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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집·카페 다 죽는다? 윤석열 정부가 거짓말로 호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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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국회 예결위 회의장 앞에서 산재 유가족들의 눈물이 터져나왔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하자는 국민의힘의 제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다. 태안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 2019년 경동건설 건설현장에서 추락해 숨진 고 정순규 씨의 아들 정석채 씨, 그리고 방송 현장의 노동 실태를 고발하고 세상을 떠난 고 이한빛 PD의 아버지 이용관 씨는 엉엉 소리내 울며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민주당이 재계와 국민의힘의 압박에도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사업장 시행 유예안을 거부한 배경에는 산재 유가족들과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있었다. 김 이사장은 의원총회에 들어가는 민주당 의원들의 손을 하나하나 붙잡으며 “산업 현장의 사람을 살려달라”고 눈물로 읍소했다. 의총이 끝난 뒤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산업 현장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현재 시행되는 중대재해법은 그대로 시행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김용균 재단 사무실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만났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를 반대한 이유에 대해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죽음이 줄지 못했다. 그런데도 50인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3년 유예 기간 동안 정부와 기업은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또 유예하자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 또 유예하게 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게 뻔했다“며 “그날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언론들도 중대재해법을 유예해야 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 큰 흐름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김용균 재단 사무실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만났다. ⓒ프레시안(박정연)

본회의가 열린 지난 1일은 여야의 합의가 임박한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법 시행 유예 조건으로 독립적 규제기관인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치를 내걸었고, 반대해 오던 국민의힘은 ‘산업안전보건지원청'(산안지원청)을 설치하겠다고 중재안을 제시했다. 용산 대통령실에서도 산안지원청을 수용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산안청의 핵심인 산업재해 단속·조사 기능을 빼고 예방·지원 기능만 수행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2년 뒤에 설치하겠다는 조건이 붙었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유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여당으로부터 이 같은 제안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 이사장은 여야간 ‘딜’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래서 민주당 의원총회를 찾았다. 그는 “‘사람 살리는 일은 국회에서 할 일이다’, ‘사람 목숨가지고 ‘딜’하지 말라’, ‘죽음을 막기 위해서 반대해달라’,고 의원들 하나하나 붙잡고 읍소했다”며 “사람을 살리는 게 당연한 건데 이렇게 힘든 건가 하는 생각에 원통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족의 손을 잡고 눈물을 보인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1시간 30분 넘게 찬반 격론이 오간 끝에 국민의힘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론을 내렸다. 김 이사장은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이제 죽음을 안 봐도 되겠구나. 단번에 산업 현장에서의 죽음을 막을 순 없겠지만, 사회 안전 시스템이 갖춰지면 죽음이 줄어드니까. 이제 법 체계가 작동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의원들의 양심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본다”며 “그 앞에 기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가능했다. 언론은 시민의 눈이지 않나. 국민들 앞에 민주당이 어떻게 비칠지를 생각하지 않았을까”라고 평가했다.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업의 편에 섰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의 입장 변화만 있으면 협상은 언제든 가능하다”고 추가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김 이사장은 “국민의힘은 사람 살리는 길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며 “기업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노동자 시민은 아예 눈 밖에 있는 것 아닌가. 사람 죽는 것만큼은 여야 막론하고 살려야 하는 입장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당하는 사람은 노동자와 시민이다. 정치나 기업을 노동자 없이 할 수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1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앞에서 회의장으로 향하는 의원들을 향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중대재해법 최종 협상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김 이사장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고도 했다. 일부 언론은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면 식당이나 빵집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고 정부도 이를 방조했다. 하지만 실제 통계는 이와 다르다.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를 보면 사망자는 644명으로 이 중 건설업 사망자가 341명으로 52.9%를 차지하고 제조업 사망자는 171명(26.5%)다. 숙박 및 음식점업 사망자는 5명으로 0.7%에 불과했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나, 전담부서를 두어야 할 의무도 없다. 김 이사장은 “정부가 거짓말로 사람들이 이 법을 오해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영세 사업장이 안전 조치 의무를 준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산재 유족이 있는 현장이면 어디든 나타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이유를 묻자 “사회를 원망했었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용균이가 죽고 사회를 원망했다. 용균이 죽음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산재로 죽었다고 하니 너무 놀랐다. 유족들도 원망했다. 왜 이렇게 많이 죽고 있었는데 다 가만히 있었나. 그 원망을 하다 보니까 ‘나는 그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기 때문에 유족들을 더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싸우고 싶은데 힘이 없어서 못 싸웠고, 어떻게 싸워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운이 좋아서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용균이만 죽었으면 이렇게까지 안 싸웠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회사하고 싸우는 줄 알았는데 나라하고 싸우고, 사회까지 바꾸는 일이더라. 싸우고 싶어도 못 싸우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절로 그렇게 됐다. 결국 사회가 안전해야지 모든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용균이를 잃고 난 다음에 알게 되었다.

김 이사장에게는 산재 유족과 연대하는 일이 아들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번 설에 아들을 보러 갈 것이라고 밝힌 그는 “명절에 용균이 생각이 많이 난다”며 “그래도 제가 사회 일원으로서 사회를 좋게 만드는 데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제게는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아래는 김 이사장과 나눈 주요 일문일답.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김용균 재단 사무실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만났다. ⓒ프레시안(박정연)

프레시안 :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에 대한 유예 제안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부결됐다. 그날 국회 로텐더홀 현장에 계셨다.

김미숙 : 이미 법 시행 3년을 유예했고 그동안 아무것도 안 하다가 다시 2년을 유예하겠다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3년 동안 현장에서 준비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준비 없이 또 유예하자는 것은 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봤다. 그래서 이 시도를 막아야겠다고 생각해서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민주당에서도 찬반이 팽팽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민주당은 유예 전제조건으로 산업안전보건청을 요구했는데, 국민의힘은 조사·감독 기능을 뺀 산업안전보건지원청 설립을 제안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와 면담을 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요구했던 것은 독립적 규제기관이지 ‘지원청’이 아니라고,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홍 원내대표는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면담이 끝난 뒤 민주당 의원총회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의원총회가 열리는 곳으로 뒤따라가서 민주당 의원들에게 읍소를 했다.

프레시안 : 그날 민주당 의총장 앞에서 눈물을 흘리시는 모습을 보았다. 의원들 손을 하나하나 잡기도 했는데, 어떤 말씀을 하셨나.

김미숙 : 사람 살리는 일은 국회에서 할 일이다. 그게 최고의 민생이다. 산업재해로 더 이상 죽지않게 해달라. 사람 목숨가지고 ‘딜’하지 말라. 죽음을 막기 위해서 반대해달라. 그렇게 얘기를 했다. 의원들 하나하나 붙잡고 눈물로 읍소했다. 그 날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대거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도 하고, 언론들도 중대재해법을 유예해야 하는 것처럼 보도했다. 그 큰 흐름을 막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대로라면 국민의힘과 산업안전보건지원청으로 민주당이 ‘딜’을 할 것 같았다. 사람을 살리는 게 당연한 건데 이렇게 힘든 건가 하는 생각에 원통스러웠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한 걸 요구하는 건데 국회에서는 ‘딜’을 하고, 국민의힘은 우리 처지를 들어 주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심정이 참담했다. 눈물이 나고 주저앉고 싶었는데 그러고 있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이한빛PD 아버님께서 피켓을 들고 계셨고, 뭐라도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민주당 의원들에게 얘기를 했다.

프레시안 : 민주당 의원총회가 끝난 뒤 부결됐다는 소식을 듣고, 이한빛 PD 아버님과 부둥켜 안았다. 어떤 마음이셨나.

김미숙 : 이제 죽음을 안 봐도 되겠구나. 단번에 산업 현장에서의 죽음을 막을 순 없겠지만, 사회 안전 시스템 갖춰지면 죽음이 줄어드니까. 이제 법체계가 작동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과 국회 의장에게 (유예안을 처리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었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우리를 못 꺾었구나. 그리고 그 자리에 계셨던 기자님들이 의원 한 사람 한 사람 나올 때마다 따라가서 이야기를 듣고 반대 의사가 더 많이 나온다고 알려주기도 했다. 어쨌든 거대 야당이고, 기업에 유착이 된 사람이 있을텐데도 우리와 같은 생각 가진 사람이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리고 민주당 내부에서 결론이 뒤집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놀라웠다. 결론이 날 때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도 했다. 국민들의 바람은 아무도 꺾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

프레시안 : 민주당이 그런 결정을 한 배경에 김미숙 이사장의 존재가 컸던 것 같다.

김미숙 : 민주당 의원들의 양심이 드러난 것이라고도 본다. 그리고 그 앞에 기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더 가능했다. 언론은 시민의 눈이잖아. 국민들 앞에 민주당이 어떻게 비칠지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김용균 재단 사무실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만났다. ⓒ프레시안(박정연)

프레시안 : 중대재해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를 반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김미숙 :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죽음이 줄어들지 못했다. 그런데도 50인미만 3년 유예 기간동안 정부와 기업은 손 놓고 아무것도 안 하다가 또 유예하자는 것이다. 만약 이번에 또 유예하게 되면 법 취지가 무색해질 게 뻔했다. 유예를 계속 하면 법 자체가 무력화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함이 컸다. 그렇게 되면 이 법으로도 산업현장의 죽음을 막지 못하게 되니까. 산안법은 기업이 안전조치를 하도록 하는 자율적인 권고 수준이라 하지 않더라도 벌금 몇 푼만 내면 더이상 처벌이 없었다. 그런데 중대재해법은 처벌 제재가 있으니 실질적으로 현장에서 산안법을 작동하게 만들었다. 이 법은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고자 안전조치를 하라고 만들어진 법이다. 제재가 있어야 기업들이 움직인다.

프레시안 : 권영국 변호사는 민주당 의총 당일 “중대재해법으로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으며 산안법이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되고 현장에서 체감되는 변화 사례를 들은 것이 있나.

김미숙 : 아주 가깝게는 콜센터에 전화했을 때, 콜센터 노동자들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지 말라는 안내말이 나오지 않나. 그리고 이 법이 작동하고 나서부터 건설현장에서 안전모나, 안전화 착용을 필수로 하고 안전 도구에 대한 회사의 지원도 나온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건설현장 뿐 아니라 공장이나, 다른 현장들도 이 법이 시행되면서 안전 예산을 증액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는 현장 상황을 노동자들이 전해준다.

프레시안 : 일부 언론에서는 중대재해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면 빵집과 카페 사장님들이 처벌받을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김미숙 : 윤석열 정부가 기업과 영세사업장이 다 죽는다고 호도를 하고 있다. 사실 식당이나 빵집에서 사람 죽는 일이 거의 없다. 고용부 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업무 중 사망 사고는 644명, 이 중에 식당과 제과점, 카페 등이 해당되는 ‘숙박·음식점업’에서 숨진 사람은 5명으로 0.7%에 해당한다. 2023년의 경우 통계가 확인되는 9월까지 ‘숙박・음식업’ 사망자는 1명으로 0.22%에 불과하다. 그렇게 죽는다고 해서 다 처벌되는 것도 아니고, 안전 조치 의무 위반 등이 밝혀져야 처벌받는다. 또한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두어야 할 의무가 없다. 안전관리자를 전담으로 두어야 할 의무도 없다. 정부가 거짓말로 사람들이 이 법을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프레시안 : 영세 사업장은 경제적으로 상황이 어렵다는 사정을 토로하는 것 같다.

김미숙 : 사실 50인 미만 사업장들 중 금전적으로 풍부하지 않은 사업장도 있다. 안전조치 의무 준수를 위해서 정부 지원이 어느 정도 필요한 상황이다. 3년이란 유예기간을 준 것은 그 동안 안전조치를 지원하고 도와서 갖출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 않나. 정부는 50인 미만 실행하기 전에 이런 틀을 갖출 수 있도록 적극 지원 했어야 했다.

프레시안 : 산업안전청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민주당도 중대재해법 유예 동의 조건으로 산안청을 내걸었다. 이번 협상과 무관하게 산안청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었나.

김미숙 : 산안청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대재해법을 집행하려면 독립적인 기관이 있어야 한다. 독립적인 조사와 수사를 진행하고 제재를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 그런 권한을 수행하려면 관련 예산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산안지원청’은 지원을 돕는 기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중대재해법 때문에 따로 편성된 기관의 예산이 있지 않잖아. 산안청이 실현 가능할 수 있도록 해야할 것 같다. 국민의힘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를 주장하면서 관련 예산을 늘리겠다고 했던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말을 지킬지 궁금하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김용균 재단 사무실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만났다. ⓒ프레시안(박정연)

프레시안 : 국민의힘은 중대재해법 유예에 대한 재협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 같다.

김미숙 : 이미 시행된 법이고,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났나 일년이 지났냐. 법 시행에 대한 결과도 안 보고 안 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이라도 안전조치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역할을 해야 맞는 것 아닌가. 만약 이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유예하게 되면 이미 안전조치 하고 있는 사람들도 바보짓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은 정부도 안하고 기업도 안하고 법이 있어도 소용이 없어지는 상황이 된다. 더 이상 사람이 죽게 만들면 안된다. 안전조치 하면 기업 이미지도 좋아진다. 자기 사업장에서 사람 죽는 걸 누가 좋아하겠나. 그렇게 죽어가는 사람이 없어야 떳떳하게 기업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사람 살리는 길에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이 법을 유예 시키려고 했지 유예에 반대한 사람은 없다. 국민의힘은 기업의 편에 서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노동자 시민은 아예 눈 밖에 있는 것 아닌가. 사람 죽는 것만큼은 여야 막론하고 살려야 하는 입장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을 만들지 않으면 결국 당하는 사람은 노동자와 시민이다. 정치나 기업을 노동자 없이 할 수 없지 않나.

프레시안 : 지난 12월 7일에는 대법원이 김용균씨에 대한 판결이 나왔어요. 서부발전 원청 대표이사를 포함해 고위 경영진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이 나고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는데요.

김미숙 : 부당하고 억울했다. 개정되지 않은 산안법으로도 처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구의역 김군도 원청을 그렇게 처벌하지 않았나. 법원에 수차례 갔는데, 가해자 측에서는 공항 캐리어를 운반하는 컨베이어벨트처럼 안전한데 사람이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했다. CCTV, 목격자가 없어서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산업현장을 감독한 원청 사장이 죄가 없다고 하는 것 아니냐. 아들이 죽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책임소재를 빠져나가려고 죽은 사람한테 덤터기를 씌운다. 원청 사장이 그 위험한 상황을 몰랐을 수가 없다. 사실 이 문제는 용균이 사건만 그런 게 아니라 산재 유족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바다. 원청 사장들은 자기 잘못이 없다고 하고, 죽은 노동자에게 잘못을 떠넘기려고 한다. 이렇게 하면 죄 값을 치르지 않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프레시안 : 사회부에 있을 때 산재 현장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자주 뵀다. 산재 유족들의 사건에 연대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김미숙 : 용균이가 죽고 사회를 원망했다. 용균이 죽음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들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산재로 죽었다고 하니 너무 놀랐다. 유족들도 원망했다. 왜 이렇게 많이 죽고 있었는데 다 가만히 있었나. 그 원망을 하다 보니까. 나는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이 죽기 때문에 유족들을 더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싸우고 싶은데 힘이 없어서 못 싸웠고, 어떻게 싸워야 할 지 모르는 사람도 있었다. 운이 좋아서 용균이의 억울한 죽음이 알려 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용균이만 죽었으면 이렇게까지 안 싸웠을 것 같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처음엔 회사하고 싸우는 줄 알았는데 나라하고 싸우고, 사회까지 바꾸는 일이더라. 싸우고 싶어도 못 싸우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줘야 겠다고 생각했다. 저절로 그렇게 됐다. 결국 사회가 안전해야지 모든 사람들이 안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용균이 잃고 난 다음에 알게 되었다.

프레시안 : 다른 유족들과 연대하는 일이 아드님을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법같다. 이번 설은 어떻게 보내시나.

김미숙 : 용균이가 있는 마석모란공원에 갈 예정이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50인 미만 적용 유예 논란이 됐을 때 용균이가 너무 보고싶었다. 사회가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으니 용균이가 그렇게 된 건데, 내가 이 상황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서 안타까웠고 더 많이 생각 났다. 사실 명절 때 유족들이 참 힘들다. 저도 용균이 생각이 많이 난다. 침대에 누워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세종호텔이나 투쟁하고 있는 현장 몇 군데를 방문할 예정이다. 그래도 제가 사회 일원으로서 사회를 좋게 만드는 데 함께 하고 있다는 게 제게는 큰 힘이 된다.

▲<프레시안>은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김용균 재단 사무실에서 김미숙 이사장을 만났다. ⓒ프레시안(박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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