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가치 상승 관측에 매입 확대
자본력 강화 효과까지 ‘일석이조’
국내 은행들이 안고 있는 국채 자산이 190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 규모까지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새해에는 고금리 기조가 깨지면서 채권 자산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관측에 미리 국채를 쇼핑해 두는 모습이다.
아울러 금융권 전반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자본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은행권이 국채 자산을 늘린 요인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은행 계정 기준 20개 전체 은행이 보유한 국채 자산은 총 189조6197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1.3%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들고 있는 국채가 37조7056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29.9% 증가하며 가장 덩치가 컸다. 신한은행의 해당 자산도 31조6791억원으로 7.7% 늘며 30조원을 웃돌았다.
이밖에 ▲IBK기업은행(18조8664억원) ▲KB국민은행(18조6386억원) ▲우리은행(18조4278억원) ▲하나은행(18조696억원) ▲토스뱅크(9조3312억원) ▲KDB산업은행(7조6723억원) ▲SC제일은행(6조759억원) ▲카카오뱅크(6조2234억원) 등이 국채 보유량 상위 10개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은행권이 국채 매입을 적극적으로 확대한 배경에는 금리 인하 전망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뚜렷한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가격이 상승하고, 반대로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하락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금융권에서는 현재의 시장 금리가 정점으로, 조만간 인하 사이클에 돌입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아직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시기와 폭의 문제일 뿐 올해 안에는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다. 연준은 가장 최근 열린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해오고 있다.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은 네 번째 동결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르면 3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고, 올해 최대 6~7차례까지 금리를 지속적으로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FOMC 정례회의 직후 발표한 전망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가 현재보다 0.65~0.90%포인트 낮은 4.6%(중간값)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두고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고금리 시절 은행들이 쌓아둔 채권의 가격은 점차 오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변동에 따른 효과만으로 자산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셈이다.
은행들은 내심 자본력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은행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인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을 계산할 때 국채는 위험 가중치가 제로인 이른바 무위험 자산이다. 국채가 많은 은행일수록 BIS 비율 관리가 수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권은 그 어느 때보다 재무 지표 관리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이다. 장기간 지속된 고금리로 인해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고 연체로 돌아서는 차주가 많아지면서,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악영향을 주는 형국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표적 안전 자산인 국채는 금융사의 자본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여기에 더해 금리 변화로 인한 자산 가치로서의 기대감까지 커지면서 은행들로서는 장점이 극대화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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