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후 방영된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 출연해 대본 없이 여러 가지 국정 현안을 설명했다. 국민 관심사였던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부터 민생경제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힌 윤 대통령은 앞으로 언론과 소통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녹화한 뒤 7일 방영한 대담에 출연해 국민 관심이 높은 물가 문제부터 언급했다. 물가 안정 대책 질문에 윤 대통령은 “지금 우리가 2%대로 물가를 관리하고 있다만, 사과를 비롯한 과일들 물가 관리가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비축 물량을 시장에 많이 풀고 수입 과일들 관세를 인하해 낮은 가격으로 시장에 많이 유입될 수 있도록 정책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실질 임금, 가처분소득이 물가가 오르면 줄어든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에 국민들 생필품, 이런 생활물가에 대해 규제 완화와 공급 정책을 통해 물가 관리를 적극적으로 해나가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고금리 상황에서 정부가 ‘온라인으로 은행별 금리 비교 후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를 제공한 데 대해 윤 대통령은 “우리나라 은행이 대형화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과점 산업 체계가 됐다. 그러다 보니까 대출 서비스를 받는 고객들 입장에서는 독과점 피해를 보는 점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맞겠다”고 추진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대출 조건, 금리를 다 보고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게 함으로써 과점 체계에 있는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한 결과 금리가 한 1.6% 정도 내려왔다. 보조금을 준다든가 하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금융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한국 증시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 타파 차원에서 규제 완화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주식시장을 통해 국민이 자산 형성할 기회가 충분히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 윤 대통령은 “기업이 발전할 때 그 기업 주식에 투자한 근로자들이 자산 형성을 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계급 갈등을 많이 줄일 수 있다. 그렇기에 국민 자산 형성을 위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자본가도 국내 투자를 할 수 있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기 위해서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여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적 측면들을 제거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적용 유예’ 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한 데 대해 “지금 중처법은 처벌 수위가 굉장히 높고, 책임 범위가 굉장히 확대돼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감당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후 처벌보다 예방 강화 쪽으로 시간을 더 주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통계를 좀 더 봐야겠지만 처벌을 강화하고 책임 범위를 확대한다고 해서 근로자 안전사고가 실제로 더 줄어드는지에 대해 법 시행 후 현재까지 실증적이고 긍정적인 결과가 없었다. 중소기업에 무리하게 확대하지 말고 유예를 두고 처벌 강화하고 책임 범위를 넓히는 것이 실제 사고를 줄이는 것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 더 면밀히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사회자가 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한 자리에서는 정치·외교 분야도 오갔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선거를 앞둔 시점에 1년이 지나 이렇게 터뜨리는 것 자체가 정치공작”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이나 대통령 부인이 어느 누구에게 박절하게 대하기는 참 어렵다”며 “아내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물리치기 어렵지 않았나 생각한다”는 해명에 더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좀 더 분명하게 선을 그어 처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사 논란 등으로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특별감찰관 도입이나 제2부속실 설치 문제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도 나왔다. 제2부속실 설치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라고 밝힌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도입 여부를 두고 “국회에서 선정해 보내는 것이고 대통령실은 받는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냈다.
윤 대통령은 당정 관계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지도부와 회담하지 않은 데 대한 입장도 냈다. 먼저 당정 관계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최근 통화한 적은 없다고 했다. 한 비대위원장 취임할 무렵에 통화한 사실을 밝힌 윤 대통령은 “선거 지휘라든지 공천이라든지 이런 데는 관여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도 밝혔다.
올해 4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가 유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윤 대통령은 “후광이 작용하겠냐”며 “(출마하는 이들에게) 특혜라는 건 아예 기대도 하지 말고 나 자신도 그런 걸 해줄 능력이 안 된다. 그러니 공정하게 룰에 따라 뛰라고 그렇게만 했다”고 전했다.
야당 지도부와 취임 후 회담하지 않은 데 대해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끼리 논의를 한다면 저 역시도 정당 지도부들과 충분히 만날 용의가 있다. 영수 회담이라면 여당 지도부를 대통령이 무시하는 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윤 대통령은 “취임하고 2022년, 2023년 하반기까지는 국정 기조를 제대로 정착시키는 걸 우선으로 했고,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현장을 중시하고, 부처 간 벽 허물기를 시행하면서 올해는 국민께서 체감하는 정책 성과를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최우선 국정 과제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언급하며 의과대학 정원 확대가 포함된 의료개혁, 학교 돌봄 문제 등도 챙길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남북 관계부터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관계에 대한 입장도 냈다. 최근 남북 관계에 대해 ‘교전국’으로 평가한 윤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추진 의지도 밝혔다. 다만 양국 실무자 간 교류나 논의가 진행된 뒤 열리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웠다.
미국 11월 대선으로 양국 관계에 변화가 오지 않겠냐는 취지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동맹국 선거 문제에 대해 결과를 예측하거나 언급하기는 적절치 않다”면서도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라는 것이 그렇게 왔다 갔다 하지 않는다. 한미 간 관계는 동맹을 더 강화하고 더 업그레이드하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한일관계 뇌관으로 꼽히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관련 “판결이 앞으로 선고되는 것과 상관없이 한일관계는 이제 복원이 됐고 미래를 향해서 지금 나아가는 중”이라고 밝힌 윤 대통령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해 “아주 정직하고 성실한 정치인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매사에 진정성이 있는 정치인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둘 사이에서 어떤 합의나 약속을 하게 되면 그걸 반드시 지키는 지도자라고 보고 있다”는 호평도 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에 대해 “각각의 국정 기조, 대외관계 기조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중 교역 관계에서도 특별히 문제 되는 것이 없다”며 “한중관계 문제에 대해 크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이나 우리나 대외관계, 철학 기조가 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신년 대담 이후 기자회견이나 출입기자와 ‘김치찌개 오찬’ 등 다양한 방식의 소통도 고민한 뒤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윤 대통령은 지난달 1일 신년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는 김치찌개도 같이 먹으며 여러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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