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우여곡절 끝에 신년 기자회견 대신 지난 4일 KBS와 신년 대담 형식으로 신년 메시지와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오는 7일 방송될 것이라는 예상만 보도될 뿐 대통령실도 KBS도 아직 방송일자조차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특히 대통령의 말은 녹화했다 해도 모든 발언이 전문으로 공개하는 것이 관례였으나 이번엔 KBS가 촬영했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무슨 말을 했는지 방송되기 전까지 알 길이 없다. 더구나 일각의 예상처럼 오는 7일 방송할 경우 녹화에서 방송까지 사흘이나 걸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지난 4일 출입기자에게 공지한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KBS와 신년 대담 방송을 위한 촬영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 대신 7일 신년대담을 한다는 내용은 지난 1일 뉴데일리가 처음 보도했다. 뉴데일리 <[단독] 尹대통령, 7일 KBS와 신년 대담…명품백 해법 내놓을까>에서 “설 연휴 이틀 전인 오는 7일 윤 대통령이 KBS와 대담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3일자 5면 기사 <‘명품백 민심’ 답해야 할 대통령 신년대담…‘땡윤 편집’이 구원투수?>에서 “윤 대통령의 한국방송 대담은 오는 4일 녹화돼 사흘 뒤 방송된다”고 보도했다.
미디어오늘이 박장범 KBS ‘뉴스9’ 앵커를 비롯해 KBS 측에 △7일 방송되는 것이 맞는지 △왜 사흘이나 걸리는지 △다큐멘터리 편집할 때나 걸리는 시간이 아닌지 △땡윤뉴스와 대담한다는 정치권의 평가를 어떻게 보는지에 대해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 질의를 했으나 5일 오후 5시 현재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비서실장, 홍보수석, 대변인에게도 같은 내용의 질의를 했으나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고, 전화연결도 되지 않았다.
박성태 전 JTBC 앵커(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는 지난 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녹화 후 방송까지 사흘이나 걸리는 대통령 신년 대담을 두고 “이건 거의 윤석열 대통령 다큐멘터리다”라며 “저도 방송에 있었지만 이런 대담 인터뷰를 방송에서 얼마나 조명을 화려하게 하고 효과를 어떻게 넣을 건지 모르겠는데 4일에 녹화하고 7일에 튼다? 이해가 안 된다. 이 정도면 최소한 무한도전이나 아니면 다큐멘터리 정도의 편집을 해야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도 이날 방송에서 “사람이 말을 잘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 국민들이 보는 건 대통령이 말을 번지르르하게 잘하는가(가 아니라), 진정성이 있느냐, 우리가 원하는 정답을 내놓는지에 대해 본다”며 “겁내서는 안 된다, 정면으로 돌파하고 그 전에 정답을 내야 된다”고 지적했다. 진 교수는 “특정 언론과의 대담 형식을 택한 건, 짜고치는 고스톱하자는 얘기”라며 “그 이유는 대답하기 힘든 질문들이 많이 나올 것이고, 대통령이 대답에 능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추정했다.
과거 JTBC도 손석희 앵커가 문재인 대통령과 퇴임 전 인터뷰를 녹화해 2편으로 방송하지 않았느냐는 박재홍 진행자의 반문에 박성태 전 앵커는 “당시 손석희 사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녹화한다는 걸 내부 구성원은 거의 몰랐고, (인터뷰 방송을 보면) 자리에서도 하고 바깥에서도 하고 이런 걸 많이 넣었다”며 “거의 퇴임 직전이기 때문에 권력에 대한 인터뷰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도 이번 대담을 두고 연일 비판이 쏟아진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언론과의 소통이 국민과의 소통’이라며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해놓고 땡윤뉴스만 틀어대는 방송사를 지정해 대담을 진행하다니 국민께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녹화 대담’ 뒤에 숨는다고 ‘김건희 여사 의혹’을 피해갈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박원석 새로운미래 책임위원은 “(KBS와 신년 대담 녹화에서)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논란에 대해 김 여사가 최씨와의 만남을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한 점이 아쉽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며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문제를 냉정하게 마주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은 “아직 방송 예정일이 7일까지 사흘 정도 남았다고 하니 솔직한 사과 영상을 다시 찍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5일 여의도 중앙당사 출근길 문답에서 대통령 기자회견 안하는 것에 말이 많다는 지적에 “대통령실에서는 대통령으로서 위치와 역할을 감안해서 필요한 소통의 방법을 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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