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의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가 늦어지고 있다. 하위 20% 명단에 포함된 현역의원은 감점 등 불이익으로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에 준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민주당은 공천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꼽히는 현역의원 평가 결과의 개별 통보를 늦춤으로써 잡음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평가 결과에 반발하는 의원들의 제3지대 합류를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이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에 해당하는 31명에게 결과 통보를 늦추면서 시간을 끄는 이유에 관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애초 통보시점을 ‘2월 초’로 잡았다가 ‘설 연휴 이후’로 늦췄고 지난 13일에는 선거구 획정 미비를 이유로 더 연기될 가능성을 내비쳤다.
김병기 공천관리위 간사는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하위 20% 대상자는 임혁백 위원장이 직접 다음 주 초쯤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위 20%에 해당하는 현역의원은 경선 득표수의 20%, 최하위 10%에 속하는 의원은 30%가 감점된다. 경선 도전자들이 정치신인이거나 여성’청년으로 가산점을 받는 사례가 많은 점을 감안할 때 하위 20% 대상자들은 공천을 받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민주당이 현역의원 평가 결과 통보를 늦추는 것을 두고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보를 늦춰 제3지대인 개혁신당으로의 이탈을 최소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은 오는 19일부터 당내 경선이 시작되는데도 여태껏 평가 결과를 통보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5명의 현역의원을 확보한 뒤 기호 3번을 노리는 개혁신당에서는 민주당 하위 20%에 속한 현역의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입작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이낙연 개혁신당 공동대표는 14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하위 20% 현역의원 이탈 규모를) 예측하긴 어렵지만 많이 오면 좋겠다”며 “전부는 아니겠지만 (개혁신당에 오는 의원들이) 아주 없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상황도 하위 20% 결과 통보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전략공천이나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공천 여부를 두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 사이의 신경전이 발생했다. 또 노웅래, 기동민 의원 등 재판을 받고 있는 일부 의원들의 컷오프와 관련해 잡음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재명 대표가 14일 자신의 SNS에 “새 술은 새 부대”라고 적은 글을 두고 공천 물갈이를 시사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 대표가 13일 심야에 일부 의원들과 비공개로 컷오프 관련 논의를 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당내 분위기가 술렁이는 모습이다.
다만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은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 대표와 의원들이) 모여서 누구누구를 컷오프 하겠다는 모임을 했다는 건 사실관계가 상당히 왜곡된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노웅래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비공식 논의 구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결정적 내용의 논의를 하고 언론에 알린다면 이는 명백한 밀실 논의”라고 비판했다.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 대표와 민주당 공관위가 하위 20% 현역의원들에게 결과를 통보하면서 오해를 풀 수 있는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공천 갈등을 조기에 매듭지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나온다.
한국갤럽이 13일부터 15일까지 실시해 16일 발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주 전 조사보다 4%포인트 하락한 31%를 기록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7%로 3%포인트 올랐다.
특히 무당층이 21%→24%로 늘어난 점이나 빅텐트를 구축한 개혁신당 지지율이 4%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공천 갈등이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금 (민주당은) 하나가 돼서 싸워도 될까 말까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대승적 결단을 통한 감동과 승리의 공천으로 선거구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