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 상황에서 주요 상장 건설사들이 모두 눈에 띄는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웃지 못했다. 국내 부동산 경기 악화, 고금리 장기화, 원자잿값 상승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이다.
7개 상장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액은 많게는 30~40%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GS건설은 10년 만에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고, 영업이익률이 오른 곳은 시평순위 10위권 밖인 HDC현대산업개발, 삼성엔지니어링 두 곳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수익성이 전년보다 악화했다. 고금리·고물가와 경기침체 등 외부요인 탓이라기엔 수익성 체력이 너무 허약했다.
매출 100조…영업이익 3.6조 불과
7개 상장 건설사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총 3조6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4조809억원)과 비교하면 11.5% 감소했다. 시공능력평가 1~6위 상위 기업 모두 수익성이 악화했다. 같은 기간 총매출액이 22% 이상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관련기사 :‘큰집’ 덕 보는 건설사들, 덩치 ‘사상최대’지만…(2월7일)
작년 7개사 합산 영업이익률은 3.7%로 재작년 5.1%에서 1.4%포인트나 빠졌다. 1억원짜리 공사에서 370만원밖에 남기지 못했다는 의미다. 영업외비용까지 감안하면 주주 배당 등에 쓸 수 있는 ‘손에 쥐는’ 순이익은 더 적다.
영업이익 규모는 △삼성물산 건설부문(1조340억원) △삼성엔지니어링(9931억원) △현대건설(7854억원) △대우건설(6625억원) △DL이앤씨(3312억원) △HDC현대산업개발(1953억원) △GS건설(-388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시평 1위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 1조340억원을 기록,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8749억원) 대비 18.2% 늘린 수치다.
그러나 영업이익률은 5.4%로 전년(6%) 대비 낮아졌다. 지난해 4분기 해외 현장 화재사고 복구비용 등이 약 1000억원 반영되며 분기 영업이익률이 2.9%대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일부 비용의 환급이 가능할 전망이지만 당장 이익의 질 하락은 피할 수 없었다.
시평순위 2위 현대건설은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2.6%에 불과했다. 전년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7개 건설사 중 적자를 낸 GS건설을 제외하곤 가장 낮다. 매출이 업계 1위이자 역대 최대인 29조6500억원을 기록한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현대건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854억원에 그쳤다. 2019년 매출액이 17조2800억원을 기록했을 당시 영업이익(8600억원) 보다도 적은 수준이다. 수익성이 사실상 시중은행 예금금리보다 낮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19년 5%였던 영업이익률은 거의 매년 하락세다. 고금리 장기화와 원자잿값 상승 등이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청정에너지 등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는 기존 사업의 영업력을 높이는 동시에 수소·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등 미래 기술 개발을 통해 내실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3위 대우건설도 원자잿값 상승 등 건설 경기 악화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662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조원 이상 늘어난 11조6478억원을 냈으나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2.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5.7%로 7개사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약 7~8%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특히 원가상승 압박이 컸던 주택부문 비중이 큰 것이 매출 증가 와중에도 이익은 쪼그라든 이유로 꼽힌다.
주택부문은 토목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지만 주택경기가 얼어붙다 보니 확보해 둔 일감에서 이익을 남기기 어려웠다. 주택부문 매출총이익률은 2022년 10%에서 지난해 7.7%로 하락했다. 판관비도 11.2% 늘었다.
시평 6위 DL이앤씨는 2021년 대림산업 건설사업부에서 기업분할 후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영업이익은 감소세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전년 대비 6.6% 성장한 7조994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3312억원으로 전년(4970억원) 대비 33.4% 줄었다. 분할 첫해 9573억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2021년 12.5%였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1%로 떨어졌다. 주택부문의 높은 원가율 상승 탓이란 설명이다. 수주잔고 기준 DL이앤씨 주택사업 비중은 70% 수준으로 주택사업 원가율은 2022년 86.7%에서 2023년 91.9%까지 올랐다.
2021년 30%가 넘던 자체사업 비중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사태 대응을 위해 지난해 11%로 낮추면서 수익성 하락에 일조했다. 안전성 높은 일반도급 비중을 절반 이상(52%)으로 높인 까닭이다. 건전성은 확보했지만 장기적 수익성 개선에는 부정적 요인이다. DL이앤씨는 올해 수익성 높은 양질의 프로젝트 선별수주와 원가관리에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은 388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10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작년 13조4366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을 냈으나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비용과 전반적인 안전점검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결과다.
GS건설은 검단아파트 사고 예상손실금액 총 5524억원을 지난해 모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에 영업이익률은 2022년 4.5%에서 지난해 -2.9%로 급락했다. 손실을 모두 턴 만큼 올해는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단 검단아파트 부실시공과 관련해 총 9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GS건설은 집행정치 가처분과 행정소송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익성 개선에는 부담이다.
수익성 개선 단 두 곳…삼성엔지·HDC현산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9931억원으로 1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냈다. 전년 대비 41.3% 늘어난 역대 최대 실적이다. 양질의 해외프로젝트가 매출에 반영된 덕을 톡톡히 봤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6% 증가했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며 영업이익률은 9.5%까지 끌어올렸다. 7개 건설사 중 가장 높다.
주력 분야인 화공부문 매출은 다소 감소했으나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반도체·바이오 비화공 플랜트 사업이 늘면서 빈자리를 메웠다. 수익성 중심의 프로젝트 선별 전략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 순이익도 6956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도급순위 11위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매출액 4조1627억원, 영업이익 18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7.1%, 67.8% 성장한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3.5%에서 4.7%로 1.2%포인트 개선됐다.
절댓값으로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2022년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위축된 수익성이 다시 상승 전환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분기별로도 작년 2분기 0.6%까지 떨어졌던 영업이익률은 3분기 6%, 4분기 6.7%로 상승하고 있다. 대형사업지의 공사 진행과 자체 주택사업, 토목 등에서 10% 이상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끌어낸 덕이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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