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조용운 기자] K리그 역대 최고 클래스 제시 린가드(32)가 FC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공식적으로 K리거가 된 린가드는 이제 서울 녹아들기에 돌입한다.
서울이 명가 재건을 위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의 린가드를 영입했다. 린가드는 커리어 내내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었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잉글랜드 국가대표도 지냈다. 전성기 시절이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10만 파운드(약 1억 6,000만 원)의 주급을 받기도 했던 빅네임이다. 연봉으로 추정하면 15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K리그에서는 도저히 품을 수 없는 레벨이다. 서울만 하더라도 2023시즌 선수단 임금 총액이 약 130억 원이었다. 그런 서울이 린가드를 영입했다. 지난해 여름 처음 접촉한 뒤 열의를 보여준 모습에 린가드가 한국행을 결심했다.
지난 3일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처음 린가드의 서울 입단이 알려진 뒤 린가드는 K리그의 가장 큰 이슈가 됐다. 한국에 입국했을 때는 수많은 팬이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인산인해를 이뤘다. 린가드도 처음 마주하는 한국 축구팬들의 열기에 사인과 사진을 해주는 팬서비스를 했다. 한 팬으로부터는 단소도 선물로 받았다.
린가드가 모든 계약 과정을 마무리하고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여은주 대표이사로부터 유니폼과 머플러를 전달받았다. 유성한 단장과도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으며 서울 선수로 첫 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가장 궁금한 대목은 어떻게 서울행을 택했느냐였다. 린가드는 “”다른 구단은 구두로만 계약 내용을 전달했다면 서울은 정식 서류를 만들어서 보냈다. 또 맨체스터 훈련장까지 찾아와서 몸상태를 확인하는 열의를 보여줬다. 그 순간 서울만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린가드는 차분히 서울과 한국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지만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 국내는 물론 영국 현지도 상당히 놀랐다. 고민이 깊었을 법도 한데 린가드는 “많은 사람이 다양한 의견을 내긴 했지만 나와 가족들의 의견이 중요했다. 협상을 하면서 가장 우선으로 생각했던 건 하루 빨리 뛰는 것이었고, K리그의 글로벌적인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린가드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실전 몸상태를 만드는데까지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린가드는 지난해 10월 말이 마지막 실전 경험이다. 여름부터 행선지를 찾지 못해 무적 신분이었다. 그래도 서울과 소통하면서 겨울 합류를 위해 나름의 준비를 해왔다.
린가드는 “지난 8개월 동안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간이었다. 경기를 뛴 지 오래돼서 팬들이 내 몸상태에 대해 걱정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올해 1월에는 계약한다는 생각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인 트레이너와 함께 몸상태를 끌어올려왔다”라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린가드가 정상 컨디션을 회복하면 서울은 공격에서 걱정할 부분이 없다. 워낙 재능이 다재다능해 김기동 감독이 매만지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린가드도 “어렸을 때부터 가장 많이 뛰었던 포지션은 10번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그리고 왼쪽 윙어로도 많이 뛰어 가장 익숙한 자리다. 더불어 중앙과 스트라이커도 소화 가능하다”라고 어필했다.
서울은 지난해 에이스 역할을 했던 나상호가 일본으로 이적하면서 자리가 비었다. 최전방도 지동원이 수원FC로 향해 상황에 따라 린가드가 여러 자리를 누빌 수 있다.
린가드 활용법은 앞으로 전지훈련에서 김기동 감독을 기분 좋은 고민에 빠뜨릴 전망이다. 앞서 BBC가 게재한 김기동 감독의 인터뷰를 보면 “한동안 경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바로 영향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시간을 줘야 한다”라고 했다.
서울과 공식 입단식을 마친 린가드는 하루 뒤 2차 동계 훈련지인 일본 가고시마에 합류한다. 오는 21일까지 진행할 가고시마 훈련에서 린가드는 서울 동료들과 전술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시간을 가진다. 린가드는 처음 만날 김기동 감독에 대해 “이기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라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기는 것에 집중하는 지도자인 조제 무리뉴 감독을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김기동 감독님도 기대하고 있다”라고 했다.
린가드는 이날 등번호가 새겨지지 않은 서울의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 관계자는 “가고시마 훈련에 합류하고 감독님과 상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린가드는 그동안 다양한 등번호를 사용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14번을 달았고, 노팅엄 포레스트에서는 11번을 착용했다. 대표팀에서는 러시아 월드컵서 7번, 이후에는 10번도 곧잘 달았다.
현재 서울은 지난 시즌 기준으로 7번과 10번이 공석이다. 두 번호 모두 린가드에게 익숙하다. 다만 10번은 조영욱이 동계훈련에서 달고 뛰고 있어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린가드 마케팅의 출발이 등번호라는 점에서 신중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 입단을 마무리한 린가드는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팬들과 만남을 학수고대했다. 그는 “서울의 팬인 수호신과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다”며 “하루 빨리 경기장에서 봤으면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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