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대표팀, 대회 개막전서 폴란드에 3-1 승리
(부산=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직원들에게는 작지 않은 걱정거리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축구계의 이른바 ‘탁구게이트’때문이다.
탁구게이트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출전했던 축구대표팀이 요르단과 준결승전 전날 일부 선수들이 탁구를 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폭발해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진 사건이다.
부산 세계탁구선수권 조직위는 이 대회가 한국 탁구 100주년에 처음으로 안방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인 만큼 홍보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런데 탁구게이트가 터진 뒤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탁구’로 검색하면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등 축구 선수와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만 나오고 있다.
16일 부산 세계탁구선수권이 개막한 뒤로도 그렇다.
조직위 홍보 담당자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다. 뭘 어떻게 해 볼 도리도 없다”며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지만 탁구 대표팀이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스포츠 팬들의 관심도 점점 ‘진짜 탁구’로 옮겨올 터다.
이날 오전 대회 개막전에서 한국 남자 대표팀은 ‘복병’ 폴란드에 매치 점수 3-1로 승리하며 가뿐하게 도전을 시작했다.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대표팀 선수들과 주세혁 감독은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탁구게이트와 관련한 다소 짓궂은 질문도 유쾌하게 받아넘겼다.
축구, 탁구 팬들 사이에서는 장우진의 몸에 이강인의 얼굴을 합성한 사진이 화제가 됐다.
주세혁 감독에게 해당 사진을 봤느냐고 묻자 그는 “우리끼리 엄청 웃었다. 대회 홍보는 제대로 되지 않겠느냐”며 크게 웃었다.
‘주인공’ 장우진도 즐거워했다.
느닷없이 한 중국 팬이 보내준 소셜 미디어 메시지로 해당 사진을 보게 됐다고 한다.
장우진은 “탁구게이트 사건으로 중국이 더 난리라던데, 사진을 잘 보니 나더라. 왜 굳이 나를…”이라며 박장대소했다.
장우진은 ‘탁구대표팀은 원팀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당당하게 답했다.
그는 “(은퇴한) 정영식 형, (지금 대표팀에 있는) 이상수 형이 문화를 많이 바꿨다. 선후배 간에 스스럼 없이 대하는 자율적인 분위기”라면서 “우리는 딱히 그런 게 없다. 만약 (불화가) 있었으면 이미 터지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폴란드는 한국, 인도와 더불어 조별예선의 3강으로 분류된다.
어린 선수들의 기세가 좋아 껄끄러운 팀으로 꼽혔는데, 한국은 ‘원팀’으로 첫 고비를 넘겼다.
안재현(한국거래소)이 3단식에서 일격을 당했으나 장우진이 4단식에서 상대를 완파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안재현은 “형들이 이겨줬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장우진은 더 많은 부산 시민이 관중석을 메우고 선수들과 함께 원팀을 이뤄주기를 바랐다.
장우진은 “(첫 안방 세계선수권이다 보니) 여러 가지 환경적인 부분, 홈 어드밴티지가 더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홈 관중, 팬분들을 보면 우리 편이 하나 더 있다는 느낌이다. 마음이 편하다”고 힘줘 말했다.
ahs@yna.co.kr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