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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1’였는데도 남은 집…’무순위 줍줍’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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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청약에서 ‘1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가 무순위 청약에 나서 눈길을 끈다. 3차 ‘줍줍’까지 진행한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 얘기다. 앞서 분양한 ‘청계리버뷰자이’와 가까운 위치이고, 분양가는 더 낮지만 청계리버뷰자이와는 결과가 확 달랐다.

이 단지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6곳이다. 청약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가 속출하면서 건설사들은 집주인 채워넣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무순위 청약 물량을 아무거나 ‘줍줍’할 건 아니라고 지적한다. 분양가 경쟁력과 시장 흐름, 본인 자금 사정을 면밀히 살피는 게 먼저라는 당부다.

서울 동대문 e편한세상답십리아르테포레 위치도 /그래픽=비즈워치

‘100대 1→58대 1→ 86대 1’ 거치고도 8채 남아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구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지난 13일 무순위 3차 청약을 진행했다. 전용 84㎡A와 C 타입 8가구 공급에 730명이 참여해 평균 경쟁률 91.25대 1을 기록했다. 당첨자들은 오는 17일 계약할 수 있다. 입주는 내년 3월 예정이다.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는 답십리17구역 재개발을 통해 최고 21층, 6개동, 326가구로 지어진다. 5호선 답십리·장한평역까지 걸어서 13분 소요된다. 길 건너에 군자초등학교도 있다.

이 단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하는 국민주택이다. 일반분양 121가구 중 97가구가 특별공급됐다. 지난해 10월 일반공급 청약 당시 24가구 모집에 2393명이 몰려 99.7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59㎡A·B, 84㎡A·B·C 타입 모두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그러나 당첨자들이 계약을 포기해 이달 2일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특별과 일반공급 포함해 정당계약 및 예비입주자 계약 이후 54가구가 남아서다. 첫 무순위에는 3138명이 접수했다. 평균 경쟁률은 58.1대 1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잔여물량 15가구가 생기면서 이달 26일 무순위 2차 청약을 실시했다.

2차 때는 1286명이 신청해 평균 경쟁률은 85.7대 1에 달했다. 하지만 절반 넘는 8가구가 또 남았던 것이다. 

시세보다 싼데 미분양?…SH 때문일까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의 분양가(최고가 기준)는 전용 59㎡ 9억2200만원, 84㎡ 11억6800만원이다. 인근에 위치한 ‘답십리파크자이'(2019년 준공)의 전용 59㎡가 9억6000만원(1월27일), 같은 평형의 ‘래미안위브'(2014년)가 10억원(1월4일)에 거래된 점을 고려하면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반면 지난해 12월 분양한 청계리버뷰자이는 더 높은 분양가에도 인기를 끌며 완판에 성공했다. 최고 분양가는 59㎡ 10억4420만원, 84㎡ 12억7710만원 등이다. ▷관련기사: ‘물길 내려다 보이지만 철길도’…청계리버뷰자이 가보니(2023년12월8일)

e편한세상 답십리 아르테포레가 본청약에서 흥행했고 무순위 1·2차 청약도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3차까지 간 이유는 뭘까. 분양가가 시세보다 조금 낮긴 하지만 SH가 사업주체인 국민주택이란 점이 꼽힌다. 민간보다 더 저렴할 거란 기대에 못 미쳤고, 공공 시행 아파트 품질에 대한 의구심을 지우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SH가 사업 주체인 아파트면 민간보다 싸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데, 비슷한 수준에 분양하다 보니 거부감이 일부 있는 듯하다”면서도 “이 정도 분양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어 보이며 잔여물량이 저층 몇 개에 불과하니 무리 없이 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SH 관계자는 “답십리17구역 주민들이 재개발을 추진하다가 도움을 요청해서 SH가 시행만 맡은 사업”이라며 “공공분양이 아닌 민간분양이고, 국민주택도 전용 85㎡ 이하 주택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부자금이 투입된 건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 위치도 /자료=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진입장벽 낮은 무순위 줍줍…신중한 청약 필요성

동대문구 ‘이문 아이파크 자이’도 지난달 9일 무순위 1차 청약을 실시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본청약에서 787가구 모집에 1만3992명이 몰렸던 단지다. 일부 타입은 130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1호선 외대앞역과 가까운 1·2단지와 달리 따로 떨어진 3단지는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관련기사: ’13억은 비싸지’ 이문아이파크자이 청약 저조…’철산’은 1순위 마감(2023년11월1일) 

서울 곳곳의 임의공급도 ‘N차’ 청약이 이어지고 있다. 임의공급은 무순위와 혼용되기도 하지만 최초 모집 때부터 신청자가 적어 미분양이 발생, 다시 분양일정을 정해 입주자를 모집하는 것을 말한다. ‘화곡 더리브 스카이’ 주상복합은 12차, ‘남구로역 동일 센타시아’는 9차, ‘강동 중앙하이츠시티’는 5차,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는 3차까지 실시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국내 거주 성년자 누구나 접수할 수 있어 문턱이 낮다. 임의공급의 경우 사업주체가 별도로 정하는 요건을 적용하기도 하지만 통상 무순위 청약처럼 특별한 조건이 없다. 무순위 청약에 신청이 몰리는 이유다.

한 모집공고에는 “계약의사 없는 ‘묻지마 청약’으로 실수요자의 당첨기회가 상실돼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자금사정 등으로 계약이 불가하거나 청약연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약신청은 자제해 주시기 바란다”는 호소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괜히 무순위까지 왔겠냐’면서도, 무순위 및 임의공급 단지가 모두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의미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입지라면 자금 사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청약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조언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본청약 당시보다 시장상황이 개선됐다면 무순위 청약에서 흥행할 수도 있다. 비싸서 외면받았던 단지가 (주변 시세가) 좀 더 오르면 저렴해 보일 수도 있는 것”이라며 “초기 분양가격 그대로 진행되는 만큼 자신이 가격을 수용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청약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최근 분양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어 과거엔 무난하게 완판됐을 법한 단지도 미계약 물량으로 나오고 있다”며 “무순위 청약은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이 괜찮은 물건을 잡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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