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이런 상황에서도 그 자리를 지킬 자격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가 1년 만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우승을 못해서가 아니다. ‘4강’이라는 기록만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경기력은 역대급 졸전이었으며 감독의 무능은 최고치를 찍었다. 대회가 끝난 후 한국 축구 팬들은 ‘성적에만 몰두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걸 보여주듯 한 마음 한 뜻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외쳤다.
그리고 지난 15일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클린스만 감독의 거취에 대해 논의를 했고 황보관 기술본부장은 “경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브리핑을 했다.
위원회가 언급한 문제점은 크게 4가지다. 전술 능력 부족·의지 부족·선수단 장악 실패·한국 국민 무시까지. 모두 맞다. 축구 팬들도 알았고 강화위원회의에 참석한 ‘축구인들’, 각종 축구계 인물들 모두가 알았다. 위 사항들보다 확실한 경질 사유와 명분은 없다. 당장 감독을 교체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축구협회 최고 우두머리이자 최종 결정권자인 정몽규 회장은 작금의 상황에 대해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한국과 요르단의 4강전 경기가 끝난 7일 오전 2시부터 현재까지 일주일가량 축구 팬들이 분노하는 가운데 두문불출로 방관했다. 지난 13일에 진행된 비공개 임원회의에 당당히 ’불참’을 선언했다.
정 회장이 드디어 사태의 심각성을 느꼈는지 축구협회는 16일 오전 10시에 주요 임원진을 불러 비공개 회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빠르면 16일에 당장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의 경질로 끝이 나면 안 된다는 것을. 최고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한국 축구의 1년을 퇴보시킨 정 회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말이다.
안타깝게도 지금과 같은 상황은 정 회장에게 ‘특별한 사안’이 아니다. 2013년에 정 회장이 취임한 후로 지금까지 반복됐던 사건에 불과하다.
해결 방법은 늘 똑같았다. 감독 교체 그리고 끝. 그렇게 11년이 흘렀다.
이제는 다르다. 어느 때보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외침’이 반영되는 시대로 변했다. 이전처럼 내 자리를 지키며 새로운 감독 하나 데려오면서 책임을 지겠다는 얼토당토않은 말은 통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든 싸울 준비가 되어 있고, 투쟁할 열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적어도 이번에는 이들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말보다 행동으로 증명하는 사람을 우리는 ‘리더’라고 부른다. 분명한 건 한국 축구를 상징하는 축구회관 앞에 ‘근조화환’이 놓이게 만든 인물은 그 누구도 아닌 정 회장 본인이다. 지금 한국 축구 최악의 시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회장직을 포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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