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주요 9개 아침신문 중 세계일보와 조선일보를 제외한 7개 신문이 비판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총선이 한 개인의 명예회복 무대가 되기엔 소모적 공방이 크고 길 것”이라고 했고 한겨레는 “2심까지 유죄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총선에 뛰어드는 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친다”고 했다.
조국 전 장관은 지난 13일 부산 민주공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능한 검찰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맨 앞에서 싸우겠다”며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일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2심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민주개혁진보선거연합추진단장은 “신당이 만들어지더라도 총선 승리를 위한 선거연합의 대상으로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겨레 “조 전 장관 심경, 인간적으로 이해되는 측면 없진 않지만… ”
진보언론조차 비판하는 모습이다. 경향신문은 14일자 사설 <사법 리스크 품고 ‘조국신당’ 강행, 바람직하지 않다>에서 “유죄로 판결받은 위법행위에 대해 보다 많은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인정받는 게 우선”이라며 “대법원 판결 후 사법 리스크가 엄존하는 시점에 정계 진출부터 강행하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조국신당은 소수의 강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독자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며 “먼지털이식 표적 수사와 기소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창당 명분이 될 수는 없다. 1·2심의 유죄 판정이 결코 가볍지 않고, 총선이 한 개인의 명예회복 무대가 되기엔 소모적 공방 또한 크고 길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2심 유죄’ 조국 총선 참여, 국민이 납득하겠나>에서 “조 전 장관의 행위가 본인의 표현처럼 ‘멸문지화’를 당할 정도인가라는 조 전 장관의 심경도 인간적으로 이해되는 측면이 없진 않다”면서도 “어쨌든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과 일가족의 불법 사례가 드러난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먼저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이어 한겨레는 “조 전 장관에 대한 대중적 명성이 높았던 만큼 ‘내로남불’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도 컸다”며 “유죄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총선에 뛰어드는 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거부하는 것으로 비친다. 특히 형법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자신의 평소 가치와도 맞지 않다. 설령 총선에서 이기더라도, 그것이 사법적 판단을 무효화하거나, 조 전 장관에게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조국신당도 가능?’ 민주당 준연동형 비례제 허점 주장한 신문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조국 전 장관이 창당을 선언하자 “조씨는 우리가 주장하는 병립형 (비례대표) 제도에선 국회의원 배지를 달 수 없지만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이 야합으로 관철하려 하는 준연동형 제도하에선 틈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수신문도 이에 맞춰 조 전 장관의 신당 창당이 선거제의 허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1면 <천안함·광우병 괴담 세력에… 국회 길 터주는 민주당> 기사에 이어 3면 <이런 선거제… 1·2심 유죄 받은 조국도 신당 창당한다> 기사를 냈다. 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14일자 칼럼 <‘식민지 정당’ 환영하는 한국좌파>에서 ‘주도적으로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밝힌 민주당에 “‘맏형론’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민주당이 기획·총괄·운영하는 식민지 정당을 만들어 총선에 임하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위성정당 비례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을 배제하고 강행 처리한 선거법이 모체다. 이 때문에 4년 전 의원 꿔주기, 떴다방 정당 등으로 한바탕 광풍이 분 것을 유권자들은 잊지 않고 있다”며 “유권자들이 지적했듯이 총선이 끝나면 사라질 떴다방 정당에 표를 찍으라는 것은 우리 국민의 높아진 의식에도 맞지 않고 민주주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바닷가의 모래성 같은 1회용 가설(假設) 정당은 어떤 명분을 들이대도 용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범죄자’, ‘사법 우롱’ 등 조 전 장관에 대한 강한 표현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14일자 사설 <조국 신당, 가당치 않다>에서 “국회가 무슨 범죄자가 도망가는 곳인가. 맨 앞에서 싸울 게 아니라 제일 뒤에서 고개 숙이고 자성하고 있어도 모자랄 판”이라며 “무슨 정치범 코스프레할 상황이 아니다. 극소수 지지자는 고개를 끄덕일지 모르나 이미 대다수 국민은 그 뻔뻔함과 모순을 꿰뚫어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신문은 사설 <조국 신당, 국민·사법 우롱이다>에서 “조 전 장관이 총선 출마나 신당 창당을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심각하게 사법 체계를 우롱하는 일”이라며 “사법의 단죄를 정치적으로 희석하려는 한풀이 용도로 총선을 이용한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라고 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의대 증원 반대? 몸값 높이려는 의사들의 지대추구”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를 놓고 정부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대립하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교수가 집단 휴진 등 파업 가능성을 검토한 의사들을 비판하는 칼럼을 냈다. 13일 기준 대전협은 즉각적인 집단 행동에 나서지 않고 비상대책위 전환만을 결정한 상태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서울경제 ‘시론’ <의대 증원에 실패하면 벌어질 일들>에서 “응급실 뺑뺑이와 소아 진료 대란, 가파르게 치솟는 의사 연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비 절반을 조금 넘는 인구당 의사 수. 이 모든 지표가 우리나라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는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고 우긴다”고 했다.
공익이 아닌 개인 이익을 위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사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것은 자신들이 대부분의 의료 행위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 공급을 억제해야 몸값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독점권을 이용해 자신들이 만들어 낸 경제적 가치에 비해 더 많은 몫을 차지하려는 전형적인 지대 추구(rent seeking)”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2020년처럼 의사 파업에 굴복해 의대 정원에 실패하면 더 높은 의사 연봉 부담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OECD 통계에 의하면 2021년 우리나라 의사 연봉은 OECD 평균 대비 1.7배 높았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우리 국민이 의사 연봉으로 매년 10조 원을 더 부담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2021년 평균 연봉 2억 원이었던 전문의 연봉이 최근 3억~4억 원 수준으로 높아졌으니 지금은 20조 원을 더 부담하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
이승만 일대기 다룬 ‘건국전쟁’… 중앙일보 “불편하기보단 반가워”
중앙일보가 논설위원 칼럼에서 영화 ‘건국전쟁’을 놓고 “다큐는 진실의 일부분을 보여줄 뿐”이라면서도 “그렇더라도 불편하기보단 반가웠다”고 평가했다.
고정애 중앙SUNDAY 편집국장대리는 중앙일보 칼럼 ‘시시각각’ <‘건국전쟁’이 말하지 않은 것>에서 “‘건국전쟁’이 다큐멘터리라, 그 내용이 진실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엄밀하게 보면 취사선택한 사실의 나열이다. 상당 부분 맥락이 소거된 채다. 덕분에 이 전 대통령의 공은 크게 증폭됐고 과는 크게 축소됐다. 이승만 정권은 놀라운 성취 못지않게 재난적 말로를 보였다. 다큐는 진실의 일부분을 보여줄 뿐”이라고 했다.
고정애 편집국장대리는 “그렇더라도 불편하기보단 반가웠다. ‘(영화판에) 좌파가 99.9%’란 김덕영 감독의 말이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그동안 대한민국 건국 과정에 대해 자학하는 내용의 콘텐트만 양산됐기 때문”이라며 “지금 현대사는 진영전의 무기다. 이 전 대통령의 ‘이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정당이 원내 1당이다. (중략) 이승만 정권이 대한민국 정부가 아니기라도 한 모양이다. 역사는 선 또는 악 사이 택일이 아니다. 그사이 어디쯤”이라고 했다.
미국 외교관 그레고리 헨더슨도 인용했다.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서 헨더슨은 “미국은 자신들의 이익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던 반면 이승만은 방향감각이라는 것이 있었다. 그에 대한 후세 사람들의 평가가 어떠하든지 간에, 또 민주주의 수행에 그가 과연 진실성을 갖고 있었는지 의심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리고 그의 경제적 지식 결여에도 불구하고 그는 뛰어난 지도자였다. 당시 혼란했던 정세 아래서 철수를 단행한 미국으로선 이러한 인물을 발견한 것이 행운이었다”고 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