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 사이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 대한의사협회가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면서다. 의대 증원 규모 발표에 앞서 이날 오전 보건복지부와 의협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서로의 입장 차이만 확인한 채 어떤 결론도 내지 못하면서 양측 간 갈등의 골만 더 깊어졌다.
◆ 이필수 회장 “비대위 구성, 본격 투쟁할 것”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의협은 결국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6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하게 된다면 의협은 집행부 사퇴와 동시에 즉각적인 대의원총회를 소집해 이른 시일 내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하고 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며 “설 연휴가 끝나고 바로 비대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의료진이 있다. 아직도 전국 곳곳에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해 피땀을 흘리는 의료인들이 있다”며 “유감스럽게도 의료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오로지 밥그릇 챙기기로 규정됐다”면서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의협은 일찍이 이런 첨예한 갈등을 피하고 국민 건강 수호라는 대명제를 지키기 위해 의료현안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적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의대 증원 관련해서 정부와 생각은 다르지만 진정성과 유연성을 갖고 정부와의 협상에 임해왔다는 입장이다. 다만 밤샘 토론을 하면서 논의를 해보자는 의료계의 반복된 주장에도 정부는 무응답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파업 시 전공의나 의대생에 대한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5일 밤 긴급 상임이사회가 열렸고 ‘집단행동에 들어갈 경우 의협이 법적으로 전공의와 의대생을 보호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을 결의했다”라며 “법적 문제 발생 시 의대생과 전공의가 실질적인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공의협의회가 공개한 자체 조사에 따르면 전국 140개 병원의 전공의 1만명 가운데 88.2%가 단체행동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 의료현안협의체, 4분 만에 파행··· 의협 “독선적 행태 규탄” vs 정부 “답변 없이 합의만 주장”
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오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각자의 입장만 밝힌 채 4분 만에 파행으로 끝났다. 당초 이번 주 의료현안협의체는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가 이날 오후 예정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 맞춰 조정된 것이다.
의협 측 대표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위원회 의장은 서울 중구 비즈허브서울센터에서 열린 제28차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해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되는 일방적인 의대 증원 정책으로 앞으로 발생하게 될 의학교육의 질 저하, 국민 의료비 부담 가중, 의대 쏠림 가속화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정부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독선적 행태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그간 의료현안협의체를 운영하며 충분히 소통해 왔다고 반박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협에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요청한 뒤 오랫동안 기다려왔으나, 끝까지 답변하지 않은 채 ‘합의’만을 주장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정부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의대 정원 확대 규모를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결과는 회의 종료 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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