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해외로 동분서주하며 생존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은 특히 배터리와 AI 사업에 메시지를 던지고 공격적인 경영을 주문했다. 반도체 업황이 회복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신성장동력 육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설 연휴 기간 동남아시아에서 5박 6일 간 일정을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이번 출장은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이후 첫 공개 행보다.
이 회장은 올해 첫 해외 출장지로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위치한 삼성SDI 배터리 공장을 택했다. 삼성SDI는 현지에 1공장을 가동 중이고, 2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이곳에서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고, 사업 현황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하자”고 말했다.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업황 침체 상황을 인지하고, 독려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투자 확대’를 강조했다는 점에서 배터리 사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지난해 매출 22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지만, 전기차·전동공구 시장 성장세 둔화로 올해 상반기 부진한 성적이 점쳐진다.
삼성SDI는 향후 성장성이 높은 전고체 전지·원형 배터리를 중심으로 수익성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 가운데 말레시이시아 스름반에 짓고 있는 2공장은 삼성SDI의 원형 배터리를 담당하게 된다. 투자비용만 1조7000억원 수준으로, 2025년 최종 완공될 예정이다. 미국을 비롯해 말레이시아를 핵심 원형 배터리 생산 거점으로 삼아 글로벌 공급을 수월하게 한다는 취지다.
삼성SDI는 해당 공장에서 ‘프라이맥스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지름 21mm, 높이 70mm 규격의 프라이맥스 21700 원형 배터리는 전동공구와 전기차 등 다양한 제품에 탑재된다.
이 회장은 출장에서 말레이시아 최대 도시인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들러 현지 시장 반응을 살폈다. 2022년 말레이시아 유통기업 ‘센헹’과 함께 만든 동남아 최대 매장을 찾아 IT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살핀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 1위 국가로,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전략적 중요성이 높은 지역이다.
관련해 SNS에선 이 회장을 목격한 후기가 전해지기도 했다. 현지 교민은 이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며 “운좋게 마주쳤다. 연예인 만나는 것보다 더 설레고 좋았다.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지 등 짤막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19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독일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이후 26~29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3대 전자·IT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석한다.
최 회장은 독일 경제사절단에서 비즈니스 포럼과 현장 양해각서(MOU) 체결 등 경제인 행사 일정을 주로 소화할 전망이다. 독일은 특히 다수의 완성차 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전장·배터리 분야 협력 방안을 집중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MWC에선 AI 관련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SK텔레콤은 지난해 7월 글로벌 통신사와 협력해 AI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를 구축했는데, 당시 최 회장은 협력사들과 적절한 시점에 오프라인에서 만남을 약속한 바 있다.
최 회장은 CES 2024에서도 AI 기술을 유심히 살펴 주목 받았다. 그는 현장에서 “챗GPT가 나온 지 1년 정도 됐는데, 그전까지도 AI가 세상을 어떻게 할 것이란 생각을 안했다. 브레이크스루(돌파구)가 일어나다보니 너도나도 웨이브를 타려고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혜원 기자 sunon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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