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와 암
[헬스컨슈머] 지난 일요일(2월 4일)은 세계 암의 날 (World Cancer Day)이다. 2000년 2월 4일 새 천 년을 위한 암 대항 세계 정상 회담(World Summit Against Cancer for the New Millennium)에서 채택된 파리 헌장에 호응하여 시작된 세계 암 캠페인(World Cancer Campaign)의 일환으로 2005년 국제 암 억제 연합(UICC, Union for International Cancer Control)에 의해 제정된 날이다.
지난 2023년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사망원인 통계 결과’에 따르면 암은 한국인의 사망률 1위 질환이다. 2위인 심장질환에 비해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배가 넘는다.
일반적인 약의 효과는 65%~70% 정도이다. 10명 중 6~7명 정도만 약의 효과를 보고 나머지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에 대한 암의 위협이 얼마나 크면 미국 FDA에선 10%만 효과가 있어도 신규 암 치료제로 승인한다고 한다.
암을 예방하고 치료를 위한 수 많은 방법들이 개발되고 발전되고 있다. 최근에는 CAR-T세포 치료제 등 여러 면역항암제가 소개되어 암 치료에 희망을 보이기도 한다.
면역항암제 및 각종 암 치료제 그리고 암 예방법 등이 적절한 효과를 보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여러 건강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 중 유독 전 세계인에게 가장 시급히 충족시켜야 할 영양소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97% 그리고 전 세계인의 80% 정도가 부족/결핍하며, 지금까지(2023년 12월 31일 현재) 암과 관련된 연구 논문만 1만5천편 이상 발표된 비타민D가 바로 그 영양소이다.
그 중 80% 이상이 2000년 이후에 발표되었고 최근 10년 사이에 50% 정도가 발표될 정도로 비타민D와 암에 관련된 지식은 비교적 최근에야 정확히 밝혀지기 시작하였다.
작년 8월 소화기암에 있어서의 ‘게임 체인저’인 비타민D 라는 제목의 기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의료 정보 사이트 ‘메드스캐이프(Medscape)’에 실렸다. 일본 도쿄 지케이의대 연구팀이 비타민D를 보충(일일 2000IU)하면 항p53항체의 항종양면역을 활성 시켜 암 재발 및 사망 위험을 73%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의사협회지(JAMA Network Open)》에 발표한 내용이다.
2022년 11월에는 미국 뉴욕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연구진이 비타민D가 부족하면(30ng/ml 이하) 최신 면역항암 치료인 CAR-T 세포의 생존율을 현저히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최초로 《미국이식세포치료학회지(Transplantation and Cellular Therapy)》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비타민D는 보호제 및 조절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모든 유형의 세포, 조직 및 기관의 기능을 강화하여 우리를 건강하게 유지시킨다. 비타민D 결핍은 다양한 암 유형의 발생 및 진행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후생유전체학, 전사체학, 단백질체학 연구를 통해 암세포의 자가 재생, 분화, 증식, 변형 및 사멸을 조절하는 비타민D의 매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밝혀지고 있다. 종양 미세환경 연구에서는 면역체계와 비타민D의 항종양성 특성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도 밝혀졌다.
비타민D의 활성 형태인 칼시트리올은 증식, 세포사멸, 분화, 염증, 침입, 혈관신생 및 전이와 관련된 다중 신호 전달 경로를 조절하므로 암 발생 및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칼시트리올은 마이크로RNA 발현도 조절하고 암줄기 세포 생물학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혈중 비타민D 수준과 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가 발표되고 있다. 대부분의 증거에 따르면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낮으면 암 위험이 증가하는 반면, 단독으로 또는 다른 화학/면역 치료제와 함께 보충하면 임상 결과가 더욱 향상될 수 있다.
암 유형에 따라 비타민D만으로도 암 위험을 약 25%~80%까지 줄일 수 있다.
비타민D(칼시트리올)의 항암 효과를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1. 세포주기 조절 (Cell Cycle Regulation)
비타민D는 세포주기를 조절하여 세포주기 정지를 촉진하고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암 세포 분열에 필요한 단백질과 신호를 억제하여 암 세포의 통제되지 않는 성장을 예방한다.
2. 세포사멸 유도 (Induction of apoptosis)
비타민D는 손상되거나 비정상적인 세포가 스스로 파괴되는 과정인 세포사멸을 유도한다. 이는 암세포를 포함하여 잠재적으로 유해한 세포의 성장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는 자연적인 메커니즘이다.
3. 항염증 효과 (Anti-inflammatory effects)
염증은 다양한 암의 발생과 진행에 기여한다. 항염증 특성을 갖고 있는 비타민D는 종양 미세환경의 염증을 감소시켜 암세포가 번성하기에 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4. 침입 및 전이 억제 (Inhibition of invasion and metastasis)
비타민D는 암 세포가 조직을 통해 이동하고 다른 세포와 결합할 수 있도록 하는 신호를 감소시켜 암 세포 전이를 방지한다.
5. 혈관 신생 억제 (Inhibition of angiogenesis)
비타민D는 종양이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새로운 혈관을 생성하는 과정인 혈관신생을 억제한다. 이 과정을 억제함으로써 비타민D는 종양의 성장과 확산을 제한할 수 있다.
6. 면역체계 조절 (Immune System Modulation)
비타민D는 암에 대한 면역 반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 세포와 같은 면역 세포의 활동을 촉진시키는 등 면역체계를 조절하여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하는 신체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7. DNA 복구 및 게놈 안정성 (DNA Repair and Genomic Stability)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돌연변이의 축적을 방지하려면 게놈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비타민D는 DNA 복구 과정에서 역할을 수행하여 세포의 유전 물질의 무결성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매일 약 10,000개의 암세포가 신체에서 생성된다. 이러한 암 줄기 세포가 증식하고 새로운 조직을 침범하는 능력에 기여하는 가장 일반적인 요인 중 하나는 비타민D 결핍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국민의 97% 이상이 비타민D 부족 및 결핍이다. 국민의 평균 수치는 16.1ng/ml에 불과하다. 정상 수치(30~100ng/ml)에 턱 없이 못 미치는 결핍 수준(20ng/ml 미만)이다.
국민의 비타민D 혈중 농도(수치)만 적정 수준으로 올린다면 매년 지출되는 암 관련 의료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독일 암 연구 센터(DKFZ)의 과학자들은 50세 이상의 모든 독일인이 비타민D 보충제를 섭취한다면 암 사망률을 13% 감소시켜 연간 최대 30,000명의 암 사망을 피할 수 있고, 30만년 이상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의료비도 연간 2억 5,400만 유로(약 3천7백억원)를 절약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2021년 8월 《분자 종양학(Molecular Oncology)》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비타민D로 암을 예방하고 치료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비타민D 수치를 40ng/ml 이상 유지해야 하며, 위에 명시한 비타민D(칼시트리올)의 항암 효과를 충분히 누리기 위해서는 비타민D 수치 80ng/ml 정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5,000IU~10,00IU는 복용해야 한다.
하지만 개개인의 체질, 생활습관, 유전자 특징 등에 따라 흡수율의 차이가 6배나 나기 때문에 같은 양을 복용하더라도 도달하는 혈중 농도가 모두 다르다. 사람마다 비타민D 수치가 똑같이 증가하지 않으므로 비타민D 혈중농도 수치 검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1년에 한 번 정도 동네 검진병원에서 비타민D 혈중 농도(수치) 검사를 꼭 해보고 결과 수치에 따라 복용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비타민D를 매일 1만IU씩 장기간 복용해도 독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 의학연구소(IOM)와 한국인영양섭취기준(보건복지부)에서도 1일 1만IU복용은 NOAEL(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 무독성) 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한국처럼 국민건강보험제도가 잘 시행되고 있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고 있다. 또한 매년 혹은 격년으로 나이에 따라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 암 검진을 실시하는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러한 건강검진 프로그램에 비타민D 검사를 의무사항으로 추가한다면 대한민국 국민의 비타민D 수치는 바로 정상을 넘어서 암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검진 결과를 받고 자신의 수치가 부족 및 결핍을 확인한다면 누가 정상 수치를 위하여 비타민D를 보충하려 하지 않겠는가?
전의혁(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해외학술정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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