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단체서도 “정부, 늘봄지원실 설치 이외에 구체적 계획 있어야”
교육부가 올해 2학기까지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교육 현장에서는 업무 부담 가중 등으로 인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전국시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교육청노조)은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늘봄학교 계획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늘봄학교 행정업무를 교원에게서 분리시키고 늘봄지원실 전담체제를 지방공무원에게 전가하겠다는 교육부의 현실성 없는 정책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방공무원은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교육부는 지방공무원 업무부담 경감책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2학기 모든 초등학교에 늘봄학교 업무 전담 조직인 ‘늘봄지원실’을 만들고 2025년까지 지방공무원과 늘봄실무직원 6000여명이 이를 책임지고 맡도록 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사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라는 설명인데, 이에 교육공무원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교육부는 지방공무원 업무는 더 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에 학생 수 1000명 이상인 큰 학교에 지방공무원 2500명을 늘봄지원실장으로 전임 발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과후 강사 등을 맡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교육 공무직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교원을 배제한 늘봄학교 확대로 업무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와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는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이 배제된 늘봄학교 업무를 돌봄전담사 등 교육공무직들이 떠맡고 있다”면서 “교사를 제외하면 결국 가용 인력은 학교비정규직과 지방공무원들인데 왜 당사자를 위해선 안내조차 없느냐”라고 지적했다.
한편 교원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가 ‘늘봄 업무 교원 배제’ 방침을 내놨지만, 학교에서 늘봄학교가 운영되는 이상 교사가 관련 업무와 완전히 분리되긴 어렵다는 주장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학생들이 늘봄학교에 있는 동안 발생할 각종 안전사고와 학교폭력 사건에 대한 관리 및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다”며 “담임교사가 사안처리를 떠맡게 된다면 늘봄학교를 교원과 분리해서 별도로 운영한다는 것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30일 전국 교사 5877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학교 늘봄지원실 설치’에 97.1%의 교사가 반대했다고 밝히며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아직까지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인력, 재정, 공간 대책이 미흡한 상황에서 무작정 늘봄학교를 시행하는 것은 학교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지금도 돌봄과 방과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공간을 내주느라 수업 연구할 공간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은 경기도 하남시 신우초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열고 2024년 늘봄학교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초등학생 방과후학교와 돌봄 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는 올해 1학기 2000개교 이상 초등학교에서 운영을 시작한 뒤 2학기부터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가 늘봄학교를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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