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상여금과 세뱃돈 등을 받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지 고심하는 금융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은 저마다 높은 금리의 특판·적금 상품을 내놓고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이 내놓은 고금리 적금 상품들은 납입 한도가 작고, 만기가 짧아 실제 기대할 수 있는 이자가 제한적이었다. 실익이 없는 ‘미끼 상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은행연합회 따르면 현재 은행권에서 내놓은 자유적립식 적금 상품 38개의 전월취급 평균 금리는 3.48%(1년·단리 기준)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상품군의 기본금리 평균인 3.31%와 비교해 0.17%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금리의 평균치가 4.68%에 달한다는 점에서 금리차는 1.2%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예컨대 BNK부산은행에서 제공하는 ‘너만Solo적금’의 경우 2.4%의 기본금리에 최고 8.9%의 금리도 제공하지만, 전월취급 평균금리는 단 2.7%에 불과했다.
정액적립식도 마찬가지다. 현재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정액적립식 적금 19개의 전월취급 평균금리는 3.3%로, 기본금리(3.12%)와 0.18%포인트 차이를 보인다. 정액적립식 최고금리(4.23%)를 고려할 땐 약 1%포인트 차이가 발생한다. 즉, 기본금리보다 상당히 높은 최고금리를 책정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지만, 실상 받을 수 있는 금리는 기본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은행 적금 상품의 가입조건과 우대금리 등 충족요건을 살펴보면 소비자가 가져갈 수 없는 이자를 제시하는 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 전북은행은 연 최고 13.6% 금리를 제공하는 ‘JB슈퍼씨드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상품의 기본금리는 3.6%다. 여기에 우대금리를 충족하기 위해선 상품 가입자가 매달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JB뱅크’의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이 미션을 수행했을 때 ‘씨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씨드가 ‘슈퍼씨드’인 경우에만 10%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계약 기간에 받을 수 있는 씨드는 최대 11개인데, 당첨 확률은 0.2%에 불과하다. 슈퍼씨드를 받지 못하면 기본금리만 받는 ‘로또’ 금리인 셈이다. 슈퍼씨드에 당첨되지 않으면 최대 불입액(30만원)으로 1년간 매월 납입 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5만9389원에 불과하다.
여타 은행에서 제공하는 적금도 마찬가지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신한 슈퍼쏠(SOL)포인트 적금’의 경우 최고 연 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신한카드 결제계좌 신한은행 지정 시(0.5%포인트) △마이신한포인트 1000포인트 이상 매달 입금 시(0.5%포인트, 최고 연 2.5%포인트)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 상품도 월 납입한도는 30만원에 불과한데, 만기는 6개월로 더욱 짧아 받을 수 있는 이자 역시 최대 2만2208원뿐이었다. 우대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금리는 연 2%대로 떨어진다.
케이뱅크가 지난 1일 선보인 연 최고 10%(기본 3.6%, 우대 6.4%) 금리의 ‘코드K 자유적금’ 상품도 마찬가지다. 선착순 1만좌는 모두 하루 만에 판매됐으나, 만기는 6개월이고 월 최대 납입한도는 30만원이다. 매월 30만원씩 6개월간 납입하고 연 10% 금리가 적용됐다고 했을 때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세후 4만4410원이다. 월 30만원의 연 3.5% 1년 만기의 적금 이자(5만7740원)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또 기존 고객은 상품에 가입할 수 없다.
이런 은행 적금 상품들은 고금리 상품으로 마케팅해 판매되지만, 이자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극히 제한적인 ‘미끼’ 상품이다. 상품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가입할 경우 기대한 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욱이 높은 금리를 받기 위해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커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입 시 각별한 유의가 필요해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새해, 명절, 연말 등의 시기에선 은행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많은 상품을 내놓지만, 예치 기간이 짧고 납입금도 작아 만기 때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작은 편”이라면서 “특판이라고 해도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조건인지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높은 이자만 보고 가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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