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5위 포스코 그룹의 차기 회장 후보로 장인화(사진) 전 포스코 사장이 낙점됐다. 업계에서는 시작 전부터 그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업인 철강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사업의 성장을 함께 도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장 후보는 정통 철강 전문가로 우선 본업을 강화하는데 먼저 힘을 쓸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 후보는 지난 2018년에 이어 두 번째 도전 끝에 포스코 새 수장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는 그룹의 주요 보직을 거친 정통 포스코맨으로 조직 장악력이 강한 데다 신사업에 대한 업무 경험도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관련 기사: 포스코 차기 수장에 ‘내부 인사’ 낙점…장인화 전 포스코 사장(2월 8일)
35년 정통 포스코맨이자 철강 전문가
장 후보는 경기고와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정통 철강 전문가다. 1988년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입사 후 35년 동안 포스코에서 철강생산본부장과 철강부문장 등을 지낸 정통 포스코맨이기도 하다.
그는 특히 지난 2018년 포스코그룹 회장 선임 과정에서 최정우 회장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인물로 알려졌다. 장 후보는 당시 그룹을 이끌었던 권오준 전 회장의 측근이자 그룹 내 실세라는 점에서 가장 유력한 주자로 꼽혔다. 하지만 당시 포스코 그룹에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던 터라 비(非)엔지니어 출신인 최 회장이 그룹을 이끌게 됐다.
대신 장 후보는 이후 최정우 회장 체제에서도 중책을 맡으면서 다시 한번 실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일각에서는 조직개편 과정에서 장 후보가 물러날 거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철강 부문 전체를 총괄하는 철강부문장을 맡았다.
포스코 그룹 측은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에도 장인화 사장의 철강 전문성과 글로벌 역량 등을 활용하기 위해 2021년 3월까지 최 회장과 그룹을 이끌었다”며 “당시 포스코의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신사업과 마케팅 및 해외 철강 네트워크 구축 등 그룹 경영 전반을 주도하면서 미래 먹거리와 사업 방향을 제시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본업 경쟁력 회복 과제…빠른 조직 안정도 관건
장 후보는 우선 포스코 그룹의 본업인 철강 분야의 실적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실제 철강 부문 실적은 건설 경기 침체와 일본·중국 철강사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크게 위축하고 있다.
POSCO홀딩스에 따르면 포스코의 철강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 2021년 8조 4400억원에서 2022년 3조 2360억원으로 급감했고, 지난해에도 2조 5570억원에 그치며 침체 흐름이 이어졌다. 올해 역시 전망이 밝지 않다. 철강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업 업황 악화가 지속하는 데다가 중국이나 일본 등 철강재 수입 물량이 지속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는 탓이다. ▶관련 기사: 내년에도 만만치 않다는 철강업계, 생존 돌파구는?
신사업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도 전기차 수요 둔화와 이에 따른 리튬 가격 하락 등으로 실적이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 부문인 포스코퓨처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78.4% 급감했다. 이를 포함한 친환경 미래소재 부문의 전체로 보면 지난해 161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자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포스코 그룹의 수장이 교체된 만큼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산업 육성 전략을 재정비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CSO) 사장은 지난달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새로운 회장 선임 이후에도 투자를 되돌린다거나 방향을 크게 바꾸거나 포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바 있다. 다만 그는 “만약 환경 변화에 따라 세워둔 중장기 전략 일부가 변경된다면 투자자들과 충분히 상의 후 의견을 나눌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전략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이밖에 이번 그룹 수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과 내부의 어수선한 분위기 등을 안정화해야 한다는 숙제도 안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CEO후보추천위원회 명단에 포함된 사외이사들은 업무상 배임과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장 후보 역시 중국 이사회 출장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포스코홀딩스의 지분 6.71%를 소유한 최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그간 KT, 포스코 등 소유분산기업의 대표이사 선출 과정에 개입하며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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