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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선 삼성下] 이재용 서초行 지켜보는 재계… 韓 신사업 미래 ‘기로’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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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져온 삼성의 메모리반도체 적자 속에서 새로운 그룹의 미래, 한국 경제의 든든한 차기 먹거리가 될 신사업이 움텄다. 이재용 회장이 10조원에 육박하는 자금을 들여 인수한 ‘하만’은 경영 초기 영업이익의 20배는 더 버는 회사로 성장, 그룹의 전장사업 핵심축이 됐고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수주는 해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2030년 글로벌 톱을 향한 정중동 행보 중이다. 바이오와 6G통신장비를 비롯, 괄목 성장 중인 신사업들을 국가 대표사업으로 안착 시키는 중요한 기반이 올해 이재용 회장의 주도로 만들어 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국가대표 산업 ‘반도체’를 뿌리내린 조부 이병철 창업회장과 스마트폰 세계 1위 국가 타이틀을 가져 온 이건희 선대회장이 먼저 밟았던 길이다. 청사진의 성패는 5일 서초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이 회장에 대한 법적 선고가 중요한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17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0.1%에 불과했던 하만의 비중이 지난해 18.0%까지 치솟았다. 삼성전자 자회사이자 자동차 부품(전장사업)을 하는 하만 영업이익이 경영 첫 해 574억원에서 지난해 1조1700억원까지 드라마틱한 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하만은 지금 카오디오·디지털 콕핏(계기판) 부문 세계 1위다. 절대 비중의 반도체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삼성의 신사업이 역설적으로, 위기 이후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그간 비중 20%에 달하는 반도체 부진에 국가 전체 수출이 곤두박질 치자 새로운 차기 신사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사회 안팎에 걸쳐 대두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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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3월 삼성전기 중국 텐진공장을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2의 메모리반도체 키우는 삼성… 韓 미래 먹거리 ‘쑥쑥’
삼성은 지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반도체·바이오·신성장 IT(정보기술) 등 미래 먹거리 사업에 450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매년 그 방향성과 속도를 조절 중이다. 이미 삼성만의 일이 아니다. 일자리 창출, 대·중소기업이 같이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 육성 계획도 포함 된 국가단위 일이 됐다. 삼성전자는 신사업의 성공이 연관산업 발전과 국민소득 증대로 이어져 국가 경제 발전을 이끌어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자 했다.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불확실성 속에서 10년 후를 예측 한 장기 투자 배경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1993년부터 30년간 세계 1위 자리를 지켜왔다. 2등이 따라 올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초격차’ 전략이 성립되던 2019년,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로의 새로운 시장에 출사표를 냈다.

당시 대만 TSMC가 장악하던 ‘파운드리’ 시장은 후발 주자를 용납하지 않을 정도의 초대형 투자, 기술력과 신뢰를 모두 얻어야만 겨우 발을 붙일 수 있는 영역이었다. 곧바로 TSMC는 ‘우리는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며 거센 삼성 견제에 나섰다. 전자·IT기기를 모두 만들고 자체 칩셋까지 만들어내는 종합반도체회사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잠재고객인 빅테크 기업들과 또다른 시장에서 경쟁 중이라 과연 고객을 유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기준 삼성 파운드리 사업은 증권사 추정 160억달러 규모의 연간 최대 수주를 달성했다. 2022년 기준 약 100곳의 고객사는 2028년까지 211곳까지 늘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성공하려면 잠재고객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수주해 제품 성능과 안정성을 입증, 신뢰를 쌓는 게 가장 큰 과제로 알려져 있다. 그런 삼성이 최근 실적발표회에서 익명의 고객사를 상대로 2나노미터 AI 가속기 칩 과제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GPU 시장을 씹어먹고 있는 미국의 ‘엔비디아’와 ‘AMD’가 그 고객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나왔다. 2022년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양산을 세계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후 고객사와 2나노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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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3월 구미전자공고를 방문해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삼성전자

향후 300조원 이상을 투자해 용인에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도 조성한다. 인텔이 빠르게 따라오고 있지만 현재 5나노 이하 파운드리 양산은 삼성전자와 TSMC만 가능하다. 700조원의 직간접 생산 유발 효과, 160만 명 고용 유발 효과도 기대된다. 2024년 하반기 미국 테일러시에 초대형 파운드리 공장 가동 예정으로 최근 공장 오피스 동에 ‘삼성전자’ 간판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내 장비 반입 절차만 남겨둔 상태라는 전언이다.

삼성의 팹리스 사업도 실력을 쌓아간다. 2022년 갤럭시S22 출시 당시 탑재한 자체 개발한 AP ‘엑시노스 2200’에서 성능 저하·발열 등 논란을 겪으면서 AP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지난 2년간 엑시노스의 코어 설계 최적화와 미국 반도체 기업 AMD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 개선을 진행해 왔다. 결국 지난달 31일 출시된 갤럭시S24에서 차세대 AP ‘엑시노스 2400’을 탑재하면서 올해 다시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 영향력 확대를 노린다.

삼성의 ‘바이오’ 급성장은 그야말로 신사업 성공신화 중 하나로 꼽힌다. 2011년 바이오의약품 CDMO(위탁개발생산) 사업을 위해 허허벌판의 갯벌 인천 송도에서 직원 30명으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사업 시작 10년 만에 글로벌 CDMO 시장 독보적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6월 4공장이 완공되면서 CDMO 생산량은 2위 업체의 1.5배인 62만리터다. 현재는 글로벌 Top 제약사 20곳 중 12곳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은 신약 개발의 시드(SEED)가 될 만한 회사·물질을 찾으면서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2020년 7월 일찌감치 6G 통신 개발을 선언하는 ‘6G 백서’를 발표하고 차세대 통신기술 개발에도 뛰어 든 상태다. 내년 국제 표준화 착수가 예상되고 있어 올해 승부수를 띄워야 할 참이다. 핵심 기술 선행 개발과 이동통신 사업자와 기술 시연·실험을 통해 2030년으로 예상되는 ‘6G 상용화’ 맞춤형 기반을 꾸리는 게 목표다. 이 회장은 오랜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네트워크기업의 총수와 독대해 중장기 장비 공급계약을 수차례 성사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연합

◇신사업 수주·초대형 M&A 성사 시킬 참인데… 다시 ‘서초’ 리스크
삼성은 지난해 말 10년 후 먹거리를 발굴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을 꾸리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사업 진출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미래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야 하는 게 임무다. 삼성은 신개념의 제품을 재정립하는 기술부터 바이오·주거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비즈니스 개발 그룹’도 신설했다. 경기 침체로 전반적인 B2C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수익 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라는 취지다.

삼성전자의 M&A용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순현금은 79조69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삼성의 대규모 M&A는 미래 신성장 분야인 전장 및 오디오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향성으로 2017년 80억달러(약 10조원)를 들여 인수한 하만이 마지막이다. 이 회장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투병 중이던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을 대신해 삼성전자 최고결정권자 역할을 하면서 14건의 M&A를 성사시킨 바 있다.

재계는 올해 삼성이 하만의 전장사업과 6G 통신장비 등 궤도에 오르는 사업의 안착 기반을 마련하고 동시에 10년 후 신사업 씨까지 뿌려야 하는 중요한 시기로 보고 있다.

5일 서초동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에 재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가 달라질 거란 게 재계의 지배적 견해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삼성의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뉴삼성’ 구축을 위한 대대적 인사나 조직 개편 등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부활이나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등도 재판 결과에 맞물려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앞서 최후진술에서 “삼성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켜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는 것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저의 모든 역량을 온전히 앞으로 나아가는 데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한 바 있다.

재계에선 삼성의 사법리스크가 경영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라는 초거대 기업을 끌어가는 총수가, 거의 주에 1회씩 법정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해외 현장경영을 하다가도 공판 때문에 귀국하는 사례도 빈번했던 걸로 안다”면서 “글로벌 정세가 어느 때보다 혼란한 시점에 온전한 경영적 판단을 할 수 없다면 실패한 M&A, 더딘 투자가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아시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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