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탈모 환자가 급증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탈모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매일 복용해야 하는 알약이나 바르는 탈모치료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기존에 없던 성분의 신약부터 한 달에 한 번 맞는 주사제, 붙이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제, 바르는 외용제 등 다양한 형태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흔히 사용되는 탈모치료제 성분은 피나스테리드(오리지널 제품명: 프로페시아)와 두타스테리드(오리지널 제품명: 아보다트), 미녹시딜이 있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남성호르몬 생성을 차단해 남성형탈모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 탈모증이 주로 스트레스, 임신, 갱년기, 폐경 등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남성호르몬 생성을 차단하는 두 성분의 탈모치료제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고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어 대부분 여성에게는 처방되지 않는다.
또 두 탈모약 성분은 피부로도 흡수될 수 있어 여성들은 알약을 손으로 만지는 등 피부에 닿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미녹시딜은 탈모 외에 고혈압 치료제로도 사용되는데 알약 형태의 정제와 두피에 직접 바르는 외용제로 개발돼 있고 남성과 여성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미녹시딜의 부작용으로는 피부 자극, 저혈압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탈모치료제 선택이 제한적인 상황인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탈모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추세다.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제형 개선이다.
인벤티지랩, 올릭스, 종근당 등은 매일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1개월에 한 번 주사제를 투여하는 식으로 대체해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인 마이크로플루이딕스 약물전달시스템(DDS)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인벤티지랩은 대웅제약과 협력을 맺고 탈모치료제 피나스테리드 성분에 자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IVL3001(1개월에 1회)과 IVL3002(3개월에 1회)를 공동개발하고 있다. 전임상과 1상은 인벤티지랩이, 국내 3상과 허가, 판매는 대웅제약이 진행한다. IVL3001은 지난해 호주에서 임상1상을 완료했고 국내 3상을 준비하고 있으며 IVL3002는 호주에서 1/2상을 준비 중이다.
올릭스는 자사가 개발한 자가전달 RNAi 유전자 조절 기술을 적용한 월 1회 국소투여 주사제 ‘OLX104C’를 개발중이다. 현재 호주에서 임상1상을 진행 중으로,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임상 1상단계 부문’ 신규 과제로 선정되면서 2년간 정부로부터 17억원의 개발비를 지원받고 있다. OLX104C는 기존 탈모치료제의 성 기능 저하, 우울감 유발 등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종근당은 두타스테리드 성분에 장기지속형 주사제 기술을 적용해 월 1회 주사하는 탈모 치료제 ‘CKD-843’의 국내 임상1상을 진행중이다.
이밖에 자체 기술을 통해 주사형 탈모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곳도 있다. 큐어바이오는 자체 보유 기술을 통해 모발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 대웅테라퓨틱스는 표적 단백질 분해 기술(PROTAC)로 안드로겐(남성 호르몬)과 프로게스테론(여성 호르몬)을 이중 분해함으로써 모발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전의 탈모치료제를 개발중이다.
유한양행 자회사 애드파마는 애드파마 AD-208은 0.5mg의 기존 두타스테리드 용량을 0.2mg으로 낮춘 저용량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경쟁 약물인 피나스테리드는 저용량인 0.2mg과 고용량인 0.5mg 두 제품이 모두 출시돼 있지만 두타스테리드는 고용량 제품만 출시돼 있는 상태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 모두 초기에 전립선비대증으로 개발됐고 이후 피나스테리드는 세계적으로 탈모치료제로도 허가를 받았다.
반면 두타스테리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단 4개 국가에서만 탈모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탈모치료제로는 저용량이 주로 쓰이는데 두타스테리드 원개발사인 GSK가 시장이 더 큰 전립선비대증에 집중하고 있어 저용량 개발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드파마는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에서 저용량을 선호하는 니즈를 파악하고 두타스테리드 저용량 개발에 뛰어든 것으로 보인다.
유유제약은 올해 두타스테리드 0.5mg을 크기만 3분의 1로 줄인 ‘YY-DUT’의 글로벌 임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두타스테리드는 물에 잘 녹지 않아 연질캡슐 형태로 출시돼 있는데 연질캡슐은 크기가 크고 식도에 달라붙을 수 있는 단점이 있다. ‘YY-DUT’ 기존 치료제 보다 작은 크기로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기존 두타스테리드와 동일한 성분인 만큼 해외에서 임상1, 2상을 생략하고 간소화된 임상3상만으로 빠르게 시장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암세포주 패널과 유전자 정보를 기반으로 한 디스커버리 플랫폼 ‘주얼리’를 통해 발굴한 Wnt 표적 탈모치료제 ‘JW0061’을 개발하고 있다. Wnt 신호전달경로는 세포의 증식·분화, 각 기관 발생과 형태 형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데 JW0061은 Wnt 신호전달을 촉진시켜 모발 재생을 유도한다.
JW중외제약은 지난해 마이크로니들 연구기업 테라젝아시아와 탈모치료제 공동연구 협약도 체결했다. JW0061을 간편하게 피부에 붙이면 되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제로 개발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JW0061은 지난해 국가신약개발사업 지원과제로 선정되면서 2년간 정부 지원을 받게 됐다. JW중외제약은 정부 지원에 힘입어 JW0061를 탈모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탈모 치료제 시장은 지난 2020년 8조원에서 연평균 8% 성장해 오는 2028년 약 19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존 탈모치료제 시장은 품목이 매우 제한적인데다 안전성 문제도 있는 만큼 국산 탈모치료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탈모치료제 시장은 환자층이 성별과 연령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데다 품목이 제한적이어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 분야”라며 “국내 기업들은 개량신약에 대한 역량이 충분한 만큼 다양한 제형과 기전의 탈모치료제 개발이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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