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판매량은 줄어들 것, 낙관 금물” vs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냐”
주요 기획사, 대거 신인 론칭·해외 투어 확대로 대응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최재서 기자 =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K팝 시장을 놓고 새해 들어 우려 섞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K팝 위기론’을 불러온 대(對)중국 음반 수출이 완전히 회복하지는 않은 데다가, 일부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 감소가 감지돼서다.
가요계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부재에 공연장 부족까지 덮친 만큼 올해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최대 호황 뒤 역기저효과 우려…대중 수출액 반등할까
18일 가요계에 따르면 이 같은 우려는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수년간 K팝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서 출발한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통계 기준 지난해 K팝 음반 수출액은 2억9천23만1천달러(약 3천870억원)로 전년 대비 25.4%나 급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또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작년 총 앨범 판매량(1위부터 400위까지의 판매량 합계 기준)은 1억1천58만장으로 전년 대비 50.1%나 증가했다. 연간 앨범 판매량이 1억장을 넘긴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런 호황 속에 세븐틴을 필두로 역대 가요계 첫 주 음반 판매량(한터차트 기준) 1∼5위는 모두 지난해 나왔다.
이 때문에 역기저효과를 딛고 새해에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는 의심하는 목소리가 크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올해 앨범 판매량은 획기적인 전환이 있지 않은 한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새해 들어 신보를 발표한 A 그룹은 첫 주 판매량이 전작 대비 약 40% 감소했고, 가수 B 역시 약 32% 줄어들었다.
여기에 더해 ‘K팝 큰손 고객’인 중국 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점도 변수다.
작년 대중 음반 수출액은 3천390만달러(약 453억원)로 전년 대비 34.0%나 감소했다. 그나마 지난달 수출액은 209만7천달러(약 2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70.3% 수준까지 올라왔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6∼10월 중국 수출액이 급격하게 빠져나갔고, 이후 회복되는 추세인데 둘 다 이유를 모르는 게 문제”라며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더해 ‘그림자 규제’가 있는 게 아닌가 한다. K팝 팬이 줄어들었다면 점진적으로 감소해야 하는데 지난해 어느 달은 97% 감소하는 식으로 빠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BTS도 없는데…’알짜 수익’ 낼 공연장도 없다
K팝 시장을 선도하던 방탄소년단이 작년 연말 전원 군 복무를 시작해 올해 팀 활동을 기대할 수 없는 점도 마이너스 요소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지난해 활발한 솔로 활동을 펼쳐 지민과 정국이 각각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지만, 올해는 군 복무로 이마저도 기대하기 어렵다.
물론 먼저 입대한 진과 제이홉이 각각 6월과 10월 전역 함에 따라 이들의 솔로 활동 가능성은 있다.
또 근래 최고의 주가를 올리는 세븐틴 역시 올해 1995년생 멤버 에스쿱스와 정한의 입대를 앞두고 있다.
앨범 판매와 더불어 주요 수입원인 콘서트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잠실주경기장이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고, 고척스카이돔과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각각 야구·축구 시즌이 시작하면 대관이 쉽지 않다.
세븐틴이 아이돌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인천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게 된 것은 이러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서울에서는 ‘체급에 걸맞은’ 마땅한 공연장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KSPO돔과 인스파이어 아레나는 꽉 채워도 1만5천석 규모다. 뭘 해보려고 해도 대형 공연장이 나오지 않는다”며 “올해 (국내) 콘서트 횟수는 늘어날 것 같은데, (규모 때문에) 수익이 많이 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 “허리띠 졸라매고 열심히 해야”…신인 파종 나선 기획사들
이에 각 기획사는 올해 앨범 판매량 감소에 대응해 해외 콘서트 투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신인 데뷔에 대거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브는 투어스(TWS)·아일릿·캣츠아이, JYP는 비춰(VCHA)·넥스지, SM은 NCT 위시·나이비스·영국 보이그룹·신인 걸그룹을 각각 데뷔시켰거나 준비 중이다.
대형 가요 기획사들이 이처럼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해에 신인을 대거 내놓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또 다른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올해는 여건이 작년처럼은 좋지 못한 것이 사실로, 낙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며 “각 기획사가 올해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열심히 뛰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각 기획사에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많이 내놔 라인업이 풍부해지는 방법으로 K팝 시장이 복원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K팝 음반 시장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글로벌 대형 마켓 위주로 수출이 다변화되는 등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며 “중국 변수가 큰 것은 맞지만, 이미 바닥은 찍었다고 본다”고 짚었다.
이어 “방탄소년단이 없는 상황에서도 지난해 총 음반 판매량이 1억2천만장 가까이 됐으니, 올해도 다른 쪽에서 채울 수 있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판매량이 빠진다 해도 1억장 선은 버텨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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