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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댓글공작 사건’으로 실형이 확정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특별사면했다. 세월호 유가족을 불법사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무사 참모장과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인 노조활동을 방해한 언론사 간부도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6일 서민생계형 형사범·경제인·전직 주요공직자·정치인 등 980명에 대한 설 명절 특별사면을 7일 자로 단행한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에 따른 직무 수행으로 처벌된 전직 주요 공직자와 여야 정치인, 장기간 언론인으로 재직한 언론사 경영진 등을 사면함으로써 갈등 극복과 화해를 통한 국민통합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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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면에는 김 전 비서실장과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24명이 포함됐다. 김 전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았다. 김 전 안보실장은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국군사이버사령부를 이용해 댓글 공작을 하는 등 정치에 관여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됐다. 이들은 각각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뒤 최근 대법원 재상고를 포기하면서 형이 확정됐다. 이로써 이들은 유죄가 확정된 지 약 일주일 만에 사면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들의 재상고 포기가 사면을 사전에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면은 형이 최종 확정된 경우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전 교감’ 논란에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을 약속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면 대상자는 사면 심사일을 기준으로 형이 확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다수의 외부 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심사한다”고 반박했다. 김 전 비서실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은 이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월호 유가족 민간인 사찰’로 실형을 선고받은 김대열·지영관 전 기무사 참모장도 잔형 집행면제 및 복권 조치됐다. 복권은 형의 선고로 인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격을 회복시켜주는 조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언론인 노조활동을 방해한 김장겸·안광한 전 MBC(문화방송) 사장도 이번 사면에 포함됐다. 이들은 MBC 언론노조의 운영을 방해하고, 노조원인 기자·피디 등을 비제작 부서로 발령 내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경찰을 동원해 여론 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천호 전 부산지방경찰청장도 복권 대상자에 포함됐다.
정부 관계자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비롯한 주요 야권 인사는 사면 대상에 제외된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사면을 통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은 하지만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면 대상자 중 여권 정치인으로는 이우현 전 의원과 김승희 전 의원, 이재홍 전 파주시장 등이 포함됐다. 야권에서는 심기준 의원과 박기춘 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경제인 중에서는 최 수석부회장과 구 회장 등 5명이 복권됐다. 이들은 기업 운영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형을 선고 받아 이미 실형 복역을 마쳤거나, 집행유예 기간이 완료된 상태다. 최 수석부회장은 SK그룹 계열사의 펀드 출자금 465억 원을 빼돌려 옵션 투자금에 유용한 혐의로, 구 회장은 2200억 원 상당의 기업어음(CP)를 사기 발행해 부도처리한 혐의로 지난 2014년 각각 징역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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