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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車車車] “수출, 너마저…!” ‘홍해發 비극’ 희생양 된 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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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5사 기업이미지(CI). (윗줄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기아, 쉐보레(GM 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이미지=각 사
완성차 5사 기업이미지(CI). (윗줄 왼쪽부터) 현대자동차, 기아, 쉐보레(GM 한국사업장), 르노코리아자동차, KG모빌리티. 이미지=각 사

[데일리임팩트 김현일 기자] 국내 완성차업계 5사(현대자동차·기아·GM 한국사업장·KG모빌리티·르노코리아자동차)의 새해 첫 성적표가 나왔습니다. 내수 판매는 성수기인 연말이 지나며 하락했지만, 그와 무관하게 성적이 잘 나오고 있는 수출 덕분에 많은 업체들이 실적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르노코리아자동차의 경우 모델 노후화에 ‘홍해 사태’까지 겹쳐 ‘충격적인 판매실적’이 나왔습니다. 신차 효과가 여전해 국내외 모두 오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GM, 수출로 방향을 틀어 내수 부진을 이겨낸 KG를 생각했을 때 그저 야속한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기아는 올 하반기로 예정했던 준중형 전기 세단 ‘EV4’의 출시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전기차 수요 보릿고개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거센 만큼, 기아가 상반기 출시 예정인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 유틸리티 차량(CUV) ‘EV3’ 하나로 올해를 잘 보낼 수 있을지의 여부에 벌써부터 눈과 귀가 몰리는 듯합니다.

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5사는 지난 1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61만4473대(특수차량 제외)를 판매, 전년 동기 대비 5.5%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전월 대비 판매량은 1.0% 감소했습니다.

내수 판매는 총 10만2719대로 전년비 2.3% 증가, 전월비 10.1% 감소했습니다. 수출의 경우 51만1754대로 전년비 6.2% 증가, 전월비 1.1% 증가했습니다.

지난 2023년 11월 'LA 오토쇼(2023 Los Angeles Auto Show)'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중형 SUV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지난 2023년 11월 ‘LA 오토쇼(2023 Los Angeles Auto Show)’에서 공개된 현대자동차 중형 SUV ‘디 올 뉴 싼타페’.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그랜저·전기차 꺾인 현대차, ‘수출 파워’로 판매 상승세 유지

현대자동차는 지난 1월 총 31만5555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1.8% 증가, 전월비 8.0%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4만9810대(전년비 3.3% 감소), 수출은 26만5745대(전년비 2.8%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내수 시장서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은 8016대를 기록한 싼타페였습니다. 이 중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량은 5028대로 62.7%를 차지했네요. 지난해 총 11만3062대를 팔아치우며 국산차 판매 1위 왕좌를 탈환했던 그랜저의 경우 1월 3635대에 그치며 판매량이 전년비 41.4%, 전월비 54.6% 떨어졌습니다. 이제 신차효과는 어느 정도 사라진 것 같네요.

아직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결정이 안 된 만큼 12월 대비 급격하게 떨어진 전기차 모델 판매량도 눈에 띕니다. 그나마 가장 많이 팔린 모델이 39대 팔린 아이오닉 5(전년비 48.7%, 전월비 95.1% 감소)였으며, 이외에는 △아이오닉 6 4대 △코나 4대 △포터 4대 △제네시스 G80 26대 △제네시스 GV80 37대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제네시스를 제외한 현대차의 전기차 모델들은 모두 전월 대비 무려 90% 이상의 판매량 하락세를 보였네요.

조만간 결정될 정부 보조금에 따라 얼만큼 전기차 판매량 회복이 이뤄질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인데, 현대차 입장에서는 1월 하락한 전기차 판매량이 예년만큼 회복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노심초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아 중형 SUV '쏘렌토'.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중형 SUV ‘쏘렌토’.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 싼타페와 격차 더 벌린 쏘렌토에 ‘미소’

기아는 ‘국내 중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1위’ 쏘렌토가 형제 모델인 현대차 싼타페와의 격차를 네자릿수로 벌리며 서열 정리를 마친 듯합니다. 지난 12월 386대에 불과했던 격차는 1월 들어 1268대까지 벌어졌습니다. 원래는 싼타페가 형님 격의 모델이었는데, 이를 계기로 쏘렌토가 조만간 그 자리를 꿰찰지도 모르겠네요.

기아는 지난 1월 총 24만4681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4.2%, 전월비 14.0% 증가한 실적을 올렸습니다. 내수는 4만4608대(전년비 15.3% 증가), 수출은 20만73대(전년비 2.0%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쏘렌토는 1월 내수 시장서 9284대 판매되며 기아는 물론 국내 5사를 통틀어 내수 판매 1위 모델로 우뚝 섰습니다. 이 중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6959대로 75%를 차지합니다.

다만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전기차들의 전월 대비 판매량 감소세가 뚜렷합니다. EV9이 그나마 449대(전월비 93.3% 감소) 팔리며 체면치레를 했지만 나머지는 △EV6 29대(전월비 95.8% 감소) △레이 EV 110대(전월비 88.8% 감소) △니로 EV 21대(전월비 86.4% 감소) △봉고 EV 19대(전월비 91.4% 감소)로 적어도 80% 이상의 전월비 판매량 감소세를 겪었습니다. 

GM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 차량들. (왼쪽부터) 소형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사진=GM 한국사업장
GM 한국사업장 ‘쉐보레’ 브랜드 차량들. (왼쪽부터) 소형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 사진=GM 한국사업장

GM 한국사업장, 새해에도 여전한 ‘쌍두마차’ 위력

신년에도 GM 한국사업장의 ‘투 톱 체제’는 공고합니다. 대표 모델인 소형 CUV ‘트랙스 크로스오버’(이하 트랙스)와 소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량이 불을 뿜고 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GM 한국사업장은 지난 1월 기준 19개월 연속 전년비 판매량 초과, 22개월 연속 전년 동월 판매량 추월 기록을 달성 중입니다.

GM 한국사업장은 지난 1월 총 4만3194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165.8%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2894대(전년비183.4% 증가), 수출은 4만300대(164.6% 증가)를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기록했습니다.

이중 트랙스는 내수 판매량의 77.6%(2246대)와 수출 판매량의 58.1%(2만3703대)를 차지하며 여전한 신차효과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GM 한국사업장 내수 시장에서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의 판매 비중을 더할 경우 총 93.5%라네요. 두 모델은 각각 지난해 국내 승용차 누적 수출 판매량 1, 2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3년 11월 20일(현지시각) 카이로 기자지구에서 진행된 KG모빌리티 중형 SUV '토레스' 론칭 행사. 사진=KG모빌리티
지난 2023년 11월 20일(현지시각) 카이로 기자지구에서 진행된 KG모빌리티 중형 SUV ‘토레스’ 론칭 행사. 사진=KG모빌리티

내수 떨어졌지만…수출이 바톤터치 제대로 한 KG

그간 내수에 주력했던 KG모빌리티가 성공적인 수출 전환으로 다소 부진했던 국내 판매량을 만회하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당분간 르노코리아를 누르고 국내 완성차업계 4위 자리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KG모빌리티는 지난 1월 총 9172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16.6% 감소, 전월비 46.1%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3762대(전년비 47.2% 감소)에 그쳤지만, 수출은 5410대(전년비 95.2% 증가, 전월비 39.7% 증가)를 기록하며 지난 9월 이후 4개월 만에 9000대 판매를 돌파했습니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 및 소비 심리 위축에 내수가 주춤했지만, 터키·벨기에·뉴질랜드·홍콩 등에서 토레스 EVX, 렉스턴 스포츠 & 칸 등의 판매가 늘었다네요.

컨테이너선 수출을 위해 적입 작업 중인 르노 소형 SUV '아르카나'(XM3 수출용 모델)의 모습.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컨테이너선 수출을 위해 적입 작업 중인 르노 소형 SUV ‘아르카나'(XM3 수출용 모델)의 모습. 사진=르노코리아자동차

“이젠 수출마저 막히다니…” 르노는 홍해 사태가 원망스럽다

신차효과 증발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었던 르노코리아자동차. 이번 달은 그나마 실적에 호흡기를 붙여주고 있던 수출마저 최근 홍해 물류 불안 사태에 따른 일정 지연으로 타격을 크게 입었습니다. 이미 지난해 바닥을 찍은 줄 알았는데, 그 밑에 지하실이 또 있는 느낌이네요. 앞으로 홍해 사태 해결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1월 총 1871대(내수 1645대, 수출 226대)를 판매하며 전년비 81.4%, 전월비 72.5% 감소한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내수는 1645대(전년비 22.3% 감소, 전월비 3.2% 증가), 수출은 226대(전년비 97.1%, 전월비 95.7%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진행중인 홍해 사태는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량의 30%를 차지하는 해상 교통 요충지, 홍해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민간 선박에 대한 예맨 후티 반군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세계적으로 적잖은 해상물류 대란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럽을 향하는 선박들의 경우 이를 피해 멀리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해야 해 짧게는 10일, 길게는 15일가량의 추가적인 기간이 소요된다고 한다고 하네요.

다행인 점은 최근 가격을 낮춰 내놓은 XM3 하이브리드 모델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57.2% 늘어나는 등 선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올해 중으로 볼보 CMA 플랫폼을 기반으로 출시 될 예정인 중형 하이브리드 SUV 프로젝트 모델 ‘오로라 1’가 어느 정도 힘을 내주냐에 따라 연말 순위 반전의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가 오는 2025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준중형 전기 세단 'EV4'. 사진=현대자동차그룹
기아가 오는 2025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준중형 전기 세단 ‘EV4’. 사진=현대자동차그룹

EV4 출시 내년 기약한 기아… 테슬라와 정면승부 회피?

이번 달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이슈는 기아가 ‘EV4’의 출시를 올해 말에서 오는 2025년 초로 연기했다는 것입니다.

기아는 최근 2023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EV4 출시가 늦어진다고 밝혔습니다. 자세한 이유가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현재 업계에서는 제품 품질을 높인다는 표면적인 이유 이외에도 이전보다 전기차 관심이 떨어진 현재 상황을 고려해 전기차 수요가 다시금 올라올 것으로 보이는 내년에 공개를 하기로 했다는 등의 추측이 무성합니다. 

외신에서 제기된 유력한 설 중 하나는 국내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테슬라의 준중형 전기 세단, ‘모델 3’ 부분 변경 제품과의 정면승부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것입니다. 업계 선두 기업이 신제품을 들고나왔는데 굳이 맞불을 놓으며 제 살을 깎아 먹을 이유는 없다는 거죠. EV4 역시 같은 세단형 차량인 데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3000~4000만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비슷한 시기에 출시될 경우 모델 3와의 경쟁 구도 형성은 필연적일 테니 말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테슬라 준중형 전기 세단 '모델 3' 부분변경 모델. 사진=테슬라 미국 홈페이지 갈무리
올해 상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테슬라 준중형 전기 세단 ‘모델 3’ 부분변경 모델. 사진=테슬라 미국 홈페이지 갈무리

이 가운데 모델 3는 최근 환경부로부터 RWD(후륜구동)·롱레인지 2개 모델 국내 인증을 마치며 벌써부터 많은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합니다. 지난해 7월 국내에 출시된 테슬라의 중형 전기 SUV ‘모델 Y RWD’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출시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인데요. 중국의 기가팩토리 상하이에서 제작된 모델 Y RWD는 LFP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차 보조금(지자체별 상이)을 받으면 4000만원 후반대로도 구매가 가능해 현재까지도 인기 몰이를 하는 중이죠. 

이에 올해 상반기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기아의 소형 전기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CUV) ‘EV3’의 어깨는 더 무거워질 것 같습니다. 전기차 수요가 전년 대비 한 풀 꺾일 것으로 보이는 올해, 과연 EV3는 EV4의 지원사격 없이 올해를 홀로 버텨내며 국내 보급형 전기차 서막을 여는 모델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요? 일단 전기차 수요가 예년보다 꺾일지의 여부도 아직 알 수 없는 만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지켜보셔도 좋겠습니다.

데일리임팩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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