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2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선 출마자들을 대상으로 한 선거기획업체들의 ‘선거 컨설팅 패키지’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선거 컨설팅은 선거 경험이나 지원 인력이 부족한 정치 신인들을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데요. 유권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부터 선거 전략 수립까지 선거 전반에 걸친 컨설팅을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선거 컨설팅 패키지 비용은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저 2000만원부터 비싼 경우 1억원이 넘는 상품도 있습니다. 기본 패키지에는 이미지(PI) 콘셉트와 전략기조 수립, 캠페인 방향 수립, 메시지 자문, 홍보 자문 등이 포함되는데요. 추후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현수막과 유세차 비용 등을 포함해 전체 비용이 억 단위로 불어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최소 2000만원’ 선거 컨설팅 패키지가 공천 보장?
문제는 공정성입니다. 예비후보들에게 컨설팅을 제공하는 선거기획 업체들 중 특정 정당의 예비후보 적합도 조사 등을 실시하는 곳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데요. 이번 총선 공천 관련 적합도 조사를 맡은 6개 업체 중 3개 업체가 따로 직접 선거 컨설팅 패키지를 판매하거나 협력업체를 통해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공천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한 선거 전문가는 이와 관련, “당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업체가 특정 예예비후보들에게서 돈을 받고 컨설팅을 제공하면 불공정 경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선거기획 업체가 여론조사를 실시한 지역에 출마하는 예비후보들에 대해서는 컨설팅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정치권에서는 공천 컷오프와 직결되는 경선 관련 적합도 조사를 담당한 업체들에게 컨설팅을 받는 것이 수능 출제자에게 과외 받는 것과 똑같은 불공정 상황이라는 비판까지 나옵니다.
공직선거법
[시행 2024. 1. 29.] [법률 제19855호, 2023. 12. 28., 일부개정]
제8조의9(여론조사 기관ㆍ단체의 등록 등) ① 여론조사 기관ㆍ단체가 공표 또는 보도를 목적으로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려는 때에는 조사시스템, 분석전문인력, 그 밖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으로 정하는 요건을 갖추어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서면으로 그 등록을 신청하여야 한다.
중략
⑤ 선거여론조사기관(그 대표자 및 구성원을 포함한다)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관할 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해당 선거여론조사기관의 등록을 취소한다. 이 경우 제3호에 해당하여 등록이 취소된 선거여론조사기관은 그 등록이 취소된 날부터 1년 이내에는 등록을 신청할 수 없다.
1.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한 경우
2. 제1항에 따른 등록 요건을 갖추지 못하게 된 경우
3.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와 관련된 죄를 범하여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의 선고를 받은 경우
후략
현행 공직선거법은 여론조사 기관의 등록과 자격 기준을 명시해두고 있는데요. 여론조사기관이 선거 컨설팅을 진행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을 마련해놓지 않고 있습니다. 공천 예비후보 적합도 심사를 진행하는 업체가 공천 후보자들과 별도의 계약을 맺고 선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도 법으로는 이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인 겁니다.
경선 적합도 조사를 담당하면서 컨설팅까지 진행하는 일부 업체는 이해충돌 소지를 피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끼고 우회적으로 선거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여론조사를 담당하면서 선거 자문을 해주면 외부에서 공정성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보니 본사에서 직접 담당하지 않고 협력업체를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는 것이죠.
한 정치 전문가는 “당의 적합도 조사 결과 관련 정보를 미리 알면 컷오프 여부나 전략 공천 가능성을 먼저 유추하고 물밑 작업도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적어도 당무에 개입했던 사람은 최소 다음 선거까지는 컨설팅을 못 하게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벌금 100만원 이상’ 선거법 위반…당선돼도 의원직 상실
총선 분위기가 달아오를수록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는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특히 요즘처럼 선거를 한달여 앞둔 시점은 선거법 위반 사례들이 부쩍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무엇보다 공정해야 할 공직 선거운동에서 반칙을 한 사람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불이익이 돌아갑니다. 때로는 잠깐의 유혹을 이기지 못했다가 그간 들인 공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기도 합니다. 당선 무효가 되는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지난 8일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원심 판단을 확정했습니다. 임 의원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는데요.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서 의원직을 잃게 됐습니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금고형 이상의 형벌(집행유예 포함)을 선고받은 경우 피선거권이 박탈돼 의원직을 잃게 됩니다.
임 의원은 지난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소속 경기 광주시의원 등을 통해 선거운동에 참여한 당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데요. 또 같은 해 진행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도 광주시장에 출마할 예비 후보를 식당으로 불러 모 협회 임원진들에게 인사를 시킨 후 식사비 46만7000원을 결제하게 한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당선무효를 면한 사례도 있습니다. 지난달 22일 제주지방법원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영훈 제주지사에 대해 벌금 9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화되는데요. 10만원 차이로 당선 무효를 피한 겁니다.
오 지사는 6·1지방선거 선거운동 기간 전인 2022년 5월 16일 도내 모 단체 대표 A씨와 공모해 선거사무소에서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을 개최하며 사전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단체자금 550만원을 선거운동 대가로 모 경영컨설팅업체 대표 B씨에게 건네기도 하는데요. 검찰은 돈의 성격을 정치자금으로 보고 오 지사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적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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