 대출과 투자 자산 규모는 △하나금융 6조2458억원 △KB금융 5조6533억원 △신한금융 3조9990억원 △농협금융 2조3496억원 △우리금융 2조1391억원 등 20조원이 넘는다. 해외 부동산 투자 건수는 총 782건으로 집계됐다.
해외 부동산 관련 투자는 대부분 부실 우려가 큰 북미와 유럽에 집중돼 있어 지난해부터 해외 부동산에 대한 투자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다. 5대 금융그룹은 대출 채권을 제외하고 수익증권과 펀드 등 512건의 투자에 총 10조4446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이들 자산에 대한 평가 가치는 총 9조3444억원으로 애초 투입한 원금보다 1조1002억원 줄어든 상태다.
해외 부동산 관련 자산의 부실 규모가 점차 커지자 각 금융그룹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장부에 이들 손실을 반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4분기 2670억원, 연간으론 6000억원가량 해외 부동산 평가 손실이 반영됐다. 신한금융은 지난해 4분기에만 1300억원, KB금융지주도 100억원 정도 손실액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아직 구체적 액수를 확정짓지 못했지만 이미 일정 수준 이상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주사들은 포트폴리오가 안정적이고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쌓은 만큼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의 절대 규모만 놓고 보면 국내 부동산 PF 대비 절반 이하 수준이다. 국내 회사들은 선순위 위주로 투자했고 투자 규모도 자산 대비 1% 안팎이어서 손실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형 부실이나 시장 전반으로 리스크가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위기가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등으로 번질 수 있어 당분간 위기론은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 상황이라는 점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돌출할 수 있고 정보 접근도 제한적이어서 실적 방어가 예상보다 힘들 수 있다.
선순위 투자라 하더라도 담보가 되는 자산의 가치가 급락하면 100% 원금 회수를 장담할 수 없고 연체가 장기화하면 부실채권화할 우려도 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익스포저가 향후 18~24개월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해외 부동산과 관련해 1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지주사는 올해도 선제적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비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금리 인하기와 맞물려 순이익 감소가 불가피한 금융사에 또 다른 악재가 발생하는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미국발(發)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어디까지 번지는지에 따라 손실율도 달라질 것”이라며 “올해 본격적인 투자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수시로 금융시장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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