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전공의 전원이 다음주 월요일(19일) 사직서를 내고 화요일(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 중단에 나선다고 예고했다. 이에 보수‧진보 일간지를 대표하는 조선일보와 한겨레가 일제히 이들의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17일 <환자 건강 생명 지키는 의사가 노조원 같을 수는 없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우리나라 상위 1% 연평균 소득은 2억 원 남짓인데, 개업 의사들은 연평균 3억4200만원(2021년 기준)을 벌고 있다. 정부 발표대로 이번 대학 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2000명씩 5년간 1만 명 늘리더라도 실제 의사가 나오는 10년 후엔 의사 인력이 7~8% 늘어나는 수준이다. 그만큼 늘더라도 개업의 소득은 3억1000만~3억2000만원 정도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면서 “노조원도 아닌 의사들이 이 정도 수입 감소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환자 생명을 담보로 집단행동에 나서겠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 생각을 물어보니 ‘긍정적인 점이 더 많다’가 76%, ‘부정적인 점이 더 많다는 16%였다. 이 정도면 의대 증원이 국민의 뜻이라고 할 수 있다”며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의사는 돈 더 받는 것이 최대 목표인 노조원과 같을 수 없다. 의료계가 본분을 지키며 인내하고 희생하면 결국 더 많이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같은 날 <진료거부 선언 전공의, 의대 증원 추진 때마다 명분없는 집단행동>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또다시 환자를 볼모로 삼아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인가. 전공의들은 2020년에도 집단휴진으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까지 발생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의사 인력을 늘리고 필수·지역의료 붕괴를 막자는 것이 진료를 중단하고 환자를 위급한 상황에 빠뜨릴 만큼 반대할 정책인가”라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또 “전공의들은 주 80시간 이상 열악한 근무환경의 개선을 요구하면서 정작 의대 증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의사 인력의 증원과 감원을 동시에 논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간 의-정 협의에서 국책연구기관의 추계조차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억지를 부려온 것은 다름 아닌 의사단체였다”면서 “의사를 단 한 명이라도 늘리려면 의사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2020년 집단휴진 사태에서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전임의 10명을 고발했지만 나중에 이를 취하했다”며 “정부도 이전처럼 전공의 집단행동에 굴복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 논조다. 중앙일보는 같은 날 <환자 볼모로 한 의료계 집단행동 용납 못 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4년 전에는 코로나19가 워낙 심각했기 때문에 의료계 반발에 정부가 물러설 수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는 게 현 정부의 판단”이라며 “의사가 진료 행위를 할 수 있는 건 국가에서 면허를 받았기 때문이고, 국가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의료계가 불만이 있더라도 정부와의 논의에 대승적으로 참여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다. 그렇지 않고 지금처럼 의대 증원에 ‘무조건 반대’라면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은 17일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에 비대위는 동료 의사로서 깊이 공감하고 존중하며 지지한다”면서 “단 한 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이 정부를 향해 “상황의 심각성을 냉정하게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의대 증원 및 필수 의료패키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한 가운데 의사협회 비대위는 오는 25일 대규모 규탄대회를 예고했다.
동아일보는 17일 <빅5 병원 전공醫 “전원 사직”…응급-수술 대란 막아야>란 제목의 사설에서 “온라인에는 ‘어머니가 20일 폐암 수술을 받기로 했는데 수술이 밀렸다’는 등 피해를 호소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5대 대형병원 의사 중 전공의가 39%를 차지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빠지면 응급실과 수술실이 사실상 마비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환자의 생사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일반 의사들까지 파업에 가세한다면 국민의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며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란이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가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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