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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은 ‘이재명=범죄자’로 봐…이미지 회복 노력했지만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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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던 사람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학생위원장 직함을 버리고 제3지대행을 택한 양소영 새로운미래 책임위원. 그는 분명하게 말했다. 민주당 생활 시절 자신이 한 모든 발언과 행동은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당 안과 바깥의 인식 차를 좁히려 했을 뿐이었다고 했다. 당 밖 2030이 이 대표를 ‘범죄자’라고 규정하는 것을 보며, 당 대표 이미지 회복을 위해 노력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쓴소리의 대가는 지옥이었고, 억압이었다고 그는 토로했다. 지난해 5월 ‘김남국 코인’ 사태를 계기로 당의 혁신을 촉구한 이후로 그는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댓글 지옥’, ‘카톡 지옥’, ‘팩스 지옥’ 등 온갖 지옥에 소환되어 조리돌림당했다. 당으로부터는 ‘더는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는 압박을 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고초는 그의 몫만이 아니었다. 함께 당의 변화를 촉구한 대학생 당원들도 비판을 넘어선 비난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성인 된 후로 12년 몸담았던 당을 떠나는 선택을 내렸다.

그는 당 수뇌부가 ‘재명이네마을(이재명 대표 지지층 카페)’과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고 했다. 그러니 일반 유권자와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이를 지적하면 돌아오는 것은 억압이었으니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제 말을 편하게 할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양 책임위원이 민주당을 등지고 간 곳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새로운미래다. 그는 “이낙연 (전) 대표에 더 큰 반감이 있었다”면서도 이낙연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재명 리더십은 ‘레드팀’을 배제하는 방식이라면, 이낙연 리더십은 레드팀을 수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도 레드팀 역할을 하겠다며 여전히 쓴소리 역할을 자처했다.

탈당 후 첫 인터뷰에 나선 그에게서 탈당까지의 과정, 제3지대 통합 전망 등을 두루 들어봤다. 다음은 양 책임위원과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나눈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소영 대학생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탈당해 미래대연합(개혁미래당)에 입당한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교수가 수업 중 코인하다 걸리면 문제 아니냐’는 얘기에 기자회견 결심”

프레시안 : 민주당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입당해서 대학생위원장까지 된 과정이 궁금하다.

양소영 : 초등학교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5공 청문회’ 영상을 처음 보며 정치가 멋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광주 출신이라서 정치인은 김대중 전 대통령밖에 몰랐는데, 경상도 사람이 전라도 사람에게 인정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정치인을 꿈꿨고, 성인이 되자마자 민주당 당원으로 가입했다.

입당 후로 대학생위원장에 계속 출마하고 싶었는데 당원 성비가 남성 9대 여성 1이다 보니 위원장은 포기하고 평당원 생활만 했다. 그러다 정치 활동과 생계를 병행하기 위해 당에 입사해 당직자 생활을 시작했는데, 당무를 익히고 어떻게 예산을 집행 받는지도 이해하게 돼서 이 정도면 출마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위원장으로 출마하게 됐다.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하지만 출마 자격 조건이 만 29세 이하여야 해서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도전한 것이었다.

프레시안 : 대학생위원장으로서 목표가 무엇이었나.

양소영 : 궁극적으로 바랐던 목표는 청년 당원들의 지속가능한 정당 활동이었다. 국민의힘의 경우 소위 엘리트, 전문직 종사자 청년도 많고 풍족한 집안 자녀들이 많은 반면, 민주당에는 든든한 배경 없이 그냥 문재인·김대중·노무현 같은 정치인을 좋아해서 활동하게 된 분들이 대다수다. 그래서 청년 정치인들이 지속 가능한 정치 활동을 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당 밖의 2030이 생각하는 인식과 세계관을 당에 전달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고 싶었다. 민주당은 소수정당도 아니고 집권을 했고 앞으로 집권해야 할 수권정당이다. 그런데 대선 패배를 겪으면서 민주당이 지지층만의 목소리를 듣는 한계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당 밖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레시안 : 대학생위원장이 됐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결말을 전혀 생각 못 했겠다.

양소영 : 당연하다(웃음). 나는 이재명 대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던 사람이 아니었다.

프레시안 : 당과 틀어진 결정적 계기가 된 게 지난해 5월 기자회견이었다. ‘김남국 코인’ 사태 이후 당 혁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는데, 어떻게 개최하게 된 건가.

양소영 : 사실 김남국 사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처음 언론 보도가 나왔을 때, ‘코인은 의무적으로 신고할 사항도 아닌데 왜 문제지?’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학가를 돌며 당원이 아닌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 생각을 말하니, 다른 대학생들이 ‘교수가 수업시간에 코인하다가 학생한테 걸리면 문제가 아니냐’라고 하더라. 머리를 ‘띵’ 하고 맞은 느낌이었다. 당에서는 불법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보는데, 국민들은 선출직 공직자로서 옳은가 그른가로 보고 있다는 걸 나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문제가 있다 싶었다.

우리 대학생위원회가 연 기자회견은 정확히 말하면 ‘김남국’에 대한 기자회견은 아니다. 돈봉투 사태부터 코인 사태까지 연이은 악재들에 대해 우리가 먼저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혁신을 당에 촉구하는 기자회견이었다. 마치 내가 김남국이라는 정치인을 특정해서 때리려고 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아니었다. 저도 처음엔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다가 대학생들을 만나면서 반성했듯 그런 차원에서 당에도 혁신을 촉구한 것이었다. 선출직 공직자는 도덕성을 갖추고 있어야 하겠구나, 우리가 더 엄격하게 그 인식을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프레시안 : 기자회견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대학생위원회 내부 반응이 어땠나. 이 정도의 후폭풍을 예상하지 못했나.

양소영 : 기자회견문이 17개 시·도당 공동 명의로 나갔는데, 구성원들이 다 적극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반향이 셀 거라고는 예측하지 못한 것 같다. 저는 어느 정도 예측을 하긴 했다. 송영길 전 대표나 김남국 의원 다 어느 정도 지지층이 있는 정치인들이기 때문에 비판·비난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구성원들이 동의를 하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구성원 대부분이 어린 친구들이기 때문에 내가 예상되는 후폭풍에 대해 미리 언질을 줬으면 어땠을까 아쉬운 마음이 든다.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지난해 5월 1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전국 17개 시·도당 대학생위원회와 공동으로 당 혁신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무너진 도덕성을 회복하고 변화와 혁신을 위해 앞장설 것을 다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톡 감옥’, ‘팩스 지옥’에도 당 보호 없었다…당 대표실서 ‘협박'”

프레시안 : 당시 공격 양상이 어느 정도였나.

양소영 : 악성 댓글은 말할 것 없고 카톡방에 갇혀서 욕먹고, ‘팩스 지옥’도 있었다. 팩스 지옥이 뭐냐면 각 시·도당, 중앙당에 저희를 해촉해야 한다는 팩스가 계속 들어오는 거다. 저희뿐 아니라 당직자들도 너무 힘들었다. 그 당시 저희를 출당이나 징계하라는 청원도 3만 명까지 있던 걸로 안다. 우리는 그 기자회견을 두고 ‘5.12 사태’라고 부른다.

기자회견 끝나고부터 인생이 힘들어지게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큰 사고랑 겹쳐서 더 힘들었다. 5월 12일 오전 기자회견 끝나고 오후에 지방 일정이 있었는데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 입원을 해야 하는데 서울에는 저를 돌봐줄 분이 없어서 고향으로 앰뷸런스 타고 갔다. 그 사이에 저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연락이 빗발치듯 왔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지금 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한다’고 말한 것도 알려지면서 ‘사고 난 것도 쇼’라고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입원한 병원까지 알아내서 쇼 아니냐고 항의한 분도 있었다. ‘그때 사고로 죽었어야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당시 운전한 친구는 손가락 장애 진단을 받을 만큼 큰 사고였는데 그런 상황이 겹치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아무리 욕먹을 각오가 돼있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싶긴 했다. 당 대표실로부터 불려가서, 저는 ‘협박’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협박성 이야기들을 들었다. 저뿐 아니라 다른 시·도당 위원장들이 그 이후로 당내에서 활동하기 어려운 그런 환경이 조성이 됐다. 위원장으로서 많이 미안했고 그 이후에는 연대 성명을 하지 않았다. 차라리 나 혼자 욕먹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땐 공동 성명을 한 것이다 보니,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개인 신상이 털리고 커뮤니티상에 올라가고 사진이 노출되는 그런 일들을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아직까지도 마음고생하는 친구들이 많다.

프레시안 : 당에 보호 요청을 한 것으로 아는데, 별다른 조치가 없었나.

양소영 :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도움을 요청을 했다.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었지만 조치들이 완벽하지 않았다. 저는 대표가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당 대표실에서는 ‘그걸 왜 대표 탓을 하냐’, ‘대표가 말해봐야 지지자들이 안 듣는다’고 했다. 그래서 싸웠다. 지지자들이 대표 말을 안 듣는다 하더라도 당 대표로서 엄중한 경고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지만 보호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6월 확대간부회의에서 내가 당 비판 발언을 해서 기자들이 이 대표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동의한다. 악성문자가 있으면 신고하라’고 답한 게 이 대표가 한 최대의 조치였다. 실효성 없는 말뿐인 것이었다.

당에서는 애초에 보호를 할 생각 자체가 없어 보였다. 그때가 ‘블루웨이브'(당원 커뮤니티)가 생기고 한창 이 대표가 당원존 라이브 방송을 열심히 할 때였다. 일단 난 블루웨이브 오픈도 반대했다. 정당 내 커뮤니티 만든다는 발상이 좀 기괴하다는 생각을 했다.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익명으로 운영되면 발생할 피해가 너무 자명한데 굳이 정당에서 그런 걸 해야 하나 했다. 그래서 ‘블루웨이브를 만들 거면, 당 청원 프로세스에 특정인을 해촉하고 징계해달라고 좌표 찍는 것을 규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런 조치는 없었다.

당원존 라이브도 문제였다. 이와 관련해서도 당에 말씀을 드렸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공격받고 있으면 꼭 내가 아니더라도 대학생위원회 누구라도 출연시킨 자리에서 대표가 ‘이 친구들에 대한 공격을 자제해달라’고 하면 좋지 않겠냐고. 우리를 부르기는커녕 친명 인사들만 불러냈다. 당과 당 대표가 도대체 어떤 노력을 했다는 건지 모르겠다.

당 대표는 당원존 라이브를 통해 일방적 소통,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내가 대학생위원장에 취임하고 나서 임명되고 나서 보니, 20대들이 인식하는 이재명이 생각보다 굉장히 안 좋더라. 범죄자라고 규정했다. 그래서 나는 당 대표 이미지를 회복하는 노력을 좀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2030과 접점을 늘리고 소통하는 게 어떻겠냐고 대표실에 말하면 ‘재판을 일주일에 세 번 가는데 속없는 소리다, 철없는 소리 마라’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당원존 라이브는 결국 본인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는 건데 그거 할 시간에 일반 20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든지 소통 창구 폭을 넓혔어야 한다고 본다.

프레시안 : 또 당에 가지고 있던 문제의식이 어떤 것인가.

양소영 : 가장 큰 문제의식은 당 안과 밖의 온도가 굉장히 다르다는 것이었다. 정치에 별로 관심 없는 내 친구들은 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 달린 악성 댓글들을 보면서 ‘그 기자회견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느냐’며 놀라더라. 포털 사이트에 나오는 메시지들도 ‘민주당 내로남불 반성해라’ 이건데, 민주당은 자꾸 아무런 잘못이 없다니까 그게 이해가 안 갔다.

정당은 문제의 본질을 바라보는 시선을 어디에 두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그러니까 우리는 원보이스(한목소리)로 가야 해’ 이런 식의 태도는 정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당내 인사들이 어떤 잘못이 있더라도 ‘일단 품어야 한다. 우린 가족이다’ 하는 온정주의도 문제였다. 기본적으로 선출직이라는 사람들은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나. 품을 땐 품더라도 잘못을 지적하고 품는 것과 무작정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는 것과는 인식 자체가 다르다고 본다. 이런 식의 인식이 결국 계속 내부 충돌을 만들었던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5.12 이후로 왕따…’행사에 양소영 부르지 말라’는 얘기도”

프레시안 : 당내 대표 ‘비명’, ‘수박’으로 불렸다. ‘5.12 사태’ 전에도 계파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나.

양소영 : 나는 친명·비명 이런 걸 잘 몰랐다. 누가 친명이고 누가 반명인지 관심이 없었다. 정말이냐고 묻고 싶겠지만 정말이다. 그런 계파가 중요하냐, 우리는 대학생 이야기나 정책 이런 것에나 관심 갖자고 해서 다른 의원이랑도 별로 소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마침 우리가 기자회견 했을 때가 계파 갈등이 엄청 심화되고 있던 차였고, 하필 기자회견 후 연락을 준 분들이 다 비명계 의원들이었다.

‘비명’, ‘수박’ 이런 말들이 멸칭이지 않나. 한 번 그렇게 낙인이 찍히고 나니 ‘얘가 말하는 건 다 말이 안 돼’ 이렇게 돼버리더라. ‘수박’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은 주로 ‘친명 호소인’들인데, 그들은 이 대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재명의 이름을 악용해서 지지층을 동원해 악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결국 이런 악행을 제어하지 않은 당이 가장 큰 잘못이라고 본다.

조응천 같은 의원들을 보면 안타깝다. 가만히 있으면 공격받을 일 없고 표 받는 것도 쉬울 텐데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했겠나. 누군가 이들한테 ‘반역자다’, ‘이득 취하려 그랬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이득을 취하려 그랬겠나. 어려운 길을 간 것이다.

프레시안 : 5.12 사태 이후 또 한 번 주목받은 게 6월 확대간부회의였다. 이재명 대표 면전에서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했고, 대의원제 폐지 반대 입장을 내기도 했다. 대의원제 폐지 반대는 ‘비명’으로 낙인찍히기 전부터 지론이었나.

양소영 : 그렇다. 평소 지론이었다. 대의원 제도가 생긴 배경을 봐야 한다. 대의원제는 지역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처음 만들어지지 않았나. 그래서 나는 대의원제를 훼손시킬 경우 소멸 지역에 대한 관심도 줄어든다고 봤다. 특히 민주당은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세가 크지만 영남은 당원이 없지 않나. 그럼 정당 내에서 수도권과 호남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대의원을 줄일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역 못지않게 중요한 게 세대 균형이다. 2030의 정치 효능감 높이는 것은 대의원 배분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봤다. 그런데 이런 것을 다 부정하고 무작정 대의원제를 폐지하라, 줄이라고 하는 게 정말 당에 도움이 될까.

가장 화가 나는 것은 영남에서도 대의원제를 폐지하자고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다. 물론 이분들은 소신이라고 한다. 그런데 본인들은 그런 주장을 통해 영남에서 단수공천을 받겠지만 다른 지역 당원들이 얻는 게 무엇인가. 대의제나 직접 민주주의 중 일방적으로 옳은 것은 없다. 균형과 조화가 중요한 건데, 대의원제 자체를 악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아니라고 본다.

프레시안 : 한동안 확대간부회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소신 발언’ 여파 때문인가.

양소영 : 안 하는 이유에 대해 따로 공식적으로 설명을 들은 적은 없다. 친한 당 관계자가 장난처럼 한 얘기가 “네가 그렇게 면전에서 안 좋은 소리를 하는데 회의를 할 리 있겠냐”였는데, 마냥 장난으로만 들리진 않았다.

프레시안 : 탈당 기자회견에서 ‘당으로부터 압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압박을 말하는 것인가.

양소영 : 기자회견 이전부터 대표실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특정 기사나 ‘재명이네마을’에서 도는 루머들을 텔레그램으로 보내면서 ‘이걸로 회견해봐라’ 하는 오더(주문)가 수차례 내려왔다. 나는 ‘오더’라는 표현이 맞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안 하면 청년위에서 하거나 했으니까. 우리가 느끼기에는 이상했다. 2030 세대의 일반 여론과 전혀 다른 것들을 대표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니 이미 우리와 괴리가 있었다고 느낀 것이다. 사실 나는 재명이네마을이 뭔지도 몰랐다. 대표실 때문에 그 존재를 알았다. 이 분들이 인식하는 여론은 재명이네마을이었고 유튜브였다. 내가 듣기로 예전에는 이렇게 대표실에서 오더가 있거나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끊임없이 그런 오더가 내려왔다.

프레시안 : 압박을 가한 인사로 김지호 전 대표실 부실장을 지목하자, 김 전 부실장이 곧바로 반박 성명을 내고 ‘압력’이 아닌 ‘지원’이었다고 밝혔는데.

양소영 : 그 반박문을 보고 화가 많이 났지만 굳이 그에 대해 다시 공식적으로 반박하지 않았다. 그분은 그렇게 나올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내가 증거도 없이 공적인 자리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겠나. 김 부실장 본인 스스로가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심이 있으면 그렇게 하시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프레시안 : 한동안 비판 발언을 자제했는데 그런 식의 압박 때문이었나.

양소영 : 5월 12일 이후 거의 왕따 생활을 한 것 같다. 물론 당내에 저를 도와주시는 어른들이 계셨다. 하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압박하는 어른들이 참 많았다.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주요 당직 맡은 분들로부터 직접적이든 우회적으로든 압박을 받았다. ‘정신차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욕하시는 분도 있었다. 지역 대학생위원장 불러서 ‘지역 행사에 양소영은 부르지 말아라. 양소영을 부르는 행사가 있으면 참여하지 말아라. 양소영이 참여를 요청하면 나한테 상시적으로 보고하라’는 분들도 계셨다. 그래서 행사를 못 갔다.(눈믈) 그때 생각하니 갑자기 눈물이 난다.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그 친구들(지역 대학생위원장들)이 더 힘드니까 그럴 수도 없었다.

소신 발언을 하고 싶었지만 동력을 많이 잃었다. 후폭풍을 감당하는 게 힘들었다. 저랑 친한 의원들도 고통을 많이 받았다. 출마 준비하시는 분들이 저 때문에 피해를 보게 되니까. 주요 당직을 맡은 분들이 저랑 사적 관계나 친분이 있는 의원들에게 ‘네가 시켜서 (양소영이) 그런 것 아니냐. 네가 오더해서 그런 것 아니냐. 그게 아니라면 그만하도록 하라’ 의원들에게도 이런 압박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런 직접적인 압박이 아니더라도, 어떤 의원님은 나와의 친분 때문에 유튜브 구독자가 몇천 명이 빠져나갔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의원들이 대학생위원회와 행사를 같이 하는 것을 꺼렸다. 예정돼 있던 행사인데도 욕을 먹으니까 못 하겠다고 한 분들도 많았다. 몇 개월 전부터 준비한 행사를 이틀 전에 못 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래서 내가 ‘비명’이 된 것 같다. 비명 의원들만 도와줬으니까. 심지어 ‘양소영을 왜 도와줘야 하느냐’는 의원들도 있었고, 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장을 잡아주는 의원들을 보면서 어른들의 정치가 무서웠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 받는 과정 갑자기 복잡해졌다…’사고쳤다’는 말 들어”

프레시안 : 대학생위원회 운영은 제대로 되었나.

양소영 : 어려웠다. 일련의 사태 이후로 실무적으로 예산을 받는 게 어려워졌다. 5.12 전까지는 예산을 받는 과정이 일사천리였다면 그 후로는 예산을 받아내는 모든 과정이 복잡해지고 까다로워졌다. 똑같은 사업을 하더라도 다른 위원회에 비해 과정이 어려웠고, 위원장인 내가 직접 사무처에 보고를 드리러 가야 한다든지 등 프로세스가 추가됐다. 예산을 아예 못 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액수 자체도 줄어들었다.

프레시안 : 당에서 예산을 받는 과정이 왜 복잡해졌는지 설명을 해주지 않았나.

양소영 : 그냥 말하더라. ‘네가 사고를 쳤으니까, 어른들이 노여워하니까, 직접 가서 설명해야지’ 이런 식이었다.

프레시안 : 이재명 대표와 지난해 12월 면담을 했다고 들었다. 어떤 이야기가 오갔나.

양소영 : 대표실에서 먼저 면담 요청이 왔다. 배석자가 한 분 계시긴 했는데 사실상 독대 자리였다. 세 가지 말씀을 드렸다. 우선 내가 왜 민주당에 쓴소리를 하는지, 20대가 바라보는 민주당의 모습이 무엇인지 보고를 드렸다. 두 번째, ‘스스로 친명이라고 하면서 자기 홍보하는 분들은 대표를 생각하는 분들이 아니다. 염려스럽다’고 말씀을 드렸다. 셋째, ‘대표께서도 당에 레드팀이 있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걸로 아는데, 선택적으로 가용하지 말고 폭넓게 인선하시라’는 이야기를 드렸다. 대표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날 왜 부른 걸까 하는 의아한 생각이 들긴 했다. 그래도 이렇게 독대하며 이야기한 게 처음이었으니 우리 목소리를 좀 반영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나아진 것은 없었다.

프레시안 : 탈당은 언제 마음 먹은 건가.

양소영 : 탈당 고민을 한 건 오래됐다. 침묵하고 있었을 때니까 지난해 10월쯤부터였고. 탈당에 앞서 직을 내려놔야겠다는 생각은 지난해 한참 전부터 했다.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데, 그럼 나만 내려놓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었다. 내가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주변에선 잘 이겨내 보자고 만류하셔서 직을 내려놓지 못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국민의힘에선 윤석열을 추종하고 민주당에서는 이재명을 추종하면 도대체 국민과 20대는 누굴 봐야 하나. 우리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는 어떤 발전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대 양당처럼 남 탓 경쟁이 아닌 국민 삶을 위한 경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가보고 싶었다, 그러는 사이 새로운 정당들이 생겨나고 있었다. 청년 정치인으로서 행동으로 실천에 옮기자는 결심이 섰다.

프레시안 : 당에서 총선에서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지 않은 걸로 안다. 그것도 탈당을 결심하게 된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나.

양소영 : 내가 공관위원회에 못 들어가서 탈당했다는 ‘받은글’ 지라시를 봤다. 저는 5.12 사태 이후 총선 국면에서 배제될 거라고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와 같은 사람들은 다 배제되고 ‘친명 호소인’에 가까운 사람들이 대거 인선되는 것을 보고 자괴감이 들었다. 원래 총선 같은 큰 선거 국면에서는 당에서 통합 노력을 한다. 이견에 대해 수용하고 오히려 신진 인선 배치 등으로 통합하고 새롭게 나아가려는 모습을 보이는데 지금 이재명 지도부 체제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없다. 대학생위원회나 청년위원회 역할은 궁극적으로는 중도층을 향한 외연 확장을 위한 조직인데, 저희가 당원만 보고 있으면 어떻게 정권을 뺏어올 것인가. 더 이상 민주당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탈당을 선택했다. 하지만 탈당이라는 고민은 다신 못할 것 같다. 민주당원 생활이 12년이었다. 기억을 되짚어보면, 지난주는 내가 기자회견장에 어떻게 섰는지도 모를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프레시안 : 탈당은 개인의 결단인 건가. 조직적으로 준비한 건가.

양소영 : 실무 역할을 도와주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혼자 나왔다. 대학생위원회 내에 집단 탈당을 준비하는 그룹이 있다. 저는 만류하고 있는데 당장 내일도 한다고 한다(7일 김민재 경남도당 대학생위원장이 탈당 기자회견을 했다). 저는 못 버티고 나왔지만 위원회 구성원한테 같이 탈당하자고 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이 동참하는 건 그들 개인의 선택이다.

▲새로운미래 이낙연·김종민 공동대표가 7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추모탑에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낙연, 독대 자리서 ‘쿨’하게 과오 반성”

프레시안 : 탈당과 동시에 미래대연합, 지금의 새로운미래에 합류했다. 이곳을 택한 이유는?

양소영 : 다른 정당들에서도 제안은 사실 다 있었고, 이야기를 해왔다. 심지어 개혁신당에서도 개인적으로 아는 관계자분이 제안을 주기도 하셨다, 내가 정당을 택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은 저의 소신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는 곳인지였다. 워낙 미래대연합 의원님들과는 원래부터 꾸준히 소통을 하고 있었고 결을 맞추고 있었던 데다, 범민주·진보 통합으로 가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분들이라고 생각해서 선택했다.

프레시안 : 책임위원 자리를 약속받고 입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양소영 : 그런 식의 기사가 나와서 항의했다. 책임위원 제의를 받아서 간 게 아니었다. 입당 논의 과정에서 내가 제안드린 것은 청년 정책을 즉각 수렴하고 의사 결정 구조에서 협의할 권한을 달라는 것이었다.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논의 중이긴 했지만 책임위원이 되는 것은 일요일(5일)에 결정됐다. 기사가 났을 시점에는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프레시안 : 3지대 통합은 가능하다고 보는가. 또 새로운미래 통합 과정에서 갈등이 표출됐는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양소영 :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에게 여러 선택지를 주고 하나를 찍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난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3당을 하나의 선택지로 만드는 것이다.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기 위해 저도 열심히 소통하려 한다. 얼마 전 새로운미래 합류를 거부한 이원욱·조응천 의원의 상황은 내가 정확하게 알진 못하지만, 이 분들의 마음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3지대 통합 방안이 무조건 어느 것이 옳다고 할 순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한 뜻으로 모일 거고, 그렇게 되기 위해 저도 상시적으로 소통하려 한다.

개혁신당과 관련해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개혁신당이 하는 말을 무작정 ‘갈라치기’로 치부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준석 대표가 노인 무임승차 이야기를 꺼냈을 때도 진보 쪽에서는 바로 갈라치기라고 주장했는데, 이준석 대표가 말하는 것은 수도권과 달리 지역 어르신들이 지하철이 없어서 못 타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쟁하자는 것이다. 이 이슈를 두고 토론할 생각은 하지 않고 ‘갈라치기 한다’는 식으로 메신저 자체를 훼손시켜 버리면 안 된다. 개혁신당 이야기 중에 합리적인 내용이 있다면 같이 소통하고 통합안을 마련하면 되지, 누가 더 우위에 있나 하는 싸움을 하는 건 의미 없다고 본다. 우리가 그러려고 양당을 뛰쳐나온 게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입당 후 기간이 짧긴 하지만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대표 리더십을 비교하자면?

양소영 : 이재명 대표는 내가 보기엔 핑계가 많다. 불체포 특권 포기 선언도 헌신짝처럼 버렸고 선거제 합의도 방치했는데 그에 대한 비판이 나올 때마다 그분의 대응은 똑같았다. 나는 충분히 (유감을) 표현했는데 왜 자꾸 나한테 뭐라고 하느냐는 식이다. 이러실 거면 왜 당 대표를 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당 대표라는 직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이고,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감내해야 하는 지점이 있는데 회피하려는 인상만 받았던 것 같다.

사실 저는 이낙연 대표에 더 큰 반감이 있던 사람이다. 전당원투표를 통해 (서울·부산시장)재보궐 선거 공천을 한 것, 저는 그게 가장 큰 잘못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 입당 전에 독대한 자리에서 ‘나는 당신에 대해 이런 문제의식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분이 매우 ‘쿨’하게 ‘과오가 있었고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반성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하더라. 이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만 봐도 두 사람의 차이가 명확하다. 자신의 잘못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명확한 사람과 잘못을 숨기려는 사람의 차이다.

그래도 저는 이낙연 대표가 미덥지 않아 어제도 ‘앞으로 계속 문재인 정부, 이낙연 대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이낙연 대표는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면서 오히려 ‘나의 지지층으로부터 상처받을 게 염려스럽지만 꼭 그렇게 해주시라’고 간곡하게 이야기하더라. 지켜보겠다. 이낙연 대표는 그 말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그럼 새로운미래에서도 레드팀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나.

양소영 : 그런 역할을 이미 하고 있고 창당대회 때도 ‘민주·진보 쪽에서 해야 하는 일은 왜 5년 만에 정권을 뺏겼는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성찰이 없으면 제3지대는 성공할 수 없다, 우리가 개선할 지점을 받아들이고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낙연 대표 심기 경호 하러 온 것도 아니고 이곳은 이낙연 대선 캠프도 아니다. 레드팀 역할을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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