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대 E-클래스, 고급 세단의 정수 선보여
디자인 강점 살리고 실내는 미래지향적 구성
부드러운 주행감, 디지털화·개인화로 포인트
국내 최초 수입차 단일 모델 20만 대 판매, 8년 연속 수입차 판매 1위, 브랜드의 심장.
11세대로 돌아온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 E-클래스를 가리키는 말들이다. E-클래스는 한국에 2016년 수입된 이래로 국내 소비자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만 보더라도 E-클래스는 연간 2만3642대 판매되며 벤츠코리아 판매량의 약 3분의 1을 책임졌다.
75년에 걸쳐 헤리티지를 쌓아오며 11번째 신형으로 돌아온 벤츠 E-클래스를 직접 시승했다.
완성형에 가까운 외관, 하이테크 감성의 실내
E-클래스는 한 마디로 ‘정석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기존 10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W213)도 수려한 비율을 통해 고급 세단의 정석과도 같은 외관 디자인을 선보였던 만큼, 11세대 E-클래스(W214)는 전작의 큰 틀을 유지하며 약간의 변화를 더했다.
시승 차량인 E 300 4MATIC 익스클루시브 모델 기준, 전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세로형 그릴은 전체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대신 헤드램프와 그릴을 분리하지 않고 블랙 패널로 이어지며 전면이 좌우로 더 넓어 보이게 만들었다.
헤드램프는 전작과 달리 상·하단으로 구분되며 하단의 램프는 두 개로 나뉘었다. 스포티한 인상을 조금은 덜어낸 모습이다.
측면 캐릭터라인은 헤드램프부터 이어져 B필러 부근에서 살짝 모습을 감춘 뒤 뒷문 손잡이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위치도 플러시 타입으로 제작된 손잡이 위로 높아졌다. 기존 모델이 끊어지지 않고 헤드램프-손잡이-리어램프를 이었던 것과 다른 형태다.
뒤에서 차를 보면 양쪽으로 길게 이어진 리어램프와 삼각별 형태의 패턴이 눈에 띈다. 독특한 패턴으로 누가 보더라도 벤츠 모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실내로 들어오면 14.4인치 고해상도 LCD 중앙 디스플레이를 품은 MBUX 슈퍼스크린이 위용을 뽐낸다. 시야를 넓혀보면 계기반-중앙 디스플레이-동승자석 디스플레이까지 하나로 이어지며 미래형 자동차의 느낌을 자아낸다. 동승자석 디스플레이의 경우 운전에 방해되지 않도록 대시보드 중간의 카메라가 운전자 시선을 추적해 화면을 암전 처리하는 등 안전에도 신경을 썼다.
2열 좌석은 준대형 세단답게 적당히 넓은 공간을 확보했다. 1열과의 거리는 불편함이 전혀 없을 정도로 확보했지만 머리 위 공간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아쉬운 헤드룸은 파노라마 선루프가 제공하는 개방감으로 일부 해소할 수 있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540리터(L)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GN7 가솔린 기준 480L)보다 조금 넓다.
완성도 높은 ‘고급 세단’의 주행…디지털화·개인화는 ‘포인트’
E-클래스의 주행 질감은 ‘새롭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70년을 거치며 다듬어온 E-클래스의 고급스럽고 정숙한 주행 성능이 조금 더 완벽에 가깝게 다듬어졌다고 보는 편이 더욱 적절하다.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엄청난 정숙성이다. 특히 고속으로 질주하지 않는 시내 주행에 있어서는 마치 이어폰·헤드폰 등의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둔 것처럼 외부 소리가 탑승자를 거슬리게 하지 않는다. 48볼트(V)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구간에서 재출발을 부드럽게 도와준다.
고속 주행 상황에서도 고요하다. 시승 차량이 익스클루시브 모델인 만큼 폭발적인 가속 성능을 선사하지는 못하지만 변속 충격없이 자연스럽게 속도를 낸다. ‘고급 세단’이라는 말이 전혀 아쉽지 않은 성능이다. 컴포트 모드까지는 도로에서 느껴지는 잔 충격을 문지르며 죽이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충격을 일부 허용하며 ‘달려나가는 느낌’을 강조하는 점도 즐거운 요소다.
사실 이번 E-클래스에서 중요한 것은 차량의 ‘디지털화’와 ‘개인화’다. 디자인과 주행에서 전작의 성능을 다듬었다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등 탑승자 경험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주행 중에 큰 체감이 되는 요소는 사운드 시스템이다. 기존 모델은 14개 스피커·590와트(W)의 앰프 출력을 보였는데, 이번 모델은 17개 스피커·730W로 출력이 늘었다. 아울러 운전석과 조수석에 각각 2개의 익사이터가 포함됐다. 익사이터는 음악에 맞춰 등에 진동을 전달해주는데, 저음이 풍부한 음악을 들을 때 이 기능이 극대화된다. 마치 공연장에서 큰 스피커를 앞에 뒀을 때 느껴지는 진동을 차 안에서 느끼는 것 같다. 음악과 호응하는 앰비언트 라이트도 인상적이다.
또 다른 요소는 역시 여러 개의 스크린을 활용한 다양한 경험이다. 이번 E-클래스는 최근 자동차 업계의 화두인 소프트웨어중심자동차(SDV)로의 전환기를 보여준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는 음악, 동영상, 게임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할 수 있다. 대시보드 중앙의 카메라를 활용한 줌(zoom) 회의도 가능하다. 동승자석에서도 별도로 유튜브 등 여러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중앙 디스플레이, 동승자석 디스플레이의 음향을 차량 스피커를 통해 번갈아 이용할 수도 있다.
Evolves with you…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커진다
신형 E-클래스를 시승한 뒤 아쉬운 점은 이 차를 더 오래 탈 수 없다는 점이다. 벤츠가 이번 모델에서 디지털화·개인화를 강조한 만큼 ‘차를 나에게 맞춰가며’ 타는 즐거움은 차를 소유했을 때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volves with you(당신과 함께 진화합니다)’. 11세대 E-클래스의 슬로건이다. 명품 가죽자켓 또는 명품 구두가 자연스레 당신에게 맞춰지듯 날이 갈수록 ‘나에게 맞는 차’로 진화하는 차량을 경험하고 싶다면 선택의 여지는 없다. 11세대 E-클래스를 제외하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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