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KDB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거듭 촉구하면서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일부 조직 기능·인력을 이전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의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이 개정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본점 이전과 유사한 효과를 내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해 부산의 조직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커졌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재차 언급하면서 산업은행 내부에서는 올해 하반기 부산을 거점으로 한 동남권 조직의 기능·인력을 보강하는 내용의 조직개편 실시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 정부의 국정과제다.
윤 대통령은 전날 부산에서 민생토론회를 개최하고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조속히 이전해서 글로벌 허브도시 부산을 이끄는 동력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산업은행 동남권 본부에 기능과 인력을 보강하여 부·울·경 지역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대폭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산업은행(법) 개정 전이라도 실질적인 이전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산업은행 내부 관계자는 “대통령이 ‘동남권 본부에 기능과 인력을 보강하라’고 콕 집어 말하면서 조직개편 가능성이 생겼다”라며 “올해 상반기 조직개편은 이미 끝났다고 치더라도 하반기 조직개편에 관련 내용이 반영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미 한 차례 조직개편을 통해 부산에 조직을 신설하고 인력을 이동했다. 산업은행은 지난 2022년 말 산업은행법 개정을 통한 본점 이전이 어렵자 부산·울산·경남 등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투자금융센터를 신설해 본점 직원 84명을 부산 지역으로 발령냈다. 동남권투자금융센터는 동남권 지역의 녹색금융, 벤처투자, 지역개발 업무 등을 중점 추진하고 있다.
만약 본점의 기능과 인력이 부산으로 이동하는 2차 조직개편이 실시된다면 동남권투자금융센터의 역할과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는 마무리된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5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공공기관으로 결정하는 내용의 ‘이전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게재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본점 소재지를 서울특별시로 규정하고 있는 산업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 여당은 산업은행법 개정에 찬성하지만, 야당에서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직원들의 반발도 산업은행이 본점 이전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이 다시 한번 조직개편을 통해 부산 지역에 힘을 싣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이 2년 전 경영진의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결정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법원이 가처분소송에서 사측의 손을 들어줬지만, 아직 항고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사측이 거듭 동남권 조직의 기능 개편과 인력 이동을 밀어붙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가처분소송에서 (노조가) 패소한 핵심 이유가 조직개편이 부산 이전과 상관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만약 이번에 추가로 (조직을) 신설하거나 이동하게 되면 그동안 (조직개편이 부산 이전과 관련 없다는) 사측의 주장과 전면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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