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단체들이 윤석열 대통령 KBS 녹화 대담에서 KBS가 대통령 홍보 역할에 치중하며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축소시켰다고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8일 논평에서 “대통령 입맛대로 짜고 치는 대본 아니냐는 의혹을 샀던 KBS 특별대담은 공영방송이 홍보대행사를 자처했다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낯뜨거운 ‘김건희 구하기’와 ‘윤비어천가’ 일색이었다”며 “대담에서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정치공작’을 당한 피해자로 규정한 여권 주장을 되풀이하며 명백한 실정법 위반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 없이 구구절절한 변명만 내놨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국민의 분노를 더 키운 건 특별대담을 주관한 KBS의 균형 잃은 태도였다. 대담 진행자로 나선 박장범 앵커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를 직접 표현하지 못하고, 날카로운 질문 대신 대통령 심기 경호와 과잉 의전에 애쓰는 모습으로 일관했다”며 “명품가방 수수 의혹으로 부부싸움을 했냐며 끝까지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권 낙하산’이란 평가를 받는 박민 KBS 사장 체제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민언련은 “언론민주화를 염원하는 국민과 KBS 구성원들이 수십 년간 피땀 어린 노력으로 어렵게 일군 KBS 공공성이 이렇게 무너진 데는 낙하산 박민 사장의 책임이 매우 크다”며 “KBS는 박민 사장 입성 후 보도·시사 프로그램 신뢰도 추락, 편향 인사, 제작 자율성 침해, 일방적 진행자 교체, 임명동의제 무력화 등으로 인해 공영방송으로서 독립성이 빠르게 파괴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 정권 나팔수 노릇을 하던 ‘땡윤뉴스’까지 부활했다. 윤석열 정권과 박민 사장은 기어코 KBS를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전락시키겠다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에서 “사건을 축소하려는 KBS의 의도적 편집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KBS는 언론들이 쓰는 ‘명품백’이라는 표현 대신 ‘파우치 논란’으로 바꿔 쓰면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의전과 경호 문제’로 질문을 열었다”며 “대담과정에서 앵커가 명품백을 굳이 ‘조그마한 백’으로 표현한 것은 사건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고, 녹화·편집된 대담인 만큼 대통령실이 사전에 사건을 축소·왜곡하기 위해 개입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이 사건의 본질은 공직자인 대통령과 그 배우자가 금품을 받으면서 법을 어겼는지, 받은 금품과 그 수수과정에서 확인된 문제를 관련 법에 따라 제대로 조치했는지 여부다. 윤 대통령이 편집된 언론 대담으로 본질을 비틀고, 김 여사가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덮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에 따른 조사마저 거부한다면, 그 자체로 또 다른 위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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