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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고3 수험생과 N수생에게 적용되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의대 입학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전날 공식 발표했다. 2006년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동결된 뒤 19년 만의 증원이다. 지역·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당장 2025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는 등 2035년까지 의사 인력 1만 명을 증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는 즉각 반발하며 “총파업으로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며 보건의료 위기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 조정하고 의협 집행부에 ‘집단행동 및 집단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내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요구로 351명 감축됐고 2006년 이후 올해까지 3058명에 묶여 있었다. 장기간 의대 정원이 동결된 상황에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는 등 지역·필수의료 붕괴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정원 확대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의대 정원 증원은 관련 여론조사에서 80% 이상이 찬성하는 등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복지부는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만 5000명 부족하다는 국책연구기관과 전문가 분석을 토대로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결정했다. 2025년도 대입에서 2000명을 시작으로 최소 매년 1000명 이상 증원하겠다는 얘기다. 복지부는 늘어나는 입학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 중심으로 집중 배정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각 대학의 수요와 교육 역량을 고려해 증원하되 지역인재전형 등을 통해 60% 이상 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2025년 입시에서의 증원 규모는 올해 정원의 65.4%에 달한다.
이필수 의협 회장 등 집행부는 이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 직후 강하게 반발하며 사퇴했다. 의협은 즉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의료계의 총파업 등 단체행동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달린 문제, 국민의 80% 이상이 찬성하는 의대 정원 문제를 단순히 정부와 의사 단체 간 협상으로 정할 수 없다”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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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로 다소 파격적인 수준인 2000명을 제시한 것은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의대 입학 정원이 2006년 이후 19년째 묶여 있어 고령화로 늘어나는 의료 수요에 대비하지 못하고 지역·필수의료 생태계 붕괴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등 실타래처럼 꼬인 의료계 난맥상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이 5058명 규모로 늘어난다. 앞서 1일 복지부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된 의대 정원이 유지되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5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필수의료가 벼랑 끝 위기에 놓인 가운데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절박감으로 담대한 의료 개혁을 추진 중”이라며 “정부는 1만 5000명의 수요 가운데 2035년까지 1만 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다른 나라와 단순 통계만 비교해 봐도 우리나라의 의사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보다 총 병상 수, 접근성, 의료 서비스의 질 등 여러 측면에서 의료 환경이 좋다. 하지만 의사 수는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친다. OECD가 지난해 공개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보다 훨씬 적다. 또 2021년 한국의 의사 1인당 진료 인원은 6113명으로 관련 통계가 있는 OECD 32개국 가운데 가장 많고 OECD 평균인 1788명의 3.4배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이 느끼는 진료 시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3분 진료’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의사 수 부족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은 지역·필수의료 분야다. 관내 병원에서 병상 부족과 의료진 부재를 경험해 수백 ㎞를 이동하는 ‘응급실 뺑뺑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과가 줄어들면서 소아 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길게 대기하는 ‘소아과 오프런’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날 의대 정원 규모를 발표하면서 대학별 배정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수도권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정원을 집중 배정하고 비수도권 의과대학에 입학 시 지역인재전형으로 60% 이상이 충원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정부는 각 대학의 제출 수요와 교육 역량, 소규모 의과대학의 교육 역량 강화 필요성,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할 방침이다. 대입 수시 모집이 9월 시작되고 대입 모집 요강이 5월께 나오는 것을 고려하면 늦어도 4월 말에는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의대 정원 증원이라는 9부 능선은 넘었지만 관건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수가 보상 등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도와 법령을 어떻게 촘촘하게 만드느냐에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에도 구체적인 예산과 실행 계획들이 부재한 분야가 많았다. 파업 등 단체행동을 불사하겠다고 선언한 의료계를 설득해야 하는 것도 결국 정부의 몫이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개별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각 의과대학 병원을 필수의료를 책임지고 완수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고 권역별 네트워크를 구체화해 나가는 것”이라며 “권역별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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