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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건설사 ‘역대급 폐업’… 정부, PF 위험 차단 후 고용 위기 대응 집중

조선비즈 조회수  

지난해 17년 만에 가장 많은 건설사가 폐업한 가운데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차단에 힘을 모으고 있다. 당장 금융 위기를 차단한 정부는 건설사들이 무너지며 발생할 고용 위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부동산 시장이 차갑게 식으며 건설 업계에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건설사 어려움은 커지고 있다. 특히 지방 부동산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으로, 지방 상업용부동산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지난 2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 지난해보다 올해 건설업 전망 더 어두워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건설업체 수는 1948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6년 이래 17년 만에 최대치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PF 시장 경색과 공사비 상승 등이 부담으로 작용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PF 불안이 금융 시장으로 옮겨붙지 않도록 다양한 조치들을 취했다. 건설사가 연쇄 도산하면 이들에 대출해 준 금융회사도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미분양이 늘어난 것도 PF 위기 요인으로 꼽힌다. 국토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기준 총 6만2489가구로 집계돼 10개월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적체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지난해보다 건설 산업에 먹구름이 낀 점도 PF 위기에 기름을 붓고 있다. 지난해 감소한 건설수주 영향으로 올해 건설 투자는 감소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가 1.8%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7%가 증가할 것으로 내다본 전망치보다 크게 쪼그라든 모습이다.

정부는 PF 위기가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으로 지목됨에 따라 금융 불안으로 이어지는 길목을 차단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자금 조달 및 유동성 지원을 위해 저금리 대출로 대환할 수 있도록 PF 대출 대환보증을 신설하고, 책임준공 의무에 대한 이행보증 및 비주택 PF 보증도 확대한다. 85조원 규모의 시장 안정 프로그램을 운영해 부동산 PF 연착륙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시내의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시내의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일을 하고 있다. /뉴스1

◇ 건설업 고용 안정에 집중한 정부

PF 위기가 금융 기관 부실로 갈 가능성을 차단한 뒤 정부는 고용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근로자 임금체불액은 1조7845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2019년(1조7217억원)보다 628억원 늘어났다. 전년과 비교하면 체불액은 32.5%, 체불 근로자는 16% 증가했다.

특히 건설업 근로자의 임금 체불은 전년보다 49.2% 급증했다. 임금체불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2020년 이후 지속해서 늘어나는 추세다. 건설업 임금체불은 지난해 기준 4363억원에 달한다.

주택시장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공사비용 증가, 금리 인상 여파가 건설업 임금체불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시공참여제도가 2007년 폐지됐는데도 무등록 건설업자가 노동시장에 편재한 중층적 하도급 구조여서 임금 체불 발생에 취약한 상황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설사가 도산하면 실업이 확 늘어날 수 있어 고용 시장으로 불이 옮겨붙지 않도록 주시하고 있다”라며 “대형·중견 건설사가 무너질 경우 협력사들도 함께 영향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기업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태영건설이 시공하는 전국 105개 건설 현장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해 임금 체납 현황을 파악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방 부동산 침체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보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사업장의 경우 미분양 등으로 인한 PF 위기가 빠르게 찾아올 수 있고, 상대적으로 중소 건설사가 시공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악성 미분양’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매매할 경우 세금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발표했다. 1주택자가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사더라도 주택 수에서 해당 주택을 제외해 세금 부담을 줄인 것이다. 사업자의 경우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하면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지방의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방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주택 외에도 촘촘한 대책을 세워야 건설업의 PF 불안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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