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과천 서울대공원의 국내 최고령 코끼리 ‘사쿠라’가 59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사람 나이로 90세가 넘게 장수한 사쿠라는 지난해에도 발톱병으로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었다.
서울대공원은 14일 홈페이지에 “국내 최고령 코끼리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아시아코끼리 사쿠라가 전날 우리 곁을 떠났다”며 “그동안 사쿠라를 사랑해 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셨던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마지막 가는 길이 편안하기를 함께 애도해 주시기 바란다”는 부고장을 올렸다.
몸무게 2.6t 아시아코끼리 사쿠라는 1965년 태국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지 7개월 만에 일본 다카라즈카시 동물원에서 서커스 활동을 했다. 일본 동물원이 폐업해 2003년 국내로 들어왔다.
사쿠라는 소심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이었다. 서울대공원의 다른 코끼리와 잘 어울리지 못했지만, 동물원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 장수의 상징으로 대접받았다. 사육사들 사이에선 ‘코끼리 할머니’로 불렸다.
사쿠라는 동물보다 사람을 좋아하는 성격이라 사육사들의 얼굴을 알아보고 잘 따르기로 유명했다.
서울대공원에 따르면 사쿠라는 사육사들이 “사쿠라, 이리 와”라고 부르면 천천히 다가와 혹시나 사육사가 다치진 않을까 조심스럽게 긴 코를 내밀며 냄새를 맡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세월은 속이지 못하는지 힘에 부쳐 하는 일이 잦아졌다. 점점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고, 아픈 곳이 늘어갔다.
사쿠라는 수년 전 발톱에 세균이 감염돼 염증이 생기는 ‘조갑염’에 걸렸고, 지난해 9월 악화해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3개월 후, 죽을 고비를 넘겼다. 조갑염은 코끼리에게 흔히 생기는 질환으로, 온몸의 무게를 버티는 발톱 안쪽에 균열이 생겨 세균에 감염되면서 유발된다.
사육사들은 죽다 살아난 사쿠라의 식욕을 회복하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대나무와 과일 등을 제공하고 치료를 위해 곁을 떠나지 않고 보살폈지만 사쿠라는 끝내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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