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임팩트 한나연 기자]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현대건설이 건설경기 한파를 뚫고 지난해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해외 진출과 신사업 공략 카드를 꺼내든 두 건설사의 행보가 실적 호전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전년보다 18.2% 증가한 1조340억원을 기록했으며 현대건설의 영업이익은 7854억원으로 약 37% 증가했다.
특히 삼성물산은 건설부문 단독 영업이익으로만 처음 1조원을 돌파하면서 회사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실적 선방의 배경으로는 적극적인 해외 수주와 신사업 확대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침체된 국내 주택사업 대신 다른 먹거리를 발굴하는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통한 것.
아울러 두 건설사 모두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 영업이익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입장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지난 2022년 사우디 네옴시티 더라인 지하 터널 첫 번째 구간을 공동 수주하면서 공사를 진행 중이다.
삼성물산, 중동 경쟁력 확보 및 신사업 성과 창출
삼성물산은 지난 2022년 카타르 초대형 태양광 발전소 공사 사업을 단독 수주하면서 중동 사업 경쟁력 및 에너지 신사업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이번 해외매출 실적 역시 해당 사업장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된 결과라는 설명이다.
올해 상반기 준공될 사우디 리야드 메트로의 6개 노선 중 3공구의 4‧5‧6호선 공사도 순항 중이다. 공사비만 1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며 향후 노선 확대에 따른 추가 발주도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아가 △에너지솔루션 △스마트시티 △홈플랫폼 등을 통해 신사업 성과 창출 및 고수익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난해 11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전문 전시회 ‘스마트시티 엑스포 월드 콩그레스(SCEWC)’에서 스마트시티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이외에도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총리, 뭄바이 광역개발청(MMRDA)과 인도 스마트시티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인도 진출을 알렸다.
사우디 진출, 원자력 신사업 나서는 현대건설
현대건설의 지난해 신규 수주액은 32조491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목표(29조900억원)를 11.7% 초과 달성한 결과로, 이중 해외 비중만 12조8680억원이다. 전년 대비 80.3% 증가했으며 10조원을 넘긴 것은 2020년(10조4904억원) 이후 3년 만이다.
해외 실적 사례로는 사우디 중부 전력청(SEC-COA)에서 발주한 1억4500만달러 규모의 네옴-안부 525kV(킬로볼트) 초고압 직류송전선로 프로젝트 수주가 있다.
이외에도 아미랄 석유화학 콤플렉스 패키지 1(에틸렌 생산시설)과 패키지 4(유틸리티 기반 시설) 수주 계약 등이 해외 수주액 증가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영 석유·천연가스 기업인 ‘아람코’가 추진하는 석유화학단지 건설사업으로 공사 규모는 5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이른다.
또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1단계 △사우디 네옴 러닝 터널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폴란드 올레핀 확장공사 등 해외 대형 현장 공정의 본격화가 실적에 유효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풍부한 플랜트 부문 파이프라인을 감안 시 지난해에 그랬듯 올해도 목표치를 상회하는 해외 수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원자력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높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3조1000억원 규모의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주 설비 공사를 수주하며 대형 원전 사업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아가 미국 원전 파트너사 홀텍과 미국 소형모듈원전(SMR) 설계에 착수해 진출 국가를 늘리는 등 원자력 사업 전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형 원전·SMR 등 핵심사업과 미래 기술 개발에 전략적으로 집중할 것”이라며 “건설시장의 글로벌 흐름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립해 갈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중동 ‘현지화 정책’ 변수 존재해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해외사업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중동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일명 ‘현지화 정책’이 퍼지는 상황이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지속되고 있어 해외 사업에 변수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우디와 UAE, 카타르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 대부분이 현지인 채용, 현지생산 제품 및 서비스 사용 등 현지화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현지 공급망을 늘리고 국가 산업을 경쟁력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 정책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위기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는 지난해 말 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우리 기업들은 현지화 강화 정책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중동지역 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현지 기업과의 협업 또는 파트너십 관계 구축, 유능한 현지 인재 영입, 경쟁력 있는 현지 기자재업체 발굴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미분양 물량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등 건설 업계 전반에 주택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국면이 이어지면서 두 건설사의 올해 주택사업 방향도 주목된다.
삼성물산은 올해 EPC(설계조달시공)·하이테크·주택 등 기존사업은 수익성 중심의 사업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주택은 여의도·성수·압구정 등 랜드마크 사업지를 중심으로 수주와 시공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대건설은 연결 기준 2024년 수주 목표로 29조원(별도 17조원)을 공개했다. 이는 지난해 대비 10.8% 감소한 수치다. 이 중 국내는 17조2000억원(별도 10조7000억원), 해외 11조8000억원(별도 6조3000억원)이다. 특히 국내 부문은 침체된 주택 시장을 감안해 전년 수주액 대비 13% 줄였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해외 현장의 원가율은 과거 대비 소폭 개선되는 흐름이나, 매출의 70% 수준을 차지하는 건축·주택 부문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며 “현대건설은 지난 2021년 2만7000세대, 2022년 3만세대의 분양을 했으며 2021년 초부터 공사비가 급등해 해당 기간 분양한 물량은 최소 올해까지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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