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직전인 이달 8일 2620.32로 한 주를 마무리했던 코스피 지수는 16일을 2648.76으로 마치며 전주 대비 상승에 성공했다. 14~15일 지수가 흔들리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금요일(16일)에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서며 2640선을 회복했다.
올해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Buy Korea)’ 행보가 눈에 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이달 16일까지 32거래일 동안 유가증권 시장에서 9조6460억원을 순매수했다. 연도별 같은 기간 최대 기록인 2012년(1월 2일~2월 16일)의 8조9850억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신승진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매수 강도가 강해지고, 매수 종목도 확산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준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외국인 수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작년 11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으로 매수해오다가 이달 들어 달라졌다”며 “현대차·기아·KB금융·하나금융 등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의 순매수 비중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했다.
기업가치 제고 기대감이 다가오는 3월 주주총회 시즌과 맞물려 당분간은 시장 관심이 이와 관련된 투자처로 몰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2월 15일 기준 주주환원 언급 건수는 167건으로, 작년 2월의 193건 대비 86.5% 수준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속도라면 300건 이상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난해 주주환원 논의가 역대 급으로 활발했는데, 올해 더 활발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달 말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발표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환원 확대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물산, KT&G, 삼양그룹, 현대엘리베이터, 7대 금융지주 등이 이런 요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한 주주들의 환원 요구, 주주총회·이사회에서 나오는 기업 대응이 2~3월 중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역대급으로 관심이 높아질 3월 주총 시즌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노동길 연구원은 “주주환원 수익률 상위 종목군 중심의 대응 전략이 유효하다”며 시가총액 1조원 이상 기업 중 주주환원 수익률 상위를 차지하는 종목으로 HD현대인프라코어, 휴젤, 기아, 우리금융지주, JB금융지주, SK텔레콤 등을 꼽았다.
2023년 4분기 어닝 시즌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굵직한 발표 일부는 아직 남아있다. 이번 주에는 21일(현지시각)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있다. 전기차 업체 리비안과 루시드 실적도 공개된다. 김윤정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해당 기업들의 실적·가이던스에 따라 주 후반 인공지능(AI)·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 등 관련 업종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 실적이 나오는 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월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의사록도 공개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의사록을 통해 통화정책 스탠스, 양적긴축(QT)에 대한 연준 위원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 등락과 차익 매물 출회의 빌미가 될 수는 있지만,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충격 변수는 아닐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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