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예산보다 14.9% 감소…소방청 예산 규모는 전체 청 중 14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문경 육가공 제조업체 화재 현장에서 젊은 소방관 2명의 생명이 사그라지자,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보호해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로봇과 드론 등 다양한 기술이 거론되지만, 이를 현장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4일 소방청에 따르면 2024년 소방청 예산 3천404억원 중 인건비와 기본경비를 제외한 소방청의 주요 사업비는 2천588억원이다.
일반사업 30개에 2천214억원, 정보화사업 3개에 152억원, 연구개발 사업 10개 222억원이 책정됐다.
고도화되는 재난 속에서 소방대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첨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사업의 비중이 전체 사업비의 10%도 되지 않는 것이다.
1개 사업 당 사업비는 평균 22억원에 불과하다.
소방청의 연구개발 예산은 2021년 207억원, 2022년 231억원, 지난해 261억원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해에는 222억원으로 전년 대비 14.9% 감소했다.
소방청 전체 예산 또한 다른 청들과 비교하면 적은 편이다.
소방청의 2024년 예산 규모(일반 회계 기준)는 전체 18개 청(검찰청 제외) 중 14위다.
1위인 방위사업청의 예산은 17조6천432억원으로, 소방청의 52배다.
경찰청이 12조9천907억원, 산림청이 2조6천12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소방청보다 적은 예산을 배정받은 청은 조달청(2천415억원),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1천420억원), 재외동포청(1천55억원), 새만금개발청(299억원) 등 4곳에 불과하다.
소방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으나, 각 지역에 있는 소방재난본부의 예산은 여전히 시도 관할이고, 소방청이 시도 소방예산 집행에 관여할 수 없다.
올해 시도별 소방 예산은 7조7천378억원이다. 이 예산을 합한 전체 소방 예산은 8조782억원으로 적지 않으나, 시도별 예산은 인건비와 장비 교체비 등으로 대부분 소진된다.
국립소방병원 건립, 연구개발 사업 추진 등은 모두 소방청 예산으로 해야 하지만, 배정되는 예산이 적다 보니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시도별 예산이 적지 않다 해도 전국을 포괄하는 사업은 결국 소방청에서 추진해야 하므로 다른 청들과 비교해도 부족한 편”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전국 단위 사업 또한 2020년 국가직화된 후에야 원활한 추진이 가능해져 사실상 중앙에서 대대적으로 정책사업을 추진한 지는 4년도 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방사무가 대부분인 소방 사무를 국가 사무로 일원화하고, 이에 따른 예산을 소방 재정에 관한 특별회계로 별도 독립해 소방청장이 운용하도록 하는 소방조직법 및 소방재정지원 특별회계법 개정안이 발의돼있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된 상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소방청에서 추진하는 연구개발 사업들은 금액이 너무 적어 실용화된 결과물이 하나도 없을 정도”라며 “소방청 전체 예산을 비슷한 조직인 경찰과 비교했을 때 합리적인 수준까지 올린다면 연구개발 예산도 증액돼 소방관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연구개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bookman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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