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년간 삼성 금융 계열사 경영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온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등의 혐의에 대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아 그룹의 조직 개편 가능성이 커지면서, 뚜렷한 한계를 드러낸 금융 경쟁력 제고 TF에 대해서도 ‘수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이 회장이 삼성전자 이사회에 등기임원으로 복귀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에는 이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의 전체 경영을 총괄하고 성장 전략의 밑그림을 그릴 총괄 컨트롤타워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이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태로 해체된 후 지금껏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본부 성격의 조직을 두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를 관장하는 사업 지원 TF,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EPC(설계·조달·시공) TF, 금융 계열사를 총괄하는 금융경쟁력제고 TF 등 3개의 조직을 가동해 왔다.
이 가운데 금융 계열사들은 지난 2018년 금융경쟁력제고 TF가 출범한 후부터 오히려 과거에 비해 경쟁력이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TF가 속해 있고 전체 금융 계열사들의 ‘맏형’ 노릇을 하는 삼성생명은 시장 점유율과 실적 등에서 보험업계 1위 자리가 흔들리며 자존심을 구긴 상황이다.
경쟁사인 한화생명은 지난 2021년 판매 전문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설립하고,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인 피플라이프를 인수하며 영업 조직의 덩치를 키웠다. 반면 삼성생명은 오랜 기간 유지해 온 전속설계사 제도를 고수하며 한화생명 등 경쟁사의 영업력 확장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자회사를 합친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설계사 수는 2만5000명을 넘어서며, 2만9000여명의 설계사를 보유한 삼성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커졌다.
지난해 실적은 개선됐지만, 역시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순이익 증가는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의 도입에 따른 착시 효과 가능성이 크고, 오히려 ‘아우’ 격인 삼성화재보다 뒤처진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1조4497억원을 기록하며, 1조6433억원의 이익을 거둔 삼성화재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영묵 삼성생명 전 대표는 과거 삼성생명과 휴양콘도업체 아난티의 부동산 부정거래 의혹으로 지난해 5월 검찰에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현직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오너 관련 이슈가 아닌, 업무상 비리나 배임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과거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던 일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삼성생명을 대표로 한 삼성금융복합기업집단에 대해 내부통제를 전담할 조직을 마련하라며 경영유의사항 6건, 개선사항 8건을 부과하는 행정지도를 내리기도 했다.
금융경쟁력제고 TF의 몇 안 되는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 ‘모니모’ 역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모니모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 4개 금융 계열사들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지난 2022년 4월 출시됐다. 앱 분석 서비스업체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모니모의 지난해 말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MAU)는 약 270만명이다. 이는 1000만명 넘는 이용자를 보유한 토스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금융 시장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이후 그룹 총괄 컨트롤타워가 출범해 금융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하는 형태로 조직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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